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 vs 학부모
SBS 스페셜 부모 vs 학부모 제작팀 / 예담 / 360쪽
(2014. 12.01.)

 

 

 

  모친살해, 게임중독, 자실 그리고 사교육 별천지 대치동. 언뜻 나와는 상관없어 보이는 아이들의 이야기 속에서 당신은 쓰지만 몸에 좋은 보약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공부 잘했으면 하고 바라는 부모를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모와 아이 관계가 왜 자꾸 삐걱대는지, 부모의 경제력과 정보력에 숨은 함정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면 '설마?'는 '아하!'가 되고 불안은 사라질 것이며 화도 다스려질 것이다.
  세상이 달콤하고 행복으로만 가득하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현실은 냉혹하기만 하다. 그래서 정말 행복하게 살고 싶다면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고 그것을 극복해야만 한다. 남편이나 아내, 아이와의 관계에서 꼭 해야 하지만 두려워서 나누지 못하는 이야기가 있는가? 드디어 마주앉아 미루어두었던 이야기를 꺼내놓을 때처럼 마음을 가라앉힐 차 한잔을 준비해도 좋겠다. 가, 그럼 부모와 아이의 마음속으로 여행을 떠나보자.
(P.15)

 

 

  보통 부모들은 아이에게 문제가 생기면 감기 같은 질병을 치료하듯 아이 문제에만 집중한다. 아이가 아픈 것이니 아이만 치료하면 된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과 심리 문제는 반드시 온 가족이 함께 풀어야 한다.
(P.34)

 

 

  전문가들은 다음과 같은 것을 부모들에게 경고한다. 지금은 학업 부담과 경쟁에 대한 스트레스가 너무나 일반화되어 있기 때문에 겉보기에 별 문제가 없어 보이는 아이들도 마음을 놓기 어려운 지경이 되어가고 있다. 반항을 하는 아이들은 그래도 숨통이 트이기 때문에 자살을 하지는 않는다. 안타까운 것은 더 이상 달릴 에너지가 남지 않았는데 그런 사실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부모에게 전달할 수 없는 상태에 놓인 아이들이다. 이런 아이들은 부모가 보기에는 별 탈 없이 잘 가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속으로 병들다가 결국에는 무너지는 것이다.많은 경우, 그들이 부모에게 신호를 보내지 못하는 이유는 부모가 들어주지 않을 것이라 여기거나 아니면 부모에게 차마 말을 할 수 없어서이다. 부모가 강압적인 경우도 있고 아이가 너무 착해서인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P.72)

 

 

  중고교 시절을 기억해보시라. 이 책을 읽는 부모들에게도 친구들과 '죽고 못 살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친구들이 인정해주면 나는 가치 있는 존재가 되었고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은 늘 짧고 아쉬웠다. 밤새워 친구들과 이야기하고 틈날 때마다 어른들이 금지하는 것들을 감행하는 모험을 하면서 그만큼 자랐다고 우쭐 대기도 했다. 그때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고 놀러 다니는 걸 부모가 가로막는 게 얼마나 싫었던가. 그렇게 하고도 다들 멀쩡한 성인으로 자라나지 않았나. 지금 아이들은 그렇게 할 시간조차 없다. 아이들이 잠깐이라도 한눈파는 걸 부모들이 점점 더 못 참게 되는 것에는 그들이 경쟁에서 뒤질지 모른다는 부모의 불안감이 더 커지는 것과 함께 아이를 가르치는 데 드는 비용 가운데 점점 더 많은 부분이 부모의 주머니에서 나오게 되는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친구도 추억도 없이 자라고 있는 아이들에게 조금은 더 너그러운 시각이 필요한 때가 아닐까?
(P.95)

 

 

  "아이들 믿는다는 건 굉장히 힘듭니다. 너무너무 힘들어요. 어떤 때는 내가 잘하고 있는 건가 의구심이 생기고 불안감도 있죠. 그래도 참을 인 자 세 개 쓰고 마음을 놓으니 제 맘도 편해지고 아이와 관계도 좋아지고, 그러니까 아이도 결국 공부에 집중을 하더라고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참아주길 정말 잘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P.114)

