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호메로스 / 천병희 / 숲 / 672쪽
(2013. 10.13.)

 

 

호메로스는 오뒷세우스의 이야기를 직접 창조하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구전 되오던 얘기들을 한데 모아 엮었을 뿐이다
하지만 호메로스의 독창성은 그러한 전통들을 주어진 그대로 엮어 나가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주제에 맞춰 어느 한 부분이 빠지거나 자리바뀜할 경우 전체가 무너질만큼 꼭 필요한 부분을 골라 적절히 배열하는 플롯에 있다.
이러한 짜임새있는 플롯으로 오뒷세우스는 일련의 서사적 사건들을 나열한 단순한 서사시들과는 다른 인류 최고의 고전으로 칭송 받는것 같다

 


  아이기스토스를 떠올리며 제우스는 신들 사이에서 말했다.
  "아아, 인간들은 걸핏하면 신들을 탓하곤 하지요. 그들은 재망이 우리에게서 비롯된다고 하지만 사실은 그들 자신의 못된 짓으로 정해진 몫 이상의 고통을 당하는 것이오. 아이기스토스만 하더라도 귀향하던 아트레우스의 아들을 죽이고 정해진 몫을 넘어 아가멤논의 아내와 결혼가지 했소! 그것이 자신의 갑작스런 파멸이 될 줄 알면서도 말이오. 우리는 훌륭한 정탐꾼인 아르고스의 살해자 헤르메스를 보내 오레스테스가 성년이 되어 고향 땅을 그리워하게 되면 아트레우스의 아들을 살해한 데 대해 복수하게 될 것이니 그를 죽이지도, 그의 아내에게 구혼하지도 말라고 미리 일러주었소.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말로도 헤르메스는 아이기스토스의 마음을 돌리지 못했고, 아이기스토스는 결국 모든 것을 다 잃고 말았소."
(p. 24 / 제1권 31~43)



  '너는 내게 자진하여 그것을 한 잔 더 주고 네 이름을 말하라. 지금 당장. 그러면 나는 너를 기쁘게 해줄 선물을 주겠다. 물론 퀴클롭스들에게도 풍요한 대지는 거대한 포도송이의 포도주를 가져다주고 제우스의 비가 그것을 자라게 해주지만 네가 준 이것이야말로 가히 암브로시아요, 넥타르로다.'
  '퀴클롭스, 그대는 내 유명한 이름을 물었던가요? 그대에게 내 이름을 말할테니 그대는 약속대로 내게 접대 선물을 주시오. 내 이름은 '아무도아니'요. 사람들은 나를 '아무도아니'라고 부르지요.
  내가 이렇게 말하자 그자는 즉시 비정하게 내게 대답했소.
  '나는 전우들 중에서 맨 나중에 '아무도아니'를 먹고 다른 자들을 먼저 먹겠다. 이것이 내가 너에게 줄 접대 선물이다.'
 (p. 205 / 제9권 355~370)



"나그네여! 지금 그대는 잠시 전과는 달라 보이시오.
옷도 다른 것들을 입고 있고 피부색도 다른 걸요.
그대는 틸림없이 넓은 하늘에 사시는 신들 중에 한 분이신 것 같아요.
자비를 베푸소소! 저희는 그대에게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제물들과
훌륭하게 만든 황금 선물들을 바치겠나이다. 저희를 살려주십시오!"
  참을성 많은 오뒷세우스가 그에게 대답했다.
"나는 신이 아니다. 왜 너는 나를 불사신으로 여기느냐?
나는 네가 그를 위해 신음하고 많은 고통을 당하고
남자들의 행패를 감수했던 네 아버지니라!"
이렇게 말학 그가 아들에게 입 맞추자 눈물이 두 볼에서
땅으로 흘러내렸다. 그가 늘 억제하던 눈물이었다.
(p. 356 / 제16권 181~189)



