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 (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마이클 샌델 / 와이즈베리 / 336쪽

(2013. 03. 21.)

 

 

  이 책은 독자에게 돈과 시장을 둘러싸고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가 직면한 윤리적 딜레마를 숙고할 것을 요청한다. 지난 세대에 한국은 인상적인 발전을 거듭하면서 세계를 주도하는 경제국가 반열에 올라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한국은 시장 경제를 수용해서 엄청난 부와 번영을 누리게 되었다. 하지만 여러 경제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한국도 근래 들어서면서 경제의 성공에 부수적으로 생겨난 난제로 고민하고 있다. 따라서 증가하는 각종 불만들을 어떻게 완화할지, 공정한 사회를 어떻게 구축할지, 시장가치가 가족․ 지역사회 ․공공선을 훼손하거나 잠식하지 못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바로 이러한 난제들을 다루고 있다.
(p. 8)

 

 

  시장지상주의 시대는 막을 내렸다.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시장이 과연 위험을 효율적으로 분산하는 능력을 가졌는가에 대해 의심받는 정도에 그치지 않았다. 시장이 도덕에서 분리되고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면서 시장과 도덕을 다시 연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하지만 이러한 인식과 주장이 무슨 의미인지, 이에 관해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분명하지 않다.
  어떤 사람들은 시장지상주의의 핵심에 담긴 도덕적 결점은 탐욕이고, 이 때문에 무책임하게 위험을 무릅쓰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견해대로라면 해결책은 탐욕을 억제하고, 은행가와 월가의 중역들에게 더욱 품위있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라고 촉구하고, 합리적인 규제안을 마련해 유사한 위기가 재발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p. 23)

 

 

  우리가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걱정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볼 수 있다. 바로 불평등과 부패다. 우선 불평등에 관해 생각해보자. 모든 것이 거래 대상인 사회에서 생활하기란 재산이 넉넉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더욱 힘들다. 따라서 돈으로 살 수 있는 대상이 많아질수록 유리가 부유한지 가난한지가 더욱 중요해진다.
  좋은 것이라면 무엇이든 사고파는 세상에서는 돈이 모든 차별의 근원이 되기 때문이다.
  모든 것을 거래 대상으로 삼기를 주저해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설명하기가 더욱 어렵다. 두 번째 이유는 불평등과 공정성이 아니라 시장의 부패 성향에 관한 것이다. 삶 속에 나타나는 좋은 것에 가격을 매기는 행위는 그것을 오염시킬 수 있다. 시장이 단순히 재화를 분배하는 역할에만 머물지 않고, 교환되는 재화에 대해 어떤 태도를 드러내면서 부추기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돈을 주어 책을 읽게 하는 행위는, 아이들을 독서에 힘쓰게 만들지는 모르나 독서를 내재적 만족의 원천이 아니라 일종의 노동으로 여기도록 한다.
(p. 26)

 

 

  시장지상주의 시대에는 이러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 결과, 이러한 문제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그렇게 하겠다고 결정하지도 않은 채, 우리는 시장경제를 가진(having a market economy) 시대에서 시장사회를 이룬(being a market society) 시대로 휩쓸려왔다.
  두 개념의 차이는 이렇다. 시장경제는 생산활동을 조직하는 소중하고 효과적인 도구다. 이에 반해서 시장사회는 시장가치가 인간활동의 모든 영역에 스며들어간 일종의 생활방식이다. 시장사회에서는 시장의 이미지에 따라 사회관계가 형성된다.
(p. 29)

 

 

  현대 정치는 도덕적 논쟁이 지나치게 많아서가 아니라 지나치게 적어서 문제다. 오늘날 정치판은 도덕적·정신적 내용이 거의 비어 있기 때문에 과열되어 있다. 또한 사람들이 관심을 기울이는 중대한 질문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
(p. 32)

 

 

