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카레리나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 박형규 / 문학동네 / 2009 / 464쪽
(2015. 03. 14.)

 


  행복한 가정은 모두 고만고만하지만 무릇 불행한 가정은 나름나름으로 불행하다.
(P.11)

 

 

 스테판 아르카디아치는 정치적 지론이나 견해를 자기가 직접 선택하진 않았다. 오히려 그러한 주장이나 견해가 자연스레 그한테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마치 그가 모자나 프록코트의 스타일을 고르지 않고 여느 사람들이 입고 있는 그대로 따라 입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상류사회에서 생활하는, 또한 나이를 먹으면서 어떤 심적 활동에 대한 요구를 갖게 된 그에게 이런저런 일들에 대해 견해를 갖는다는 것은 마치 모자를 갖는 것과 마찬가지로 불가결한 일이었던 것이다. 만약 그가 자유주의적 주장을(그 주위의 대다수 사람들이 마찬가지로 품고 있던 보수적인 주장 이상으로) 존중하고 있는 것에 어떤 이유라도 있다면, 그가 자유주의적 경향을 보다 현명한 것으로 인정하였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그의 생활양식에 한결 잘 맞았기 때문임에 불과하였다.
(P.22)

 


  세상에는 자기의 운좋은 경쟁자를 만나면 언제나 상대가 지닌 일체의 장점을 외면하고 그저 단점만을 보려고 하는 사람과, 그와는 반대로 경쟁자에게서 자기보다 뛰어난 구석을 발견하려는 생각으로 마음이 옥죄는 듯한 아픔을 느끼면서도 그저 장점만을 찾아내려고 하는 사람이 있다.
(P.106)

 


  "아아, 당신 나이 땐 정말 행복하지요." 안나는 계속 했다. "나도 마치 스위스의 산줄기에 걸려 있는 것과 같은 그 하늘빛의 안개를 기억하고 있고 또 알고 있어요. 그 안개는 바로 유년 시절이 끝나가는 그 행복한 시기에 온갖 것을 가리우고 있죠. 그러나 그 거대하고 즐거운 세계에서 나오면 앞길은 차츰차츰 좁아져요. 겉으론 밝고 아름답게 보이지만, 그 외길로 들어가는 것이 즐겁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한...... 우리는 누구나 다 이런 길을 지나오게 마련이죠."
(P.150)

 


  "너도 알겠지만, 자본은 노동자를 압박하고 있어. 우리나라의 노동자와 농민은 모두 노동이라는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있는 데다가 아무리 뼈가 녹아나게 일을 해도 그 가축 같은 상태에서 빠져나갈 수가 없게 돼 있단 말야. 사실 노동으로 인한 모든 수익이라는 것은 그들이 처지를 개선하고 자기들을 위해서 여가를 얻고, 그 결과로 교육도 받는 데 쓰여야 하는 거지. 하지만 그런 이윤이라는 게 모조리 자본가들에게 수탈당하고 있지 않은가 말야. 이처럼 오늘날의 사회는 그들이 일을 할수록 상인이나 지주 들의 배는 살찌지만 그들 자신의 영구히 노동하는 가축으로 지내고 마는 제도로 형성되어버렸단 말이야. 그래서 이런 제도를 개혁하지 않으면 안 된단 말이지."
(P.178)

 

 

  "우린 친구가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당신 자신도 알고 계시잖아요. 우리 두 사람은 그저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 되든지 가장 불행한 사람들이 되든지 둘 중 하나예요. 그리고 그것은 당신의 손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P.278)

 


  "아녜요, 당신은 잘못 알지 않았어요." 그녀는 그의 싸늘한 얼굴을 절망적으로 쳐다보면서 천천히 마랬다. "당신은 잘못 알지 않았아요. 난 절망했었어요. 절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난 당신의 말을 들으면서 구분을 생각하고 있어요. 난 그분을 사랑하고 있어요. 난 그분의 애인이에요, 난 당신을 견딜 수가 없어요. 난 당신을 두려워하고 있어요. 미워하고 있어요......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주세요."
  그녀는 이렇게 말하고 마차의 한쪽 구석에 몸을 던지더니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는 흐느끼기 시작했다.
(P.416)