난 페넬로페를 위해 그리고 그대를 위해 그대의 발을
씻겨드리겠어요. 나는 그대가 염려되어 가슴이 두근거려요.
자, 그대는 이제 내가 하는 말을 귀담아들으세요.
고생에 찌든 나그네들이 지금까지 수없이 이곳에 왔지만
그대처럼 그렇게 체격과 목소리와 발이 오뒷세우스를
닮은 사람을 나는 여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듯해요.
(p. 428 / 제18권 376~381)



그러자 빛나는 눈의 아테네가 오뒷세우스에게 말했다.
"제우스의 후손 라에르테스의 아들이여, 지략이 뛰어난 오뒷세우스여!
목소리가 멀리까지 들리는 크로노스의 아드님 제우스께서 그대에게 노하시지
않도록 이제 그만하고 만인에게 공통된 전쟁의 다툼을 그치도록 하라."
  아테네가 이렇게 말하자 그는 흔쾌히 복종했다.
그러자 아이기스를 가진 제우스의 딸 팔라스 아테네가
마침내 앙편이 서로 맹약을 맺게 하니
그녀는 생김새와 목소리가 맨토르와 같았다.
(p. 532 / 제24권 54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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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강대진 / 그린비 / 688쪽
(2013. 10. 12.)

 

 


  『일리아스』를 소개한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오뒷세이아』라는 작품을 직접 읽을 사람들에게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지적해 주는 것이다.
(p. 5)

 

 

  많은 사람이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전, 혹은 이른바 '세계 명작'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온통 좋은 말들만 나와 있고, 그것이 읽기 어렵다는 얘기는 전혀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고전은 읽기 어렵다. 독자들은 보통 고전을 상친하는 그들에 '낚여서' 원작에 도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는 뭔가를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일로 되어 있어서, 누구도 고전이 읽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6)

 

 

  작품을 읽어나가는 데서 겪는 어려움과는 별도로 의미의 문제가 있다. 많은 독자들이 직접 작품을 읽으면서는, 전문가들이 칭찬한 것 같은 '좋은 점'을혼자 찾아내기가 또 만만치 않다. 그래서 끈기 있는 독자가 완독에 성공한 경우에도 얻은 것은 다소의 성취감뿐, 처음에 기대했던 감동이나 고전의 진가를 발견했다는 확신은 갖기 어렵다. 이 역시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떤 부분이 예로부터 주목 받으며 어떤 풍성한 해석을 끌어 모았는지, 그 부분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도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흔히 그냥 즐겁게 읽고 넘어가는 영웅의 모험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여러 해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 해석들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왜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래 읽히고, 왜 그렇게 자주 추천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p. 7)

 

 

  철저히 준비를 갖춘 후에 『오뒷세이아』를 읽겠다면, 『일리아스』 못지않게 희랍 비극 작품들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준비를 다 갖추자면 한이 없으니 그저 기회 닿는 대로 아무데서나 얼른 시작하라는 게 나의 충고다
(p. 40)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희랍 땅에서 만들어진 서사시(이야기 시)로서,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유렵 최초의 문학 작품이다. 작품 분량은 약 1만 2천 줄로 보통 두께의 책 한 권에 다 들어갈 정도이다. 전체는 스물네 개의 권으로 나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각 권은 희랍어 소문자로 표시되어 왔다. 예를 들어 δ149라고 되어 있으면 『오뒷세이아』 4권 149행'이란 뜻이다.
(한편 『일리아스』의 각 권은 대문자로 표시하는 것이 전통이어서, 책 제목 없이도 Δ149라고 되어 있으면 '『일리아스』 4권 149행' 이란 뜻이다.)
(p. 40)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던 영웅이, 바다를 떠돌며 모험을 겪은 후 20년 만에 집에 돌아와, 자기아내에게 구혼하면서 자기 집 재산을 먹어치우고 있는 횡표한 무리들을 처단하는 걸 주된 내용으로 한다. 간단히 줄이자면 '오뒷세우스의 모험과 복수'다. 이것이 『오뒷세이아』의 중심 주제 두 가지이다.
(p. 43)

 

 

  이 작품 마지막에 다시 선 질서는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다.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온갖 종류의 고난과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격고 온 영웅은 마지막에 새로운 질서로 한 단계 올라선다. 피의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우의에 기초한 평화를 확립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예부터 전해 온 전통적 요소, 고대의 지혜도 담겨 있지만, 청동기 문명 말기의 혼란과 암흑기의 모색을 뚫고 지나와, 새로운 시대를 맞은 지중해 인들의 경험과 반성 또한 담겨 있다.
(p.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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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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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천명관 / 문학동네 / 455쪽
(2013. 09. 29.)