  재화에 대한 가치판단이 배제된 태도가 시장논리의 핵심이며, 시장이 지닌 매력을 상당 부분 설명해준다. 하지만 시장을 포용하면서 도덕적·정신적 논쟁을 꺼리는 태도 때문에 우리는 무거운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러한 태도가 공적 담론에서 도덕적 에너지와 시민의 에너지를 고갈시키고, 오늘날 많은 사회를 괴롭히는 기술관료 지향의 경영정치가 발달하도록 부추기기 때문이다.
(p. 33)

 

 

  ‘선착순’의 개념이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약간의 돈만 더 내면 공항 보안검색대든 놀이공원의 인기 놀이기구든 줄을 서서 기다릴 필요 없이 빨리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불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재화를 분배하는 시장논리가 ‘선착순’이라는 전통적 관행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차례대로 줄을 서서 기다리는 미덕이 지니는 가치는 무엇이며 이것이 시장논리에 지배당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질까?
(p. 35)

 

 

  부패라고 하면 흔히들 부정 이득을 연상한다. 하지만 부패는 뇌물이나 불법 거래 그 이상의 것을 의미한다. 어떤 재화나 사회 관행을 부패 시키는 행위는 그 평판을 깎아내리는 행위고, 가치를 합당한 수준보다 낮게 평가하는 행위다.
(p. 59)

 

  어떤 행위는 불쾌하게 여겨지지 않는데, 돈을 지불하고 얻는 새치기 권리, 대리 줄서기, 암표 거래 등과 같은 사례를 불쾌하게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일까? 시장적 가치는 어떤 재화는 손상시키기도 하지만 어떤 재화에는 적합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특정 재화를 시장논리로 분배할지 줄서기로 분배할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분배할지 결정하기 전에, 우리는 그것이 어떤 종류의 재화인지, 어떻게 가치를 매길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p. 60)

 

  최근 수십 년 동안 전통적으로 비시장 규범이 지배했던 삶의 영역에까지 시장과 시장 지향적 사고가 확대되고 있다. 비경제적 재화에 가격을 매기는 경향이 더욱 뚜렷해지고 있다. 이와 동시에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의 원칙을 더욱 추상적이면서도 야심적으로 수정하고 있다. 과거 경제학자들은 인플레이션과 실업, 저축과 투자, 금리와 해외 무역처럼 명백히 경제적인 주제들을 다루었다. 그러나 요즘 경제학자들은 더욱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들은 경제학이 단순히 물적 재화의 생산과 소비를 파악하는 통찰력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인간행동을 설명하는 과학이라고 주장한다. 삶의 모든 영역에서, 사람은 눈앞에 놓인 선택사항에 대해 비용과 이익을 저울질하고 자신에게 최대의 행복이나 효용을 안겨주리라 생각되는 것을 선택한다고 강조함으로써 인간의 행동을 설명하는 것이다.
(p. 77)

 

 

  과연 인간의 모든 행동을 시장 개념으로 이해할 수 있을까? 경제학자, 정치학자, 법학자 등이 이러한 문제를 놓고 지속적으로 논쟁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학계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시장 개념이 매우 강력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사회적 관계도 시장관계의 개념에 맞추어 놀라울 정도로 수정되었음을 목격해 왔다. 이러한 변화가 생겨난 한 가지 이유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려는 금전적 인센티브의 사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p. 80)

 

 

  벌금과 요금의 차이는 무엇일까? 벌금은 도덕적으로 승인 받지 못하는 행동에 대한 비용이고 요금은 도덕적 판단이 배제된 단순한 가격이다. 사람들은 벌금을 요금으로 대할 때 벌금이 나타내는 규범을 무시한다.
(p. 99)

 

 

  경제학자들은 선물을 좋아하지 않는다. 시장논리의 관점에서 보면 선물보다 현금을 주는 편이 낫다. 그러나 선물 대신 돈을 주면 선물의 의미가 퇴색된다. 돈으로 친구를 살 수 없는 것과 비슷하다. 우정을 유지하는 사회적 관행을 상품화하면 공감·관용·배려 같은 규범의 자리에 시장가치가 들어선다.
(p. 143)

