불온하고 불완전한 편지 현대문학 핀 시리즈 시인선 35
이소호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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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뭐 어쩌라고 싶은 읽을 거리들 굳이 읽어야 하나 싶은 특히 주석에서 장황하게 설명하는 외국 어느 작가나 작업방식 어쩌구 하며 그런 방식으로 이소호와 시를 읽어야 한다는... 하 스럽다 진짜

각 예술은 각각의 형식이 있는데 그것은 그 형식이 전달하려는 바를 전달하기에 가장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회화는 그림으로 음악은 소리로 문학은 글로
문학은 글일때 그 전달의 하는 바가 있다고 나는 본다
글이 아닌 사진 한장 덩그러니 그리고 각주 또는 타이포 그라피적으로 배치된 글자들
물론 글의 한계는 있다 글은 사진도 그림도 음악도 아니기에
글의 한계가 있다고 글이 아닌 다른 형식을 자꾸만 들이대겠다면 화가를 하거나 음악가를 하면 된다
어찌되었든 글이라는 형식 안에서 끝장을 본다는 자세가 맞다고 본다
이런 점에서 나는 이소호의 어떤 시도가 그닥 별로다
본문보다 각주가 더 많은 것 포함
시로 쓰지 못할것 같다면 그건 쓰이지 못할 것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형식미에 갇힌 고루한 노땅이라 하겠지만 내 입장은 그렇다
커뮤니티 같은 곳에서 흔히 하는 말로 ‘일기는 일기장에‘
이소호의 시집에서 보여지는 탈형식은 이미 앞선 시인들의 시집에서 봐왔으니 특별날 것도 없다 그래서 그것이 주는 파격미도 없고 전달의 효과 역시 모호하고 그저 시인 자신만의 자족이라 생각한다
물론 어떤 시는 페이지의 모서리를 접어둘만하기도 했다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탈형식적 페이지들이 어쩔수 없이 눈에 거슬릴밖에

나와 같은 불만이 어딘가 있었던지 시인의 그 누군가의 불만 리뷰로 보이는 걸 옮겨와 시집에 박제해 놓기도 하였다
나와 같은 눈 어둔 독자들의 별점 테러와 상관없이 내로라 하는 문학 출판사 3사가 시집 출간을 해준다는 것은 그들만이 보는 이소호 시에 대한 뭔가가 있긴 있는 모양이다

데페이즈망을 설명하는 각주에서 ‘창작자 말고는 도저히 알아볼 수 없는 글‘이라고 하고 시인 역시 이소호의 시들은 ‘관심과 무관심으로 나뉠 뿐‘이라고 하는데 너무나 무식이 철철 넘치는 반면 공감과 동감 능력 제로인지라 나는 앞으로 무관심 하기로 할 것이다
읽을수 있는 시집과 시인들은 널리고 널렸으니 굳이 스러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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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콜링 - 제37회 김수영 문학상 수상 시집 민음의 시 253
이소호 지음 / 민음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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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튭에서 노출시킨 영상이 알고보니 시인 이소호 채널의 영상이었다 그 이유로 이소호 시집을 도서관에서 빌려 왔다 에세이와 소설도 있었으나 몇 장씩 훑어보니 내 취향이 아니었다

캣콜링이 2018년
불온하고... 2021년
홈 스위트... 2023년

시인 자신은 ‘아무도 읽지 않을 버러지 같은 시‘라고 했지만 세 시집 모두 2쇄 이상이 찍힌걸 보니 일정 수 이상의 독자를 확보하고 있는것으로 보인다

실비아 플라스, 김혜순, 김언희 또는 시에서 말하듯 최승자와 같은 시인들의 시를 읽어본 독자라면 이소호의 거친 표현으로 이루어진 시가 그리 낯설거나 당황스럽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시는 다분히 치기어려 보인다
‘자기 전시‘는 어디까지가 예술일까 그런 생각도 든다
저 유명한 말 ‘경험한 것만 쓴다‘는 것도 일종의 자기 전시라 보면 예술이 맞긴 하는가 본데 그것도 정도껏 그리고 예술적 승화?가 있어야 하지 않나 싶지만 별 볼 일 없고 예술이 뭔지 뭣도 모르는 독자가 감히 건드릴 건 아니겠지 아니다 싶음 던져버리면 그만인 일이니까

대부분의 예술가들은 다분히 ‘관종 끼‘가 있고 관종 끼가 없다면 예술가가 안되기도 하는게 맞는데 그걸 어디까지 봐줄수 있느냐는 감상자 개인의 범위에 달렸을 것이다