 

노파 - 금복 - 춘희  삶의 이야기
가난을 공유하며 악착같이 돈을 모으던 나의 할머니시대 이야기인 노파의 삶
거대한 산업화의 물결속에 돈이 모든 것에 우선하던 우리 어머니 시대의 이야기인 금복의 삶
돈의 가치보다는 자기 안에 내재되어 있는 숭고한 가치를 위해 묵묵한 삶을 받아드리는우리가 목적하고 싶은 삶의 이야기인 춘희의 삶
지난 우리 세대의 삶을 되돌아보고 그 속에서 춘희라는 인물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잊혀져 가고 있는 삶의 순수한 지향성을 다시금 일깨워 줌으로써 우리의 삶과 인생을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

 

 


  인생을 살아간다는 건  끊임없이 쌓이는 먼지를 닦아내는 일이야.
  그것은 춘희와 같은 감방 안에 있던 한 여죄수의 말이었다. 얼굴이 온통 주근깨로 뒤덮여 있던 그녀는 청산가리가 든 음식을 먹여 자신의 두 딸과 남편을 독살한 죄로 사형을 선고 받았다. 그녀는 사형을 당하기 전까지 쉬지 않고 감방 안의 먼지를 쓸고 닦았다. 같은 방에 있던 조수들이 살날도 얼마 안 남은 사형수가 청소는 해서 뭐 하냐고 비아냥거렸을때, 청산가리는 걸레로 마룻바닥을 훔치며 그렇게 대답했다. 덧붙여, '죽음이란 건 별게 아니라 그저 먼지가 쌓이는 것과 같은 일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p. 10)



  콩닥거리던 가슴이 어느 정도 잦아들 무렵 그녀는 갑자기 눈을 크게 뜨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도저희 믿을 수 없는 광경이 눈앞에 펼쳐진 것이다. 그것은 자신이 살던 집보다 족히 서너 배는 됨직한 거대한 물고기였다. 물고기는 바다 한 복판에서 불쑥 솟아올라 등에서 힘차게 물을 뿜어올렸다. 주변에 있던 어부들도 물고기를 보고 놀라 탄성을 질렀다. 금복은 믿을 수 없는 거대한 생명체의 출현에 압도되어 그저 입을 딱 벌린 채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따. 물고기는 거대한 꼬리로 철썩 바닷물을 한 번 내리치고는 곧 물속으로 사라졌다. 실로 눈 깜짝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물고기가 사라진 뒤에도 금복은 한동안 벌린 입을 다물 줄 몰랐다. 넋을 잃고 있던 금복이 옆에서 구경하던 한 어부에게 그 거대한 물고기의 이름을 묻자, 그는 이상하다는 듯 금복을 쳐다보며 말했다.
  - 넌 고래가 뭔지도 모르는 걸 보니까 이곳에 사는 계집이 아닌가 보고나. 아까 그건 고래 중에서도 제일 큰 대왕고래란다.
(p. 49)



  과연 객관적 진실이란 게 존재할 수 있는 것일까? 사람들의 입을 통해 세상에 떠도는 이야기란 얼마나 신빙성이 있는 거일까? 칼자국이 죽어가면서 금복에게 한 말이 과연 진실일까?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죽음을 맞이할 때조차도 인간의 교활함은 여전히 그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일까? 여기서도 마찬가지, 우리는 아무런 해답을 찾을 수가 없다. 이야기란 본시 전하는 자의 입장에 따라, 듣는 사람의 편의에 따라, 이야기꾼의 솜씨에 따라 가감과 변형이 있게 마련이다. 독자 여러분은 그저 믿고 싶은 것을 믿으면 된다. 그뿐이다.
(p. 117)