 

 

  사회적·경제적 삶에서 이타주의를 무모하게 사용하면 다른 공공의 목적을 위해 써야할 공급량이 고갈되는 정도로 그치지 않는다. 가족과 친구를 위해 남겨두고 있는 이타주의까지 감소시킨다.
  미덕에 대한 경제주의의 견해는 시장에 대한 신념을 불타게 하고 원래는 속하지 않았던 영역으로 시장을 확대시킨다. 하지만 비유가 잘못되었다. 이타주의·관용·결속·시민정신은 사용할수록 고갈되는 상품이 아니다. 오히려 운동하면 발달하고 더욱 강해지는 근육에 가깝다. 시장 지향 사회의 결함 중 하나는 이러한 미덕이 쇠약해지게 방치하는 것이다. 우리의 공공 삶을 회복하려면 좀 더 부지런히 미덕을 행사해야 한다.
(p. 179)

 

 

  기업의 명명권과 더불어 호사스러운 스카이박스(경기장 높이 위치한 고급 관람석) 거래가 확산되면서 스포츠 경기에 담겼던 시민정신은 훨씬 더 심하게 잠식당하고 있다. 내가 1960년대 중반 미네소타 트윈스의 경기를 관람하러 갔을 때만 해도 가장 비싼 좌석과 가장 싼 좌석의 가격 차이는 2달러에 불과했다. 사실상 20세기에도 야구경기장은 기업 임원과 블루칼라 노동자가 나란히 앉아 경기를 관람하고, 핫도그나 맥주를 사기 위해 모두 똑같이 줄을 서며, 비가 오면 부자가 가난한 사람이나 가리지 않고 젖는 곳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높은곳에 자리한 스카이박스가 등장하면서 부자와 특권계층은 아래의 일반 관람석에 앉는 보통사람들과 분리되었다.
(p. 238)

 

 

  어린 시절에 소비 사회를 지향하는 기본 훈련을 많이 받은 학생들에게 주변 세상에 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는 시민으로 성장하도록 가르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아이들이 걸어다니는 광고판이 되어 로고·라벨·라이센스 의류를 선전하며 등교하는 시대에, 학교가 소비지상주의 정신에 흠뻑 젖은 대중문화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한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만, 그만큼 중요하기도 하다.
(p. 272)

 

 

  우리는 반대에 부딪힐까봐 두려워서 자신의 도덕적·정신적 확신을 공공의 장애 내보이기를 주저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에 맞서지 않고 뒷걸음질 친다고 해서 문제가 미해결 상태로 머물러 있지는 않는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시장이 우리 대신 결정을 내리도록 허용하게 되는 셈이다. 이것이 바로 지난 30년 동안 우리가 얻은 교훈이다. 시장 지상주의 시대는 공공 담론에 도덕적·정신적 실체가 상당히 부족했던 시대와 일치한다. 시장을 제자리에 놓을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은,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회 관행과 재화의 의미에 관해 솔직하게 공개적으로 숙고하는 것이다.
(p. 274)

 

 

  사회 전반에 걸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불평등이 점차 심화하면서 모든 것이 시장의 지배를 받는 현상은 부유한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들의 삶이 점차 분리되고 있다는 의미다.
  민주주의는 완벽한 평등을 필요로 하지는 않지만 시민에게 공동체적 생활을 공유할 것을 요구한다. 그러려면 배경·사회적 위치·태도·신념이 서로 다른 사람들이 매일 생활하면 서로 마주하고 부딪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서로의 차이를 견뎌내고 이를 놓고 협상하고 공공선에 관심을 쏟는 법을 배울 수 있다.
  따라서 결국 시장의 문제는 사실상 우리가 어떻게 함께 살아가고 싶은가에 관한 문제다. 모든 것을 사고팔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은가? 시장에서 거래되지 않고 돈으로도 살 수 없는 도덕적·시민적 재화는 존재하는가?
(p. 2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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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누슈 코르착의 아이들
야누슈 코르착 / 양철북 / 207쪽

(2013.02.19.)