 


  그녀는 자기가 새로 알게된 것을 모두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자기가 되고 싶었던 대로 될 수 있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속이고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녀는 마치 꿈속에서 깨어난 것만 같았다. 위선이며 자기기만 없이 그녀가 오르고 싶어했던 그 높은 경지를 유지하기란 어렵다는 걸 그녀는 통감했다. 그뿐 아니라 그녀는 자기가 살고 있는 세계, 슬픔이며 병이며 죽음의 지경에 이른 사람들의 세계에서 압박감을 느꼈다. 그리고 그 세계를 사랑하기 위해서 자기가 가하여온 그 노력도 갑자기 고통스럽게 여겨져서 한시바삐 맑은 공기속으로, 러시아로, 언니 돌리가 아이들을 데리고 옮겨갔다는 예르구쉬오보로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P.4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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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 송승훈 / 서해문집 / 2012 / 320쪽
(2015. 03. 14.)

 


꿈은 그 꿈을 이루었을때보다
꿈을 이뤄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할때가 더 행복한 것처럼
언젠가 나만의 집을 갖고 꾸미고 살기를 희망하며 내집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할때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실전 건축 팟캐스트, 집구석에서 소개해 줘서 읽게 된 책이지만
평상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그리고 나만의 집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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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주고받은 사적인 이메일을 간추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건축, 아니 집이 화제다. 이 책은 '집'이 중심인 대화다. 대중이 집과 건축을 이해하는 폭과 결을 넓히는 데 이 대화가 한몫했으면 좋겠다.
  남이 보면 사소하고 일반적인 것이 개인에게는 중요하고 특별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집 짓는 일이다. 이 책은 집 짓는 이야기다. 집은 사람이 짓는다. 그러니 집보다 사람이 먼저다. 집을 짓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P.19)



  제가 처음 건축을 볼 때는 기하학 외형이 세련된 건축물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건축물 안에 이런저런 계기로 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겉보기에 세련되고 여러 기획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단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 몸에 편하지 않으면 보기 좋은 게 쓸모없구나 생각했지요. 두 번째 단계에서는 몸에 좋은 집을 우선으로 하게 되었지요. 세련된 기하 구성보다는 보기에 적당하고 무난하고 몸에 편하면 그게 더 좋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이때도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집 공간이 구성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사는 사람의 생활양식에 어울리도록 공간이 구성된 집이 좋은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형태와 소재만 보던 지난 시기를 지나서,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집의 구성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P.93)

 

 

  날씨가 좋은 날이면 옥상이나 이런 곳에 의자를 내놓고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소리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려면 비가 올 때 창문을 여어도 비가 들이지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창이 다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창이 하나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P.113)

 

 

 좋은 전시를 구경하러 간 게 아니라서 오래 머물지 못했는데 가만히 보면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읽고 싶은 책 읽듯이(그 행복이 그윽함이라니!) 여행도 그리 그야 되는데 참 나서기 어려운 것이 세상살이지요.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은 때 가고 싶은 사람과 머물고 싶은 내내...... 결국 여행은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인데 아, 오늘 저는 또 다른 프로젝트 속에서 축소된 도면을 놓고 그 공간과 시간을 상상이나 해야겠습니다.
(P.227)

 


  살아 보니, 툇마루가 아주 좋아요. 바깥에서 일하다가 잠시 몸을 뉘여 쉬고, 빨래를 널고, 손님들이 많이 올 때 상을 퇴마루에 내놓고 밥을 먹습니다. 집 지을 때는 사이가 안 좋다가 어느새 오고가는 사이가 된 뒷집 분도 와서는 툇마루 하나는 참 부럽고 탐이 나서 떼어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P.289)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안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툇마루에 신발 벗고 안장서 한숨을 돌린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쐬고 있으면, 낮에 일하느라 열이 오른 몸이 편안해진다. 야근하고 올 때는 툇마루에 누워서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들어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특히 여름날에는 옥상이나 2층 뒷마당에 나가 있으면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쉬는 날 아침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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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이후, 인생길 - 독서 100권으로 찾는
한기호 / 다산초당 / 2014 / 272쪽
(2015. 03. 09.)