 

 

 우리는 왜 자녀를 명문대에 보내려고 하는가? 집안에 모셔둘 명문대 졸업장이 필요한 것인가, 아니면 명문대를 발판 삼아 더 나은 미래를 꿈꾸도록 하기 위함인가. 요즘의 20대는 서울대와 카이스트를 졸업하고도 여지없이 취업난을 겪는 시대에 살고 있다. 세상은 달라졌으며 더 많이 달라질 것이다. 우리 아이들은 부모세대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미래에 살게 될 것이며, 그 세상을 스스로 헤쳐 나가야 한다. 아이의 인생은 길고, 대입은 그중 한 시점에 불과하다. 교복을 벗은 뒤, 누가 더 힘차게 오래 달릴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것은 명문대 졸업장이 아니다. 그것은 바로 부모의 신뢰와 배려 속에서만 성장할 수 있는 자기주도성이다. 당신은 어떤 부모가 되고 싶은가? 서울대 학생의 부모인가? 아니면 행복한 아이의 부모인가?
(P.119)

 

 

  주변과 비교해서 이 정도면 괜찮은 부모라고 안심하기보다 내 아이가 얼마나 아파하는지에 더 관심 갖는 것, 아이만 바라보고 아이 문제에 집중하기보다 매일 마음속의 거울을 닦고 부모로서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 변화는 아이가 아니라 언제나 부모 자신으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 말이다.
(P.146)

 

 

(도전에 직면한 자녀에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넌 할 수 있어! / 별것도 아닌데 잘할 거야.
아빠가 항상 옆에서 응원할게. / 얼마나 잘하는 한번 보자
네 속도대로 성장해가면 되는 거야 / 네 나이에 이 정도는 해야지
실수해도 괜찮아. 편안히 시도해보는 거야 / 아빠는 우리 아들(딸)만 믿어!

 

(자녀가 성취, 성공했을 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네가 내 딸(아들)이어서 너무 기뻐 / 쪽팔리게 불합격할까 봐 죽는 줄 알았다
너무 수고 많았어 / 100점이구나! 뭐 먹고 싶어?
네가 꼭 맞는 방법으로 열심히 노력했구나 / 우리 아들(딸) 천재구나!
값진 노력이 결실을 맺었구나! / 시험이 쉬었구나?
정말 열심히 했구나! / 다른 아이들은 몇 점 맞았니?
네가 바라던 대로 돼서 너무 기쁘다/ 넌 우리 가문의 보배야

 

(자녀가 학업적 부분에서 실패했을 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앞으로는 더 잘할 수 있을 거야 / 진짜 이것밖에 못하겠어?
한 번에 잘할 수는 없단다 / 아빠가 너만 했을 때는 말이야
몇 번 넘어졌다고 좌절할 필요 없어 / 형(동생)은 안 그런데 너는 왜 그러니?
잘 극복할 수 있을 거라고 믿어 / 안 되는 건 그냥 포기해
괜찮아. 다시 일어서면서 성장하는 거야. / 다른 사람이 널 어떻게 생각하겠니?

 

(자녀가 일상적인 부분에서 실수했을 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아빠도 그런 적 많아 / 너는 왜 이렇게 바보 같니?
그렇게 실수하면서 배우는 거야 /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는 거야
혹시 고민스러운 일이 있니? / 요즘 너 계속 그딴 식으로 한다.
사람이 실수할 수도 있는거야 / 너 내가 그렇게 될 줄 알았다
계속 실수하니까 많이 속상하겠구나 / 너 솔직히 일부러 이러는 거지

 

(자녀가 정서적으로 불안정할 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그 일에 대해 어떻게 하고 싶니? / 뭔데 진짜. 아빠가 해결해줄게
그동안 고민이 많았겠구나 / 어린 게 별 소릴 다 하네.
그래, 그런 생각도 들 수 있어 / 에이,아니야. 우리 아들(딸) 착하지?
아빠가 항상 네 옆에 있단다 / 계속 울면 너 안 본다
네가 지금 어떤 마음인지 알려주겠니 / 고민하면 밥이 나와, 떡이 나와?
신중히 생각해서 합의점을 찾아보자 / 도대체 어떻게 그런 게 좋을 수 있니?