 

 

아이들을 사랑한다는 것...
아이들을 위해 생각한다는 것....
아이들을 위해 삶을 바친다는 것...
짧지만 의미가 깊은 글들 속에서 그분의 아이들을 존경하는 마음이 느껴진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야누슈 코르착과 그의 작품을 좀 더 잘 알았으면 좋겠다. 대부분의 인용문은 코르착이 50여 년 전에 쓴 <어린이를 사랑하는 법>과 <어린이 존중>에서 따온 것이다. 세월이 많이 흘렀지만 그의 통찰려과 단순한 진실들은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오늘날에도 여전히 참신하고 소중하다. 그는 시대를 앞서간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p. 9)

 

 

  육아에 관해 수없이 쏟아져 나오는 이론과 사상들 사이에서 아무런 준비도 하지 못한 채 길을 잃을까 두려워하면서 부모가 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전문가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 때문에 죄책감을 느끼기도 하고, 교육에 관한 주장과 관점들이 거의 매일 바뀌는 바람에 혼란스러워 하기도 한다. 육아에 관한 책은 수백 권이자만, 그 책들은 실천적 방안에 중점을 두거나 아니면 그저 아동 심리를 깊이 파고드는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친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영감과, 이렇게 말해 주고 확신을 주는 것 아닐까?

 나는 아직 모릅니다. 알아낼 방법도 없습니다.
 내가 모르는 부모들이 내가 모르는 아이들을
 역시 알 수 없는 환경에서 어떻게 길러야 하는지
 나는 모릅니다.
 어떤 책도 어떤 의사도
 부모들의 직관과 주의 깊은 관찰을 대신할 수 없습니다. 당신만큼 당신의 아이를 잘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p. 10)

 

 

어린이는 내일의 희망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은 지금, 여기 이미 존재합니다.

 

어린이는 미래를 살 사람이 아니라
오늘을 사는 사람입니다.
어린이를 대할 때는 진지하게, 부드러움과 존경을 담아야 합니다.
그들이 성장해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하건 가에 그렇게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모든 어린이의 내면에 있는 ‘미지의 사랑’은
우리의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p. 26)

 

 

  “잘못했어요”란 말을 들으려 애쓰는 대신 어른의 따뜻함을 보여주세요

  한 아이가 무언가 잘못을 저질렀다고 , 예를 들어 창문 유리를 깨뜨렸다고 생각해 봅시다. 그 아이는 이미 죄책감을 느끼고 있을 것입니다. 이때 아이를 나무라면, 설사 그 이유가 타당할지라도 뉘우치는 기색을 보이는 대신 반항하고 얼굴을 찌푸리거나 화를 내게 됩니다. 사실 아이가 죄책감을 느낄 대, 그 때는 바로 어른들이 따뜻함을 보여 주어야 할 때입니다. 사실 깨진 유리는 아이들 편에서 보면 실패한 시도일 뿐입니다. 비록 어른들이 하라는 대로 하지 않은 결과이기는 하지만. 우리는 이때 깨진 유리분 아니라 실패해 비치고 화가 난 그 마음가지 받아들여야 합니다.
(p. 27)

 

 

다른 사람을 생각하라고 강요하지 마세요

어른들이 강요한 덕목에 반항하는 어린이가 많습니다.
지나치게 강조하고,
질릴 정도로 반복했기 때문입니다.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이 있어야 하고
아름답다는 것을 어린이 스스로,
천천히 발견할 수 있게 해 줍시다.
(p. 31)

 

 