  "글쎄요, 내가 가진 생각은 언제나 한 가지뿐예요."
  "그게 뭐죠?"
  "작고 누추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언젠가 文에게 말한, '썩은 조기든 금간 벽돌이든 팔 수 있기만 하면 된다'는 모토와 함께 금복의 사업가로서의 모든 태도가 담긴 말이었다. 금복은 담배연기를 길게 뿜으며 계속 말을 이었다.
  "사람들은 돈이 죄악의 근원이라고 말하죠. 하지만 천만에요. 모든 죄악의 근원은 가난입니다."
(p. 275)



  춘희는 자신의 인생을 둘러싼 비극을 얼마나 정확하게 인식하고 있었을까? 그녀의 육체는 영원히 벗어던질 수 없는 천형의 유니폼처럼 단지 고통의 뿌리에 지나지 않았을까? 그 거대한 육첸 안에 갇힌 그녀의 영혼은 어떤 것이었을까? 사람들이 그녀에게 보여줬던 불평등과 무관심, 적대감과 혐오를 그녀는 얼마만큼 이해하고 있었을까? 혹, 이런 점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독자들이 있다면 그들은 모두 이야기꾼이 될 충분한 자질이 있다. 왜냐하면 이야기란 바로 부조리한 인생에 대한 탐구이기 때문이다.
(p. 310)



  우린 어떻게 되는 거지?
  우린 사라지는 거야, 영원히. 하지만 두려워하지 마. 네가 나를 기억했듯이 누눈가 너를 기억한다면 그것은 존재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춘희는 뭔가 더 질문을 하려고 했지만 미처 입을 뗄 사이도 없이 둘의 모습은 순식간에 사라져 광대한 성간에는 희미한 목소리만 남게 되었다.
  꼬마 아가씨, 안녕.
  코끼리, 너도 안녕.
(p. 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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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91
조반니 보카치오 지음, 박상진 옮김 / 민음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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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카메론 1
조반니 보카치오 / 박상진 / 민음사 / 488쪽
(2013. 09. 15.)

 

 

서양 중세 신의 겉옷 뒤에 숨어 있었던 인간들의 자연스러운 욕망의 이야기들을 열흘동안 백개의 이야기들로 풀어놓은 작품

 

 

  여자는 섬세해서 자기 운명을 견디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에 운명에 휘둘린 여자들을 어떤 식으로든 치유하고 위로하기 위해서, 사랑에 빠진 그들이 구원을 받고 안식을 얻을 수 있도록, 백 편의 이야기를 들려 드릴까 합니다. 사랑에 빠지지 않은 여자들이야 바느질을 하거나 물레를 돌리거나 실을 감는 것으로도 충분하겠지만요. 이 이야기들은 신화나 우화, 역사 이야기라고 해도 좋습니다.
(p. 18)

 

 

  죽음을 피하듯 다른 사람들의 무절제한 사례들을 피하고, 여러분 각자가 몇 채씩 갖고 있는 시골 별장으로 가서 절제된 생활을 하는 것이 좋다는거예요. 그리하여 그곳에서 이성의 경계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우리가 추구할 수 있는 기쁨과 즐거움, 쾌락을 맛보자는 것이지요.
(p. 37)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우리는 언제 어디서 누구와 얘기를 나누느냐에 대해 항상 생각해야 합니다. 여자건 남자건 몇마디 우아한 짧은 말로 다른 사람들에게 창피를 주려다가, 자기 힘과 상대방의 힘을 제대로측정하지 못한 탓에 상대방에게 주었다고 생각한 무안이 자기한테 되돌아오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여러분은 자신을 잘 살피세요.
(p. 120)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잘 모릅니다. 흔히 부자가 되면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살 수 있으리라 생각하고 하느님께 부자가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곤 합니다. 고난과 위험에 맞서려는 노력을 하지도 않으면서요. 그런데 정작 부자가 되고 나면 부자가 되기 전에는 자기 생활을 누리며 살던 사람들이 그 막대한 유산 때문에 살해당하는 일이 일어납니다. 그는 이제야 최고의 행복을 얻었다고 여기지만, 그 행복은 자기도 이미 충분히 보고 들은 대로 끝없는 두려움과 공포로 물들어 있습니다. 육체의 힘과 아름다움, 또 장신구에 대한 열망이 큰 사람도 많습니다. 그들 역시 잘못된 욕망이 죽음과 불행의 원인이었다는 걸 뒤늦게 깨닫기도 한답니다.
(p. 222)