 

 

그동안 막연하게 책 속에서 찾고 있던 무엇인가를 일깨워준 책인것 같습니다.

과연 나는 지금 현재 나의 삶에 대해 만족하고 있는지...

이젠 꿈을 갖기엔 너무 늦은 나이인지...

미래에 대한 희망보다는 하루하루 힘겨운 삶의 무게에 눌려 버티고만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하던 차에 인생의 오솔길이란 단어가 나의 가슴을 울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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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석,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되도록 많으 스펙을 쌓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대학의 전문 과정에서 배우는 것과 스펙은 경쟁자가 많아 너무 빨리 진부해집니다. 무엇보다 극심한 시대 변화를 기술이 따라 갈 수 없습니다. 그리고 아무리 실력을 쌓아도 신흥국의 노동자에게 일자리를 빼앗기기 십상입니다
  그런 한계에서 벗어나려면 우리는 '인문학'이라 부르는 '교양'을 쌓아야 합니다. 일반 교양은 원래 '리버럴 아트'(liberal arts), 즉 '인간을 자유롭게 하는 학문'이라고 부릅니다. 교양은 어떤 상황에서도 역경을 이겨낼 수 있는 보편적인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세상을 구조적으로 이해하는 방법론을 담고 있기에 인간성이나 상상력을 키울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인맥을 형성하게 만듭니다. 좋은 지인, 좋은 친구가 늘어나면 이루지 못할 일이란 없는 법이 아닌가요?
(P.11)

 


  우리가 '리버럴 아트'를 공부하는 것은 노예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살기 위함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누구나 달리고자 하는 '10차선 도로'를 버리고 나만이 평생 걸을 수 있는 '오솔길'부터 찾아야 합니다. 이제 어느 분야나 1등만 살아남는 구조로 변하고 잇습니다. 그리고 지금 잘 나가는 모든 직업이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나 자신이 평생 하고 싶고, 남보다 잘할 수 있고, 해서 즐거운 일으부터 선택해야 합니다. 남들이 한 번도 걷지 않은 미답의 길이면 더욱 좋습니다. 그게 바로 '오솔길'입니다.
  오솔길을 정한다음에 그 분야에 대한 책을 입문서부터 전문서까지 100권을 골라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 말한 '교양'에 관한 책을 적어도 100권은 읽어야 합니다. 그걸 우리는 줄여서 고전이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인문학은 밥이다>의 저자 김경집은 "고전은 인간의 삶, 그리고 세상에 대한 보편적 가치를 대가의 시선으로 해석하고 표현한 것이다. 그것은 텍스트로서의 답을 가르치지도 요구하지도 않는다. 읽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자신의 삶과 세상을 읽어내는 시선을 보여줄 뿐이다. 하지만 그 안에는 수많은 진실과 가치가 깔려 있다. 그 힘은 우리의 삶을 관통하고 우리에게 인간의 가치와 삶의 의미에 대해 성찰하게 함으로써 자신을 키우고 버텨낼 수 있는 힘을 준다"고 고전이 지닌 중요성과 가치를 설명했습니다.
(P.12)

 


  인간이 전문지식이나 스펙을 쌓는 속도에 비해 산업 구조의 속도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다 보니 박사학위까지 따내며 힘겹게 축적한 전공지식과 스펙이 눈 깜짝할 사이에 무용지물이 되는 사태가 속축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최첨단 기술을 보유했다해도 향후 기술은 더욱 급격히 발전할 것이기 때문에 세상의 변화에 대처하기에는 힘겨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세상에서 자라나는 세대가 평생 일할 안정된 직장을 구하기 위해 엑스퍼트가 되려 한다면 처음부터 인생을 포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니 프로페셔널이 되어야 합니다. 프로페셔널이란 전문 분야에서 횡적인 지식과 경험를 갖추고 상대의 교우게 맞추어 이를 적절히 제공할 수 있는 능력입니다.
(P.74)

 