어린이가 실수를 저지르고 즐겁게 그 실수를
넘어서려고 애쓰게 합시다.
어린이들은 웃기 좋아하고 돌아다니며
장난치는 것을 좋아합니다.
삶이 당신에게는 무덤과 같은 곳이어도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그곳을 목장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어야 합니다.
(p. 47)

 

어린이는 어른의 표정을 읽습니다

어린이는 우리 표정을 읽습니다.
마치 농부가 하늘을 보고 날씨를 예측하듯이.
어린이는 자기의 환경을 잘 압니다.
분위기, 습관, 결점 등을.
어린이는 그것을 능숙하게 이용할 줄 압니다.
친절함을 느끼고, 거짓을 알아차리고,
어떤 것이 엉터리인지 알아차립니다.
그것은 이미 여러 해 동안 그것을 관찰하고
연구해왔기 때문입니다.
(p. 52)

 

 

아이들은 어리석지 않습니다.
바보는 아이보다 어른 중에 훨씬 더 많습니다.
(p. 55)

 

 

  아이들에게 행복의 잔을 들이마시고 어른을 신뢰할
  자유를 주여야 합니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바로 이것입니다.
  이야기를 들려 달라고 할 때나 공놀이를 하자고 할 때,
  그림을 같이 그리자고 할 때나 글씨를 쓰자고 할 때
  거절하지 말아야 합니다.
  너그럽고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시간을 내줍시다.
  아이들이 바라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고
  마땅한 일입니다.
(p. 64)

 

 

  사람들은 나이 많은 사람을 존경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어린 아이는 아랫사람 대하듯 하고
  동정하는 듯한 태도로 말합니다.
  이것은 잘못입니다.
  어린 아이 역시 존경받을 만하기 때문입니다.
  어린 아이는 작고 약하며,
  모르는 것도 많고 못하는 것도 많지만,
  자라서 무엇이 될지 모른다는 것이
  노인을 존경하듯 아이를 존경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p. 69)

 

 

  아이들은 생각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른과 다를 뿐입니다.

  아이 생각이 어른보다 좁거나
  부족하지 않습니다.
  그저 어른과 다를 따름입니다.
  아이들은 지성으로 사고하지 않고,
  감성으로 사고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과 대화하는 것은
  매우 복잡하고 어려운 기술입니다.
(p. 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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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 읽은 책들)

 

(1) 파인만 (짐 오타비아니 / 서해문집)


(2) 88만원세대 (우석훈 / 레디앙)


(3) 한국의 글쟁이들 (구본준 / 한겨레출판사)


(4) 한번은 (빔 벤더스 / 이봄)


(5) 아깝다 학원비 (사교육걱정없는 세상 / 비아북)


(6) 국가란 무엇인가 (유시민 / 돌베개)


(7) 분노의 포도 (1) (존 스타인벡 / 민음사)


(8) 분노의 포도 (2) (존 스타인벡 / 민음사)


(9) 때론 길을 잃어도 좋다 (윤세영 / 사진예술사)


(10)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년 (1) (스티그 라르손 / 문학에디션 뿔)


(11) 불을 가지고 노는 소년 (2) (스티그 라르손 / 문학에디션 뿔)


(12) 프리라이더 (선대인 / 더팩트)


(13) 벌집을 발로 찬 소녀 (1) (스티그 라르손 / 문학에디션 뿔)


(14) 벌집을 발로 찬 소녀 (2) (스티그 라르손 / 문학에디션 뿔)


(15) 경제학 3.0 (김광수 / 더난)


(16) 수레바퀴 아래서 (헤르만 헤세 / 민음사)


(17) 암흑의 핵심 (조셉콘래드 / 민음사)


(18) 섬 (장 그르니에 / 민음사)


(19)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 (피에르 바야르 / 여름언덕)


(20) 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카포티 / 아침나라)


(21) 강남몽 (황석영 / 창비)


(22) 자본주의 역사 바로 알기 (리오 휴버먼 / 책벌레)


(23) 안철수의 생각 (안철수 / 김영사)


