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뒷세이아, 모험과 귀향, 일상의 복원에 관한 서사시
강대진 / 그린비 / 688쪽
(2013. 10. 12.)

 

 


  『일리아스』를 소개한 책에서도 그랬지만, 이 책의 목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오뒷세이아』라는 작품을 직접 읽을 사람들에게 읽는 방법을 가르쳐주고, 어떤 점에 주목해야 하는지 지적해 주는 것이다.
(p. 5)

 

 

  많은 사람이 고전 읽기에 도전했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을 것이다. 고전, 혹은 이른바 '세계 명작'을 소개하는 글들을 보면 온통 좋은 말들만 나와 있고, 그것이 읽기 어렵다는 얘기는 전혀 비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 고전은 읽기 어렵다. 독자들은 보통 고전을 상친하는 그들에 '낚여서' 원작에 도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우리 사회에서는 뭔가를 모른다고 인정하는 것이 매우 부끄러운 일로 되어 있어서, 누구도 고전이 읽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바로 이 어려움을 솔직하게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p. 6)

 

 

  작품을 읽어나가는 데서 겪는 어려움과는 별도로 의미의 문제가 있다. 많은 독자들이 직접 작품을 읽으면서는, 전문가들이 칭찬한 것 같은 '좋은 점'을혼자 찾아내기가 또 만만치 않다. 그래서 끈기 있는 독자가 완독에 성공한 경우에도 얻은 것은 다소의 성취감뿐, 처음에 기대했던 감동이나 고전의 진가를 발견했다는 확신은 갖기 어렵다. 이 역시 도움이 필요한 대목이다. 어떤 부분이 예로부터 주목 받으며 어떤 풍성한 해석을 끌어 모았는지, 그 부분의 영향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도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흔히 그냥 즐겁게 읽고 넘어가는 영웅의 모험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 지, 여러 해석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그런 해석들을 접하면서, 독자들은 왜 이 작품이 이렇게 오래 읽히고, 왜 그렇게 자주 추천되는지 이해하게 될 것이다.
(p. 7)

 

 

  철저히 준비를 갖춘 후에 『오뒷세이아』를 읽겠다면, 『일리아스』 못지않게 희랍 비극 작품들을 읽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준비를 다 갖추자면 한이 없으니 그저 기회 닿는 대로 아무데서나 얼른 시작하라는 게 나의 충고다
(p. 40)

 

 

  『오뒷세이아』는 기원전 8세기 희랍 땅에서 만들어진 서사시(이야기 시)로서, 현재 남아 있는 것으로는 유렵 최초의 문학 작품이다. 작품 분량은 약 1만 2천 줄로 보통 두께의 책 한 권에 다 들어갈 정도이다. 전체는 스물네 개의 권으로 나뉘어 있으며, 전통적으로 각 권은 희랍어 소문자로 표시되어 왔다. 예를 들어 δ149라고 되어 있으면 『오뒷세이아』 4권 149행'이란 뜻이다.
(한편 『일리아스』의 각 권은 대문자로 표시하는 것이 전통이어서, 책 제목 없이도 Δ149라고 되어 있으면 '『일리아스』 4권 149행' 이란 뜻이다.)
(p. 40)

 

 

  이 작품은, 트로이아 전쟁에 참가했던 영웅이, 바다를 떠돌며 모험을 겪은 후 20년 만에 집에 돌아와, 자기아내에게 구혼하면서 자기 집 재산을 먹어치우고 있는 횡표한 무리들을 처단하는 걸 주된 내용으로 한다. 간단히 줄이자면 '오뒷세우스의 모험과 복수'다. 이것이 『오뒷세이아』의 중심 주제 두 가지이다.
(p. 43)

 

 

  이 작품 마지막에 다시 선 질서는 단순한 과거의 복원이 아니다. 넓은 세상을 둘러보고, 온갖 종류의 고난과 온갖 유형의 인간들을 격고 온 영웅은 마지막에 새로운 질서로 한 단계 올라선다. 피의 복수의 악순환을 끊고 우의에 기초한 평화를 확립하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는 예부터 전해 온 전통적 요소, 고대의 지혜도 담겨 있지만, 청동기 문명 말기의 혼란과 암흑기의 모색을 뚫고 지나와, 새로운 시대를 맞은 지중해 인들의 경험과 반성 또한 담겨 있다.
(p. 6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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