 

 

  인간의 욕망을 일일이 열거할 수는 없겠지만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어떤 인간도 운명적인 사건과 아무 상관없이 하나의 욕망을 완벽한 믿음으로 골라낼 수는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옳은 행동을 하고 싶다면, 우리가 무얼 필요로 하는지 홀로 아시고 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주실 수 있는 구분께서 우리에게 선물하신 것을 잘 받아들여 간직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남자들은 여러가지 욕망 때문에 죄를 짓지만 여러분처럼 우아한 여자들은 오직 한 가지, 즉 아름다워지려는 욕망 때문에 죄를 짓게 됩니다. 타고난 아름다움에 만족하지 못하고 더 아름다워지기 위해 엄청난 기교를 부리는 것이지요.
(p. 222)

 

 

  세상에는 몰라도 되는 일을 알아내거나 듣고서 이를 떠벌리고 싶어 하는 덜떨어진 사람들이 있지요. 그들은 다른 사람들의 감추어진 잘못을 들춰내면서 그 사람들이 한없이 되새기게 될 부끄러움을 덜어 주었다고 믿는 겁니다.
(p. 340)

 

 

  자기는 똑똑하고 다른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른다고 믿는 사람들이 꽤 많습니다. 그들은 남을 조롱했다고 믿지만 나중에 알고 보면 오히려 남에게 조롱받았음을 알게 되는 일이 허다합니다. 따라서 저는 쓸데없이 남의 재능을 시험하는 행동은 완전히 바보짓이라고 생각해요.
(p. 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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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학

아스토텔레스 / 천병희 / 숲 / 472쪽
(2013. 09. 07.)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학』은 국가의 문제를 그 주제로 다루며 국가의 형성, 구조, 바람직한 국가 형태에 관한 고찰과 더불어 정체론, 통치 기술 등에 관해 기술하고 있다. 국가가 개인에 우선한다며 인간의 사회성을 강조한 까닭에 개인주의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르네상스 이후로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음에도 꾸준히 읽혔으며, 지금도 대학에서는 정치학의 주요 텍스트 중 하나가 되고 있다.
(p. 8)

 

 

  그리스 도시국가(polis)들이 이미 소멸했음에도 이를 전제로 한 그의 『정치학』이 여전히 읽히고 연구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이 책이 플라톤의  『국가』(Politeia)처럼 주로 이상 국가에 관한 이론만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 현실 정체의 여러 종류와 그 변형을 세세히 다루며 그 발생 과정과 붕괴원인 그리고 보존 방법들을 상세히 제시하기 때문일 것이다.
(p. 9)

 

 

  아리스토텔레스는 정치학을 윤리학의 일부로 보았는데, 개인의 진정한 행복은 도덕과 질서가 바로 선 국가 공동체 안에서만 가능하며, 국가공동체의 도덕과 질서를 바로 세우는 것은 정치가들의 임무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런 윤리적 성격이 그의 『정치학』의 또 다른 특징이기도 하다.
(p. 10)

 


  모든 국가(polis)는 분명 일종의 공동체이며, 모든 공동체는 어떤 선을 실현하기 위해 구성된다. 무릇 인간 행위의 궁극적 목적은 선이라고 생각되는 바를 실현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모든 공동체가 어떤 선을 추구하는 것이라면, 모든 공동체 중에서도 으뜸가며 다른 공동체를 모두 포괄하는 공동체야말로 분명 으뜸가는 선을 가장 훌륭하게 추구할 것인데, 이것이 이른바 국가 또는 국가 공동체(politike koinonia)다.
(p. 15)