(24)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나쓰메 소세키 / 문학사상사)


(25) 삼성을 생각한다 (김용철 / 사회평론)


(26) 카모메식당(무레 요코 / 푸른숲)


(27) 이상호기자 X파일 (진실은 스스로 말하지 않는다) (이상호 / 동아시아)


(28)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김상봉 / 꾸리에)


(29) 어느 무명 철학자의 유쾌한 행복론 (전시륜 / 행복한 마음)


(30) 허수아비춤 (조정래 / 문학의 문학)


(31) 비숍 살인사건 (반 다인 / 동서문화사)


(32) Y의 비극 (앨러리 퀸 / 해문출판사)


(33) 고백 (告白) (미나토 가나에 / 비채)


(34) 햄릿 (세익스피어 / 김재남 / 하서)


(35) 동물농장 (조지 오웰 / 도정일 / 민음사)


(36) 달과 6펜스 (서미싯 몸 / 송무 / 민음사)


(37) 사랑하지 말자 (김용옥 / 통나무)


(38) 모털엔진(MORTAL ENGINES) (견인 도시 연대기 1) (필립 리브 / 부키)

 


(39) 사냥꾼의 현상금 (견인 도시 연대기 2) (필립리브 / 부키)


(40) 악마의 무기 (견인 도시 연대기 3) (필립리브 / 부키)


(41) 황혼의 들판 (견인 도시 연대기 4) (필립리브 / 부키)


(42) 의자놀이(쌍용자동차 이야기) (공지영 / 휴머니스트)


(43) 내 아이가 살아갈 행복한 사회 (이상이, 김윤태 / 한권의 책)


(44) BBK의 배신 (김경준 / 비비케이북스)


(45) 그리스인 조르바 (니코스 카잔차키스 / 이윤기 / 열린책들)


(46) 하악하악 (이외수 / 해냄)


(47) 내가 알고 있는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 (칼 필레머 / 토네이도)


(48)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 최인자 / 현대문학)


(49) 거울 나라의 앨리스 (루이스 캐럴 / 최인자 / 현대문학)


(50) 소크라테스의 변명 (크리톤·파이돈·향연) (플라톤 / 황문수 / 문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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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달 2022-07-2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맙습니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줄리언 반스 / 다산책방 / 268쪽

(2013. 02. 16.)

 

 

마지막 책을 덮자마자 다시 읽게 만드는 책

별로 특별할 것 없는 인생의 말년 그에게 날아온 한통의 편지로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는 토니
자신의 삶에 만족한 삶을 산 토니였지만, 과연 그와 함께 했던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만족을 주었을까?
물론, 그 자신은 그렇게 추억(회상)하고 있지만 그의 말처럼 ‘전혀 감을 잡지 못하고 살아온 개인의 역사가 아닐까?’

 


 

  이 세상에 초침만큼 이치를 벗어나지 않는 게 또 있을까. 하지만 굳이 시간의 유연성을 깨닫고 싶다면, 약간의 여흥이나 고통만으로 충분하다. 시간에 박차를 가하는 감정이 있고, 한편으로 그것을 더디게 하는 감정이 있다. 그리고 가끔, 시간은 사라져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것이 정말로 사라져 버린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p. 12)

 

 

  사실, 책임을 전가한다는 건 완전한 회피가 아닐까요? 우린 한 개인을 탓하고 싶어 하죠, 그래야 모두 사면을 받을 테니까. 그게 아니라면 개인을 사면하기 위해 역사의 전개를 탓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개인을 사면하기 위해 역사의 전개를 탓하거나, 그도 아니면 죄다 무정부적인 카오스 상태 탓이라 해도 결과는 똑같습니다. 제 생각엔 지금이나 그때나 개인의 책임이라는 연쇄사슬이 이어져 있는 걸로 보입니다. 그 책임의 고리 하나하나는 모두 불가피한 것이었겠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아무렇지도 않게 다른 모드를 비난할 수 있을 정도로 그 사슬이 긴 건 아니죠. 주관적 의문 대 객관적 해석의 대치, 우리 앞에 제시된 역사의 한 단면을 이해하기 위해, 역사가가 해석한 역사를 알아야만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
(p. 26)