 

(자녀가 부모와 대립할 때 하는 말)
(좋은 예 / 나쁜 예)
하고 싶지 않은 마음 충분히 알아 / 왜 이렇게 까다롭게 구냐?
솔직하게 말해줘서 고맙다 / 그런 식으로 하면 절대 용서 못한다
차분히 생각할 시간을 가져보자 / 그까짓 게 뭐 화낼 일이니?
조금만 표현을 순화해서 말해줄래? / 아빠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아빠가 무슨 오해가 있나 보다 / 아 진짜, 얘 또 시작이네.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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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범우사 / 534쪽
(2014. 11. 22.)

 

 

 

  '행복의 순간을 붙잡아라. 자신을 사랑하게 하고, 자신이 사랑하라. 이것이야말로 인생에서 유일하고 참된 것이며, 다른 것은 모두 무의미하다. 이 세상에 있어서의 우리들의 일은 오직 이것 하나밖에 없는 것이다'
(P.69)

 

 

  대체 악이란 무엇이며, 선이란 무엇인가? 무엇을 사랑하고, 무엇을 미워해야 할 것인가? 그리고 무엇을 위해서 사는 것이며, 또 나는 무엇인가? 살밍란 죽음이란 무엇인가? 어떠한 힘이 만물을 지배하고 있는 것일까?'하고 그는 자신에게 물었다. 이러한 의문들에 대해서 단 하나의 해답도 얻지 못했다. 오직 하나 해답 같은 것이 있기는 했지만 그것조차 논리적인 대답은 못 되며, 또 전혀 이러한 의문들에 대한 대답도 아니었다. 그 대답이란. '죽어 버리면 모든 것은 끝난다. 죽으면 모든 것을 알게 되든가, 그러잖으면 이런 의문을 갖지 않게 될 것이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죽는다는 것도 두려운 일이었다.
(P.97)

 

 

  '아무것도 생각해낼 수가 없다. 우리들이 알 수 있는 것은, 다만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의 지혜의 극한이다.' 그에게는 자기의 내부와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난잡하고, 무의미하며, 혐오스러운 것으로 생각되었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것에 대한 이 혐오 속에서 오히려 피에르는 일종의 초조한 기쁨을 발견하고 있었다."
(P.99)

 

 

  "당신의 생각은 나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고 늙은 조합원은 말했다. "당신이 말씀하시는 사고방식. 말하자면 당신 자신의 지적인 노력에 의해서 생긴 것이라고 자신하고 계시는 그 사고방식이라는 것은 대부분 사람들의 사고방식에 불과합니다. 오만과 나태와 무지에서 생긴 진부한 결과입니다. 실례의 말씀입니다만, 백작, 만약 내가 당신의 마음을 몰랐다면 이렇게 당신에게 말을 걸지는 않았을 겁니다. 당신이 생각하는 것은 슬픈 망상이라는 것이지요."
(P.102)

 

 

  "나는 젊음과 정력이 넘쳐 있는 동안에 충분히 나의 자유를 향락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그는 혼잣말을 했다. '행복하게 되기 위해서는 행복의 가능성을 믿지 않으면 안 된다고 피에르가 말한 것은 진리다. 나도 지금 그것을 믿는다. 죽은 자와 죽은 자로 하여금 매장케 하란 말이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한은 살아서 행복해져야 한다.' 그는 이렇게 생각했다.
(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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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평화(1)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범우사 / 504쪽
(2014. 11. 13.)