눈물 젖은 두만강 카셋테이프를 듣던 아버지가 서태지를 좋아할 수 없듯 올드한 독자의 눈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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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우리가 보는 것들
피터 멘델선드 지음, 김진원 옮김 / 글항아리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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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140여 페이지 까지 읽다가 이 책을 더 읽어나가야 하나 싶은 생각에 더는 안읽기로 한다

그래픽 디자이너가 쓴 책이다보니 시각적 이미지가 많고 페이지당 반 페이지 이상 채운 글이 거의 없어 진도는 잘 나간다

그럼에도 읽기를 그만두는 이유는 특정 작품에 대한 직접적 읽기가 아니라 제목이 가리키듯 읽는 동안 일어나는 여러가지 감각적, 이해하는 작용들에 관한 저자의 주장들이기 때문이다

저자의 주장이 맞고 아니고를 떠나 과연 그렇다고한들 또 그걸 알게 된다고한들 뭐 어쩌자는 건가 싶은 생각이 내내 떠나지 않는다 이런저런 들어주는 예의 작품들을 알게 되는 재미는 있지만, 가령 안나 카레니나의 외모를 독자는 알 수가 없는데 그게 왜 그렇냐하면과 같은 저자의 주장이 생각하기에 따라 신박하게 읽을수도 있다는건 인정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로 아니 그래서 그게 작품의 본질적 의미와 어떤 관련이 있는데? 하면 글쎄올시다인 것이다
읽는이에 따라 해당 작품의 좀 더 풍부한 읽기가 가능해질수 있는 점은 있을 것이다

책읽기에 대한 이유와 방법은 천차만별일테니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이야기겠지만 나 또한 독자의 입장에서 이런 식의 이야기에는 흥미가 없음을 느껴 읽기를 그만 둔다

나름 문학이 저자의 첫사랑이었다가 현업으로 디자이너에 몸담고 있다보니 글과 디자인 조합으로 씌어진 책인게 장점인듯 싶으나 나는 좀 별로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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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걸려온 전화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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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두렵게 하고 너를 해칠 수 있는 유일한 건 인생이라는 것, 너도 이미 알고 있잖아.
_112p

아아주 오랜만에 읽는 아고타 크리스토프
그렇다고 그의 작품을 많이 읽었냐 하면 그런건 아니다 대표작 존재의 세가지... 그건 사다놓기만 한지가 백만년이니

까치에서 펴냈길레 완전 새작품인줄 알고 앞뒤 안보고 지르긴 했는데 읽기전 알아보니 십여 년 전에 다른 출판사에서 출간 되었던 #아무튼 이라는 걸 판권을 사와 재출간한 것이었다
모르긴해도 ‘아무튼 시리즈‘가 있다보니 제목을 바꾸어야 하지 않았을까 나만의 짐작

역시나 아고타는 아고타
블랙코미디 같거나 뒷통수를 때리는 이야기들 냉소적이거나 디스토피아적 분위기 등등
이미지로 비유하자면 팀 버튼의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등장하는 캐릭터와 그 세상이 기괴해보이지만 기괴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될듯 하다

분량이 적은 탓도 있지만 단도직입적으로 해야할 말만 하는 아고타 특유의 문법 덕에 단박에 읽히는 작품들
물론 이해못할 이야기도 있긴 하지만

굳이 꼽으라면 표제작 ‘잘못 걸려온 전화‘나 ‘우편함‘ 등등이 좋았지만 25편 대부분이 좋다
아고타 크리스토프를 아직 접하지 못한 독자라면 2~3페이지 짧은 소설에 당황할 지 모르겠으나 소설의 길이가 작품성을 담보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나는 이런 책들을 읽을 때면 그야말로 신이 나서 그 작가의 다른 책들도 마구마구 사들이곤 한다 한동안 관심 두지 않았던 아고타의 책들을 검색해보니 그 가운데 급 흥미로운건 유일한 희곡집 #르몽스트르 가 출간되어 있었다 이것과 더불어 그동안 찜해두기만 했던 것들도 마저 읽어봐야겠다는 것 그런데 대표작은 언제 읽을거냐고