 

 

 “‘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입니다.”
  “그런가, 과연? 어디에서 읽었나?”
  “라그랑주입니다. 파트리크 라그랑주. 프랑스인입니다.”
(p. 34)

 

 

  인생이 다 그런 것 아니겠는가? 얼마간은 성취를, 얼마간은 실망을 맛보는 것. 나는 이제껏 재미있게 살아온 편이다. 다른 사람들 눈엔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해도 볼멘소리를 하거나 깜짝 놀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어쩌면, 어떤 면에서 에이드리언은 자신이 뭘 하는지 알았던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여러분도 알다시피 내 인생에서 뭔가 아쉬운 게 있다는 뜻은 아니다.
  나는 살아남았다. ‘그는 살아남아 이야기를 전했다.’ 후세 사람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 역사는 승자들의 거짓말이 아니다. 이제 나는 알고 있다. 역사는 살아남은 자, 대부분 승자도 패자도 아닌 이들의 회고에 더 가깝다는 것을.
(p. 100)

 

 

  젊었을 때는 노년에 겪을지 모를 고통과 황폐를 미리 예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는 결국 앞을 내다보는 행위일 뿐이다. 앞을 내다보고, 그러고 나서 그 미래로부터 과거를 돌아보는 자신을 상상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시간이 가져다주는 새로운 감정을 익히는 것. 예를 들면, 우리의 삶을 지켜봐온 사람이 줄어들면서 우리의 인간됨과 우리가 지금까지 어떻게 살았는가를 증명해줄 것도 줄어들고, 결국 확신할 수 있는 것도 줄어듦을 깨닫게 되는 것, 부단히 기록-말로, 소리로, 사진으로-을 남겨두었다 해도, 어쩌면 그 기록의 방식은 엉뚱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에이드리언이 줄곧 인용했던 말이 무엇이었나? ‘역사는 부정확한 기억이 불충분한 문서와 만나는 지점에서 빚어지는 확신이다.“
(p. 105)

 

 

 젊을 때는 서른 살 넘은 사람들이 모두 중년으로 보이고, 쉰 살을 넘은 이들은 골동품처럼 느껴진다. 그리고 시간은, 유유히 흘러가면서 우리의 생각이 그리 크게 틀리지 않았음을 확인해준다. 어릴 때는 그렇게도 결정적이고 그렇게도 역겹던 몇 살 되지도 않는 나이차가 점차 풍화되어간다. 결국 우리는 모두 ‘젊지 않음’이라는 동일한 카테고리로 일괄 통합된다.
(p. 107)

 

 

  누구나 그렇게 간단히 짐작하면서 살아가지 않는가. 예를 들면, 기억이란 사건과 시간을 합친 것과 동등하다고, 그러나 그것은 그와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이하다. 기억은 우리가 잊어버렸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말한 사람이 누구였더라. 또한 시간이 정착제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용해제에 가깝다는 사실을 우리는 명백히 알아야만 한다. 그러나 이렇게 믿는다 한들 뭔가가 편리해지지도 않고, 뭔가에 소용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인생을 순탄하게 살아가는 데는 아무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 사실을 무시해버린다.
(p. 111)

 

 

  어쩌면 이것이 젊은 사람과 나이 든 사람의 차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젊은 시절에는 자신의 미래를 꾸며내고, 나이가 들면 다른 사람들의 과거를 꾸며내는 것.
(p. 141)

 

 