 

 


  <전쟁과 평화>는 <안나 카레니나>와 함께 톨스토이 문학의 최대 걸작이자 톨스토이 예술의 극치를 이루는 작품으로서 전 세계 문예비평가나 톨스토이 연구가 그리고 문학 애호가의 바이블적인 일대 로망이다. 또한 <전쟁과 평화>는 그 양이나 질 제재의 스케일에 있어서도 세계 문학 가운데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나 견줄, 근대 유럽 문학 최대의 예술 작품으로 헤아려지는 서사시적 대하소설이다.
  즉, 로망 롤랑이 말한 바 '19세기의 전(全) 소설계에 군림하는 거대한 기념탑'이자 '근대의 <일리아스>'이며, 그 구성으로 보아 아마 오늘날까지 씌어진 작품 가운데서 최대의 군중 소설이며 서사시일 것이다.
(P.5)

 

 

  피에르는 안드레이 공작을 온갖 완성된 것의, 그것도 그 전형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말하자면 그것은 안드레이 공작이 피에르가 갖고 있지 못한 모든 자질을 가장 완전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한 자질을 한만디로 말한다면 의지의 힘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온갖 계급의 사람을 침착하게 응대할 수 있는 능력, 비범한 기억력, 박학 - 그는 많은 책을 독파하고 온갖 사상에 밝고, 온갖 세상에 대하여 식견을 갖고 있었다. - 그리고 또 무엇보다도 귀중한 노동과 연구의 능력, 이러한 안드리에 공작의 자질에 대해 피에르는 경이의 눈을 돌리고 있었다. 또 자주 안드레이 공작의 공상적, 철학적 능력 - 피에르는 특히 이러한 경향을 지니고 있었다 - 의 결여라는 것이 피에르 놀라게는 했지만 그는 그것을 단점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힘이라고 까지 느끼고 있었다.
(P.56)

 

 

  아무리 사이가 좋고 아름답고 흉허물 없는 관계라 해도 아첨이라든가 찬사라는 것은 수레바퀴의 움직임에 기름이 필요한 것처럼 역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다.
(P.57)

 

 

  니콜라이 안드레예비치 볼콘스키의 지놀넹 의하면, 모든 인간 악행의 근원은 두 가지인데 그것은 즉 게으름과 미신이며, 또한 마찬가지로 미덕에도 두 가지가 있는데 그것은 활동과 지능이라는 것이다. 이 두 주요한 덕성을 딸의 내부에서 발달시키기 위해 스무살까지 그녀에게 대수와 기하를 가르치고 그녀의 생활 전체를 끊임없는 공부에 바치게 해왔던 것이다.
(P.157)

 

 

  출발을 앞두고 생활에 변화가 일어날 때에는, 자기의 행위를 신중하게 고려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흔히 진지한 사색적 기분에 젖는 법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체로 과거가 검토되고, 미래의 계획이 세워진다. 안드레이 공작의 얼굴은 몸시 명상적이고 부드러워 보였다. 그는 뒷짐을 지고 앞을 바라보면서 구석에서 구석으로 방안을 거닐며 깊은 생각에 잠긴 듯 머리를 내저었다.
  전쟁에 나가는 것이 두려운지, 그렇잖으면 아내를 두고 가는 것이 슬픈지, 아마도 그 양쪽 모두였으리라. 복도를 걷는 무서운 발소리가 귀에 들리자, 그는 자기가 이런 상태에 있는 것을 보이고 싶지 않은 듯 허둥지둥 뒷짐 진 손을 풀고 마차 돈궤의 덮개를 덮고 있는 체하면서 탁자 옆에 발을 멈추고, 여느 때처럼 침착하고 헤아리기 어려운 표정을 지었다.
(P.183)

 

 