  "전기드릴이 잘 팔리는 상황을 보고 '더욱 상황이 뛰어난 드릴을 팔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엑스퍼트라면 근본적인 것까지 고려해 '고객이 원하는 것은 드릴이 아니라 구멍을 뚫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피 프로페셔널"입니다.
  프로세셔널이 되기 위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책을 읽으면서 통찰력을 키워야 합니다. 인간 세상을 정확히 바라볼 수 있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편집력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컨셉력입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모든 정보를 활용해 즉각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런 능력을 키우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어떤 책이냐가 중요합니다.
(P.75)

 

 

  '자명등(自燈明)'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석가가 숨을 거두려 할 때의 일입니다. "앞으로 저희들은 누구를 의지하며 살아야 합니까?" 이렇게 말하며 슬퍼하는 제자에게 석가는 "내가 죽으면 스스로 생각하고 스스로 결정해라. 이를 위해 나는 모든 것을 가르쳤다", "너희들은 저마다 자신을 등불로 삼아야 하며 누군가 밝혀주는 등불을 의지해 어둠 속을 걷지 말고 스스로 등불이 되어야 할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길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여라'라는 말이 있지요. 이 말은, 만약 무엇이든 알고 있는 부처(석가)를 만나면 그것은 진짜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어 하는 자신의 약한 마음이 만든 환경이므로 곧바로 이런 마음을 비워야 한다는 뜻입니다.
(P.85)

 


  지금 젊은이들에게는 "삶의 중요한 고비 때에는 참조할 만한 의견"을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아버지는 꼰대같이 굽니다. 내 인생의 진로를 선택하는 데 차라리 없는 편이 낫습니다. 민주화를 소리 높여 외친 적은 있으나 삶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소주병이나 까면서 자식에게 독설이나 퍼붓는 부모를 좋아할 자식이 있을까요? 일찍이 김애란은 <달려라, 아비>(창비)에서 아버지는 사라졌다고 일갈했습니다. 아버지는 씨만 뿌려놓고 집을 나가서 지금도 달리고만 있습니다.
  지난날 부모는 자식에세 스펙을 쌓으라고 강요했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스펙은 '노예의 학문'입니다. 자기계발서를 열심히 읽어도 결국은 노예 신세에서 헤어나기 어렵습니다. 스카이가 아니라 하버드나 스탠퍼드를 나와도 세상에서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이제 부모가 자식에게 할 말이 있을까요?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쌓았다는 이케아 세대의 운명이 그러하니 다음 세대는 더더욱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까?
(P.100)

 


  퍼블리킹은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만들어진 책은 포트폴리오나 다름없습니다.책 한 권은 한 삶의 운명을 바꿉니다. 여러분도 책을 써보지 않겠습니까? 그런 책을 내고 나면 자신 있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정말 좋아하고, 해서 즐거운 분야를 찾아서 꾸준히 책 읽는 일부터 시작해보십시오. 어떤 분야든 입문서에서 전문서까지 100권만 읽으면 전문가 못지않은 안목을 갖출 수 있습니다. 아, 물론 학생들은 고전을 적어도 100권은 더 읽어야만 인간을 근본에서 이해할 수 있습니다. 200권 읽기는 대학 시절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으면 가능한 목표입니다.
(P.117)

 


  자신이 평생 하고 싶었고, 가장 잘할 수 있고, 가장 즐겁게 할 수 있는 분야의 책 100권을. 입문서부터 전문서까지 모두 포함할 수 있어 이 책들만 읽으면 전문가 수준이 될 것입니다. 일주일에 2권씩 읽으면 1년이면 족합니다. 1차 베이비붐 세대라 해도, 나이가 아무리 많아도 환갑까지는 몇 년 남았습니다. 100세까지는 무려 40년 넘게 남았습니다. 그러니 인생을 새로 시작해 보는겁니다.
(P.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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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저 2만리
쥘 베른(지은이) / 쥘베르 모렐(그림) / 김석희 / 작가정신 / 568쪽
(2015. 03. 01.)