  시간이란……. 처음에는 멍석을 깔아줬다가 다음 순간 우리의 무릎을 꺾는다. 자신이 성숙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그저 무탈했을 뿐이었다. 자신이 책임감 있다고 느꼈을 때 우리는 다만 비겁했을 뿐이었다. 우리가 현실주의라 칭한 것은 결국 삶에 맞서기보다는 회피하는 법에 지나지 않았다. 시간이란……. 우리에게 넉넉한 시간이 주어지면, 결국 최대한의 든든한 지원을 받았던 우리의 결정은 갈피를 못 잡게 되고, 확실했던 것들은 종잡을 수 없어지고 만다.
(p. 162)

 

 

  인간은 생의 종말을 향해 간다. 아니다, 생 자체가 아니라, 무언가 다른 것, 그 생에서 가능한 모든 변화와 닫힘을 향해. 우리는 기나긴 휴지기를 부여받게 된다. 질문을 던질 시간적 여유를. 그 밖에 내가 잘못한 것은 무엇이었나?
(p. 254)

 

 

  나는 용마루처럼 솟아오른 강의 파도가 달빛에 반짝이며 우릴 지나쳐 기세 좋게 거슬러 올라가 사라지는 가운데, 한 무리의 학생들이 어둠 속에서 손에 든 회중전등 빛줄기를 교차시키며, 고함을 지르며 그 뒤를 따르던 광경을 생각했다.
  거기엔 축적이 있다. 책임이 있다. 그리고 이 모든 것 너머에, 혼란이 있다. 거대한 혼란이.
(p. 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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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의 마법사
L. 프랭크 바움 / 현대문학 / 282쪽

(2013. 01. 29.)

 

 

1900년에 발표돼서 100년이 넘은 소설이지만 여전히 우리들에게 사랑 받고 있는 소설 시리즈로 무려 14권이나 나왔다는 사실은 사람들은 많이 모르는 것 같다.
지금 아이들에게 마법사하면 해리포터가 떠오겠지만, 우리 나이 또래에는 가장 유명한 마법사가 오즈가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미국에서 1939년에 발표한 영화 역시 주제가인 "OVER THE RAINBOW"와 함께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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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철 나무꾼은 자신에게 심장이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고, 그래서 남에게 잔인하거나 불친절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가 말했다.
  “너희처럼 심장을 가진 사람들을 이끌어줄 것이 있으니, 나쁜 짓을 저지를 일이 없지. 하지만 나는 심장이 없어서 굉장히 신중해야 해. 오즈가 내게 심장을 주면, 당연히 그렇게 신경 쓸 필요가 없겠지.”
(p. 74)

 

 

  “내게는 뇌가 필요 없어. 너는 매일 배워가고 있단다. 아기도 뇌를 갖고 있지만, 아는 것은 거의 없지. 사람은 경험으로 지식을 얻게 되거든. 네가 오래 살수록 더 많은 경험을 하게 될 거야.”
  “그것도 다 맞는 말이겠지만, 당신이 내게 뇌를 주지 않는다면 난 몹시 불행할 거예요.”
(p. 205)

 

 

  “난 네가 이미 용기를 가졌다고 믿는데. 네게 필요한 것은 자신감이야. 생명이 있는 것들은 무엇이든 위험한 것을 대하면 두려워하거든. 진정한 용기는 겁이 나더라도 위험과 마주치는 데 있고, 너는 그런 종류의 용기를 많이 가지고 있단다.”
  “그럴지 몰라도 여전히 겁이 나는 걸요. 두려움을 잊게 만드는 종류의 용기를 얻지 못한다면, 나는 몹시 불행할 거예요.”
(p. 205)

 

 

  “아, 그건 말이지……, 네가 심장을 갖고 싶어하는 게 틀린 생각 같구나. 심장은 사람들을 불행하게 만들거든. 네가 그 사실을 안다면, 심장이 없으니 운이 좋다고 생각해야 할 텐데.”
  “그건 견해의 문제겠지요. 내 입장에서는 당신이 심장만 준다면 아무 불평 없이 모든 불행을 견디겠어요.”
(p. 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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