  니콜라이 로스토프는 얼굴을 돌려 마치 무엇인가를 찾는 사람처럼 먼 경치며, 도나우 강물이며, 하늘이며, 태양을 바라보았다. 하늘은 뭐라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답게 보였다. 어쩌면 저다지도 푸르고 고요하고 깊을까! 그리고 저물어 가는 태양은 어찌 저다지도 휘황하고 장엄할까! 저 멀리 있는 도나우의 강물은 어찌 저다지도 부드러운 빛으로 반짝이고 있을까! 또 멀리 도나우 강의 저쪽에 검푸르게 바라보이는 산들, 수도원, 신비에 잠긴 계곡, 나무 끝까지 안개가 낀 소나무 숲, 이러한 것들은 더 한층 훌륭했다...... 거기에는 고요와 행복이 가득 차 있었다...... '만약 내가 거기에 있을 수만 있다면 아무것도 원하지 않을 것이다. 정말 아무것도 바라지 않을 텐데' 하고 로스토프는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나 개인과 그리고 저 태양 가운데에는 그지없는 행복이 있다. 그런데 여기는...... 신음과 고통과 공포와 그리고 이모호한 분위기, 허둥거리는 듯한 기분...... 글쎄, 또 무엇인가가 소리 지르고 있다. 그리고 다시금 모두들 뒤쪽으로 달려간다. 그리고 나도 그들과 함께 달려간다. 아아, 바로 저것이, 저것이, 매 머리 위와 나의 주위를 가로막고 있는 것이, 그렇다, 죽음이다..... 그리고 눈 깜짝할 사이에 나는 이제 이 태양도, 이 강물도, 이 골짜기도 볼 수 없게 될 것이다.....'
(P.258)

 

 

  '나는 누구에게도 필요 없는 인간이다!'하고 로스토프는 생각했다. '누구 한 사람 도와주는 사람도, 가엾게 여겨 주는 사람도 없다. 전에 집에 있을 때에는 건강하고, 쾌활하고, 모든 사람의 사랑을 받은 적도 있었건만' 하고 그는 한숨 쉬었다. 그리고 한숨과 더불어 저절로 신음 소리가 나왔다.
  "아니 어디 아프십니까?" 하고 병사가 불 위에다 셔츠를 털면서 물었다. 그리고 대답도 기다리지 않고 기침을 하더니 이렇게 덧붙였다. "오늘 하루 동안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서운 일입니다!"
  로스토프는 병사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는 불 위를 이리저리 날고 있는 눈송이를 보면서 러시아의 겨울...... 따뜻하고 밝은 집, 푹신푹신한 털외투, 쏜살같은 썰매, 건강한 몸, 가족의 애정과 걱정, 이러한 것들을 생각하고 있었다. '아아, 무엇 때문에 나는 이런 곳에 왔을까!' 하고 그는 생각했다.
(P.342)

 

 

  보리스는 이 순간 자기가 접하고 있는 인간이 최고 권력의 존재인 것을 알자 가슴이 울렁거리 것을 느꼈다. 그는 자기가 연대에 있을 때, 자기도 보잘것없는, 온순하고 부질없는 한 부분으로 느끼고 있던 그 거대한 집단의 움직임을 모두 좌우하고 있는 원동력, 그것을 지금 이 자리에서 직접 접촉하고 있는 자신을 의식하는 것이었다.
(P.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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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말하지 않은 23가지
장하준 / 김희정 / 부키 / 368쪽
(2014. 11. 09.)

 

 

 