아직 미번역 작품이 있다면 모든 작품이 번역 출간되기를 희망해 본다

재출간된 이번 판의 한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원고의 양도 많지 않은데 출간전 점검 차원에서 일독이라도 해봤더라면 하는 것이다 세번째 오자가 보일쯤엔 내용에 집중이 잘 안되더라는 것이다 최종적으로 오자 다섯 개
뭐 성격 탓이겠지만 이 얇은 부피를 생각하면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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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다정스러운 무관심
페터 슈탐 지음, 임호일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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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한 일이다. 내 생애에서 거의 기억이 나지 않는 해들이, 흔적 없이 지나간 것 같은 해들이 있다는 게 말이다. 심지어 내 생애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사건, 전환점이 되었던 사건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사건은 마치 내가 그 자리에 없었고, 거기에 관여하지도 않은 것같이 느껴진다. 그런가 하면 하찮은 사건, 중요하지 않다고 여겨지는 사건이 20년, 혹은 30년이 흐른 어느 날 마치 내가 방금 경험한 사건처럼 생생하게 기억날 때가 있다.

_177p


문득문득 느껴지는 기시감의 순간들이 있다 그런 기시감과 더불어 어떤 순간엔 알 수 없는 막연한 예감에 휩싸여 이미 어찌할 수 없는 미래가 있는 것인가 하는 때도 있다

시간이 흘러 결국 실현된 그 예감의 한가운데 있음을 자각할 때면 인간의 수많은 발버둥은 무슨 소용이 있나 싶기만 하다


소설에는 작중 화자 크리스토프와 그의 20년전 연인 막달레나 그리고 레나와 그의 연인 크리스가 등장한다


크리스토프 : 크리스, 막달레나 : 레나

두 커플의 비슷한 이름에서 작가가 의도하려는 바가 살짝 엿보인다


이 소설과 직접적 연관성이 있을진 모르겠으나 장자의 호접지몽이나 영화 매트릭스 또는 빽투더퓨처를 보며 생각했던 것들이 떠올랐다

과연 인간의 운명은 미리 결정되어 있을까 아니면 자유의지(라는 것 조차 허용된 선택의 범위 안인 것일지도)를 통해 인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일까 아울러 내가 나라고 여기는 나는 진짜 내가 맞는 것일까 등등




차이가 있소, 편차가. 오류들이 있지. 우리의 삶을 우선 가능하게 하는 비대칭들 말이오. 언젠가 물리학자와 한번 이야기한 적이 있소. 그 사람 설명에 의하면, 전 우주는 작은 오류, 즉 물질과 반물질 사이의 작은 불균형에 근거해 있다는 것이오. 이런 불균형은 틀림없이 빅뱅 때 생긴 거라고 하오. 이런 오류가 없었다면 물질과 반물질은 이미 오래전에 상쇄되어 우주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게 된다는 거요. 그렇담 아주 작은 오차가 배가된다는 말씀 아닌가요?

_91p


이런 문장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도 번역 출간되어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 세른CERN에 관한 "인사이드 세른"(열화당 2018)의 공동 저자로 페터 슈탐이 참여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


궁극적으로 페터 슈탐이 이 소설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연인들의 안타까운 사랑이라는 표면적인 이야기가 당연히 전부는 아닐테다


칼 세이건의 표현처럼 대우주의 한 '창백한 푸른 점'에 지나지 않는 지구에서 스치듯 찰나를 살다가는 인간의 부질없는 외로움의 발버둥으로 읽는다해도 무리는 아닐듯 싶고


나는 내가 살아왔고 내가 기억하는 삶에 대한 증명을 필요로 하지 않았다.

_122


현대 과학의 주장대로 빅뱅으로 부터 시작된 우주와 어쨌든 그 우주의 미세한 부산물인 각 인간들은 시공을 초월하여 어디부터 어디까지 연결되어 있을까

'범아일여'라는 불교적 세계관을 작가와 함께 이 소설에 대입해 이야기해 본다면 즐겁겠다 싶다


소설의 제일 마지막 37장에서 쓰러진 노인을 양로원으로 부축해 주고 난 후의 내용은 소설의 제목 "다정스러운 무관심"이란 느낌이 잘 응축된것 같아 소설을 마무리 짓는 장이면서 동시에 어떤 열린 느낌이라 좋았다

아울러 과대 해석에 지나지 않겠지만 부축 받은 노인이 곧 크리스토프의 미래 도플갱어로 읽어도 무방하지 않으려나 싶기도 했다


앞서 말한 모든게 오독에 의한 것일지라도 그 오독으로 인한 나름의 이런저런 상념을 놓고만봐도 의미있는 일독이었다


이 작품을 통해 페터 슈탐이란 작가를 알게 되어 아직 미번역된 작품들도 번역 되어 페테 슈탐 전작 읽기가 가능하게 되기를 희망해 본다



세상의다정스러운무관심_서평단 활동으로 도서를 제공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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