 


  자연은 어떤 목적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의 주장이다. 그런데 인간은 언어 능력을 가진 유일한 동물이다. 언어는 무엇이 유익하고 무엇이 유해한지, 그리고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밝히는 데 쓰인다. 인간과 다른 동물들의 차이점은 인간만이 선과 악, 옳고 그름 등등을 인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인식의 공유에서 가정과 국가가 생성되는 것이다.
  또한 국가는 본성상 가정과 개인에 우선한다. 전체는 필연적으로 부분에 우선하기 때문이다.
(p. 21)


 

  정체를 연구하려면 우선 국가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보아야 한다. 국가는 다수의 시민들로 구성된 복합적 전체다. 시민의 부정적 정의. 같은 장소에 거주하고 같은 법적 권리가 있다고 해서 시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의 특징. 재판 업무와 공직에 참여한다. 이런 개념은 엄밀히 말해 민주정체에만 적용된다. 보편타당한 정의 의결권과 재판권에 참여할 수 있는 사람은 누구나 시민이다.
(p. 131)

 


  정체를 구별할 때는 국가의 최고 권력의 종류와 국가가 추구하는 목적이 기준이 되어야 한다. 공동 이익과 완전한 삶이 국가의 목표다. 주인과 노예의 관계에서처럼 치자의 이익에만 봉사하는 지배 형태가 있다. 올바른 지배란 공동의 이익을 위해 동등한 자들과 자유민에게 행사되는 지배다.
(p. 148)

 

 

  공공의 이익을 추구하는 정체는 절대 정의의 기준으로 판단하건대 올바른 정체고, 치자들의 개인적인 이익만 추구하는 정체는 모두 잘못된 것이고 올바른 정체가 왜곡된 것이다. 왜냐하면 국가는 자유민들의 공동체인데, 그런 정체는 전제적이기 때문이다.
(p. 150)



  최고 권력은 원칙적으로 소수자가 아닌 민중 전체가 갖는 것이 더 좋다. 이런 명제는 다수의 미개한 민족 사이에서는 의심스럽다. 민중의 권한은 최고위 공직자들을 선출하고 감사하는 데 있다. 이러한 국가 제도에 대한 우려. 어떤 분야의 사람들에 대해 판단하고 감사하는 것은 문외환보다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 몫이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작. 두 번째 우려. 우리 국가의 가장 중요한 결정권을 유능한 자들이 아닌 대중에게 맡기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런 우려에 대한 반박. 국가의 권력을 행사는 것은 민중 가운데 한 명이 아니라. 법정과 민회 전체다. 결론적으로 국가의 최고 권력은 법이어야 한다.
(p. 162)

 

 

  올바르게 제정된 법이 최고 권력을 가져야 한다는 것과, 통치자는 한 명이든 여러 명이든 모든 경우에 보편타당한 규정을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법이 정확한 지침을 제공할 수 없는 엄무들만 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p. 166)

 


  정치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의다. 모든 학문과 기술의 궁극적인 목적은 선이다. 정의는 평등한 사람들에게 평등하게 분배하는 데 있다. 시민의 평등과 불평등의 판단 기준. 어떤 점에서 차이가 난다고 해서 시민들 사이에 본질적인 차이가 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우월성이 다 비교 가능한 것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공직을 배분할 때는 자유민의 신분, 부, 정의, 전사로서의 탁월함 같은 국가 존립에 필요한 요소들만 고려해야 한다.
(p. 167)

 


  학문이나 기술이 포괄적인 것이 되려면 모든 시각에서 대상을 고찰해야한다. 정치학의 과제, 진정한 정치가가 되려면 최선의 정체뿐만 아니라 가능한 정체와 쉽게 실현될 수 있는 정체도 고찰해야 한다. 정체와 법. 법을 정체에 맞춰야지 정체를 법에 맞춰서는 안 된다.
(p. 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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