  이 책이 반자본주의 성명서는 아니다. 자유시장 이데올로기를 비판한다고 해서 자본주의 자체에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수많은 문제점과 제약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는 인류가 만들어낸 가장 좋은 시스템이라고 믿는다. 그저 지난 30여 년간 세계를 지배해 온 특정 자본주의 시스템, 즉 자유 시장 자본주의를 비판하고 싶을 뿐이다. 자유 시장 체제가 자본주의를 운영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며, 지난 30년 동안의 성적표가 말해 주듯 최선의 방법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은 자본주의를 더 나은 시스템으로 만들어야 하고, 그렇게 만들 방법이 있음을 보여 준다.
(P.14)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이해하고 내가 말하는 '경제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행사해서, 의사 결정권을 가진 사람들에게 올바른 길을 선택하도록 요구하는 데에는 고도의 전문 지식이 필요하지 않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날마다 전문적인 지식 없이 온갖 종류의 판단을 내리고 있다.
  주요 원칙과 기본적인 사실을 알고 나면 상세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좋은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단, 한 가지 전제 조건은 신자유주의의 이데올로기가 씌워 놓은 장밋빛 색안경을 벗어 달라는 것이다. 이 색안경을 쓰고 보면 온 세상이 단순하고 아름다워 보인다. 그러나 이제 안경을 벗고 냉혹한 현실을 직시해 보자.
(P.15)

 

 

  자유 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시장에는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모종의 규칙과 한계가 있다. 시장이 자유로워 보이는 것은 단지 우리가 그 시장의 바탕에 깔려 있는 여러 규제를 당연한 것으로 여겨 규제로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시장이 얼마나 자유로운지를 규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방법도 없다. 자유 시장은 정치적으로 정의되는 것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자신들이 정부의 정치적 개입으로부터 시장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정부는 언제나 시장에 개입하고 있고, 자유 시장론자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정치적이다. 객관적으로 규정된 자유 시장이 존재한다는 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야 말로 자본주의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다.
(P.19)

 

 

  일반적으로 '성장을 촉진하는 부자들을 위한 정책', 그리고 '성장 감소를 부르는 빈자들을 위한 정책'으로 의미를 양분해서 말을 하는데, 실제로 부자들을 위한 정책은 지난 30년의 세월 동안 성장을 가속화사는 데 실패했다. 따라서 부자들에게 더 큰 파이 조각을 주면 결국에는 전체 파이가 커진다는 트리클다운 이론의 첫 번째 단계는 설득력이 없다. 또 두 번째 단계, 즉 윗부분에서 창출된 보다 큰 부가 아래로 흘러내려 결국 가난한 사람들에게 스며든다는 이른바 트리클다운 현상 역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는 마찬가지이다. 트리클다운 현상이 조금식 일어날 수는 있으나 그것을 시장에 맡겨 두면 그 효과는 미미하기 때문이다.
(P.184)

 

 

  가난한 나라가 가난한 이유는 그곳에 사는 개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가 부족해서가 아니다. 가난한 나라의 가난한 사람들이야말로 기업가적 에너지가 충만한 사람들이다. 부자나라가 부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은 개인의 기업가적 에너지를 집단적 기업가 정신으로 전환할 수 있는 능력 덕분이다.
(P.219)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각각의 개인(과 기업)들은 다른 누구와 소통없이 제각기 따로따로 어떤 결정을 내리지만, 이런 각각의 결정들은 누가 일부러 나서서 조정하지 않아도 서로 조화를 이룬다고 본다. 그들은 바로 이것이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으로 상징되는 자유 시장의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이런 일이 가능한 이유는 경제 주체들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어법에 따르면, 어떤 한 경제 주체가 '합리적'이라는 의미는 그가 자기 개인의 현 상황과 이를 개선하는 방법을 다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다는 뜻이다.
(P.224)

 

 

  교육은 소중하다. 그러나 교육의 진정한 가치는 생산성을 높이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잠재력을 발휘하고 더 만족스럽고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있다. 경제를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를 안고 교육을 확장하면 크게 실망할지도 모른다. 교육과 국민 생산성 사이의 연관성이 약하고 복잡하기 때문이다. 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생산적인 기업과 그런 기업을 지원할 제도를 확립하는 데 더 신경 쓸 필요가 있다.
(P.250)

 

 

  기회의 균등은 공정한 사회를 이룩하기 위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물론 훌륭한 성과를 올린 사람은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한다. 그러나 문제는 모든 사람이 같은 조건에서 경쟁을 했는가 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가 배가 고파서 수업 시간에 제대로 집중하지 못한다면 선천적으로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성적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 공정한 경쟁이 되려면 그 아이도 다른 아이들처럼 배불러 먹을 수 있어야 한다. 집에서는 생계비 지원을 받아 식사를 할 수 있도록 하고, 학교에서는 무료 급식을 통해 밥을 굶지 않도록 보살펴야 한다. 기회의 균등이 전정한 의미를 가지려면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의 균등이 보장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부모가 아이를 굶기지 않을 정도로는 돈을 벌 수 있어야 그 아이도 같은 조건에서 다른 아이들과 경쟁을 할 수 있는 것이다.
(P.276)

 

 

  좋은 경제 정책을 수행하는 데 좋은 경재학자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역사적으로 경제를 가장 잘 운영한 경제 관료들은 대부분 경제학 전공자가 아니었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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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오노레 드 발자크 / 박영근 / 민음사 / 420쪽
(2014.10.26.)

 

 

 

  인간들은 악덕은 용서하면서도 어떤 인간의 우스꽝스럽고 이상한 짓은 용서하지 않는 법이다. 그것 때문일까? 이 문제는 사회적 불공정성과 많은 연관을 지닌다. 어쩌면 진정한 겸손이나 무기력 또는 무관심으로 말미암아 모든 것에 고통받는 사람에게 계속 참으라고 하는 게 인간 본성일까? 우리는 어떤 사람이나 사물을 희생시켜서 자신의 힘을 증명하기를 좋아하지 않는가? 가장 허약하고 어린 부랑아조차도 얼음이 얼 때는 모든 집의 초인종을 눌러보거나, 몸을 추켜올려서 새로운 기념비 위에 자기 이름을  쓰려고 한다.
(P.26)

 


  속좁은 인간들이 지닌 가장 밈살스러운 버릇 중의 하나는 자신이 째째하니까 남들도 째째할 것이라고 억측하는 것이다.
(P.35)

 

 

  인간의 마음속에 선천적 감정이 있다면, 그것은 약자를 항상 보호하고 싶은 자존심이 아닐까? 여기에 사랑을 합쳐보라. 즉 순순한 영혼이 쾌락의 근원에 대하여 일으키는 열렬한 감사의 뜻을 여기에 포함시켜 본다면, 우리는 수없이 정신적으로 불가 사의한 점들을 이해하게 된다.
(P.123)

 

 

  사상은 틀림없이 그것의 구성력에 비례해서 밖으로 투사된다. 그래서 박격포에서 발사되는 포탄을 유도하는 수학적 법칙과 비교될 수 있는 법칙에 의해, 이 사상은 뇌가 유도하는 곳을 엄습하게 된다. 이것의 효과는 다양하다. 사상의 탄환을 맞아 파괴되는, 심성이 부드러운 사람들이 있다. 또한 성벽에 부딪히는 탄환처럼, 다른 사람의 의지를 누그러뜨리고 약화시키는, 철벽 같은 두개골과 견실한 골격을 지닌 사람들도 있다. 게다가 마치 각면보의 무른 흙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포탄처럼, 다른 사람의 사상을 소멸시키는, 무기력하고 힘없는 사람이 있는 법이다.
(P.135)

 

 

  세상만사를 궁리한 끝에 취할 길이란 두 가지밖에 없네. 어리석게 복종하든지, 아니면 반항뿐이지.
(P.143)

 

 

  어떤 종류의 남자들을 찾고 있는가를 여자들에게 물어보게. 야심가를 찾는다고 말할 걸세. 야심가란 다른 사람보다도 튼튼한 허리와 철분이 풍부한 피와 뜨거운 마음을 갖고 있으니까 말일세. 그리고 여자들이란 자기가 튼튼하다고 느낄 때, 매우 행복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법이거든. 따라서 여자들은 힘이 센 남자를 더 좋아하는 걸세. 설사 그 남자에게 꺾일 위험이 있다손 치더라도 말이네.
(P.144)

 

 

  내가 자네한테 해줘야할 충고가 또 있다면 자네 의견이나 얘기에 너무 고집 부리지 말라는 것일세. 다른 사람들이 자네가 고집을 꺾길 바란다면 팔아버리게. 자기 견해를 절대로 바꾸지 않는다고 자랑하는 사람이란 항상 외곬에 빠진 사람이고, 자신이 절대로 실수하지 않으리라고 믿는 바보일세. 원칙이란 결코 없네. 단지 사건들만 존재한다네. 법률이란 없네. 오로지 상황만이 있을 뿐이지. 뛰어난 사람은 사건과 상황에 순응해서 그것을 조종하는 법이야. 확고한 원칙과 법이 존재한다면, 국민들은 셔츠를 갈아입듯이 원칙과 법칙을 바꾸지는 못할 걸세. 한 개인이 국민 전체보다 더 현명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네.
(P.154)

 

 

  젊은 시절에는 양심이 부당한 쪽으로 기울어지면 양심의 거울을 감히 볼 수 없는 법이다. 그러나 중년이 되면 이 양심의 거울에 자기 모습을 비춰볼 수 있다. 여기에 인생의 두 가지 국면 사이에 나타나는 모든 차이점이 깃들여 있다.
(P.160)

 

 

  내 인생, 바로 내 인생은 내 두 딸에게 달려 있소. 그애들이 행복하다면, 내 새끼들이우아하게 옷을 입는다면, 그애들이 융단 위를 걸어다니기만 한다면, 내가 무슨 옷을 입건 내가 누운 곳이 어디이건 무슨 상관이 있겠소? 그애들이 따뜻하면 나는 춥지 않소. 그애들이 웃으면 나는 결코 슬프지 않소. 그애들이 슬퍼할 때에만 나는 슬프다오. 당신이 아버지가 되었을 때 당신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를 듣고 <저애는 내가 낳았지!>라고 생각해 보시오. 그러면 어린 것들의 피 한 방울 한 방울이 당신과 연결되어 있다는 걸 느끼게 될 거요. 그애들은 당신 피에서 피어난 가냘픈 꽃들이오. 어린애들 피부에 당신이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그애들이 움직일 때 당신도 움직이고 있다고 믿게 될 것이오. 그애들 목소리가 도처에서 내게 들려오는 것 같소. 그애들 눈초리가 슬퍼 보이면, 내 피가 얼어붙는 것 같소. 그애들 눈초리가 슬퍼 보이면, 내 피가 얼어붙는 것 같소. 앞으로 당신도 당신 행복보다 자식들 행복에 대해 더 즐거워하게 된다는 걸 알게 될 거요. 어떻게 설명해야 할 지 모르겠소. 몸의 도처에서 기쁨을 내뿜는 내적인 움직임 말이오. 결국 나는 세 배의 삶을 사는 거요.
(P.181)

 

 

  명백한 죄는 가정 환경에서 비롯한 성격 차이와 다양한 이해 관계 및 처지 때문에 모습을 수없이 바꾸면서 용서받게 마련이다. 하지만 형식상 요지부동한 사회 규범은 흔히 이런 경우에 유죄를 선언하는 법이다.
(P.350)

 

 

  그는 마지막 힘을 내어 두 손을 펴서 침대 양쪽에 있는 두 학생의 머리에 부딪히자 두 사람 머리털을 억세게 붙잡았다. 그러고는 <아! 내 천사들아!>하고 힘없이 부르짖었다. 이것이 언어의 날개를 타고 날아간 영혼이 중얼거린 두 마디 말이자 강한 속삭임이었다.
  "불쌍한 노인이지"
  실비가 말했다. 그녀는 거짓말 중에서 가장 무섭고 가장 무의식적인 거짓말이 마지막으로 격앙시킨 최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이 절규에 감격했다.
  이 아버지의 마지막 탄식은 기쁨의 탄식임에 틀림없다. 이 탄식은 그의 일생 전부를 표현했다.
(P.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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