 


“쥘 베른은 우주적인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매우 드물고 아름다운 능력이다. 이런 재능을 이 정도로 소유한 사람이 제1급의 작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인이자 놀라운 예언자이며 능력 있는 창조자였음을 어느 누가 감히 부인할 것인가? 과학자, 곧 연구자를 경이로운 것들을 노래하는 시인과 연결시킨 것은 다름아닌 ‘상상력’이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 감정들을 묘사하는 것, 그것은 과학과 시정(詩情)이 동시에 하는 역할이다.”
- 아나톨 르브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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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다는 실제로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는 바다가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바다에 열과 소금과 작은 동물을 늘려주었습니다. 조물주가 해야 할 일은 그것 뿐이었지요. 열은 밀도의 차이를 낳고, 밀도의 차이는 조류를 일으킵니다. 극지방에서는 증발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증발이 아주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열대와 극지방의 물은 끊임없이 교환됩니다. 나는 수면의 물이 바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것이야말로 바다의 호흡입니다. 나는 수며에서 덥혀진 소금물 분자가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영하 2도에서 최대 밀도에 도달하고, 온도가 더 내려가면 가벼워져서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선견지명을 가진 이 자연의 법칙을 통해 얼음이 수면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P.173)

 


  바다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소금이 있습니다. 바다에 녹아 있는 소금을 추출해내면 2억 8천만 입방킬로미터가 되는데, 이것을 지구 전체에 깔아놓으면 10미터가 넘는 소금층이 생겨날 겁니다. 이렇게 많은 소금이 바다에 녹아 있는 것을 단순한 자연의 변덕으로 생각지는 마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은 바닷물의 증발을 방해하고, 그래서 바람이 지나치게 많은 수증기를 가져가버리는 것을 막아주지요. 바람이 수증기를 너무 많이 머금고 있으면 온대지방은 온통 물에 잠겨버릴 겁니다. 소금은 지구 전체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입니다!
(P.174)

 


  네모 선장의 놀라운 배가 가장 무서운 바다를 이겨내고, 그렇게 많은 배가 목숨을 잃은 그곳에서 살아남았기를 바란다. '노틸러스'호가 살아남았다면, 네모 선장은 스스로 주국으로 택한 바다에 아직 살고 있다면, 그 거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심이 가라앉기를 바란다! 바다의 수많은 경이를 보고 복수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입법자 노릇을 그만두고, 과학자로서 평화로운 해저 탐험을 계속하기 바란다! 그의 운명은 야릇하지만 숭고하기도 하다. 내가 왜 그것을 모르겠는가? 나는 열 달 동안이나 그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성서가 6천 년 전에 제기한, "너는 바닷 속 깊은 곳을 거닐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는 것은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두 사람, 네모 선장과 나뿐이다.
(P.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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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365
학교도서관저널 선정위원회 / 학교도서관저널 / 400쪽
(2015. 02.21.)

 


  <그림책 365>는 하루에 한 권씩 1년 동안 그림책을 읽을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그림책 안내서입니다. 알맞은 시기에 읽을 만한 그림책을 찾아내는 수고로움을 대신하는 마음으로 골라보았습니다.
  몇가지 잣대를 세웠습니다. 먼저 열두 가지 주제를 정했습니다. 달마다 주제를 정하고 그 안에서다시 주별 주제를 정해나갔습니다. 두 번째로는 국내외 작가의 균형을 맞추고자 하였습니다. 국내외 명망 있는 작가들의 작품, 끊임없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성 작가들, 가능성 있는 신인들 작품들을 고루 배치하려고 애썼습니다. 세 번째로 2000년 이후에 나온 그림책들을 소개했습니다. 그 이전에 나온 책들은 이미 여러 매체에 많이 소개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면 새로운 책들로 구성하고자 했습니다.
(P.17)

 


  여기에 소개하는 책들은 좋고 나쁨의 개념을 두지 않은 책들입니다. 그 시기에 학교에서, 가정에서, 아이들이 있는 어느 곳에서나어느 연령대 사람들에게나 건네고 싶은 책들이란 뜻입니다. 두 달여 밤잠 설쳐가며 아픈 눈을 비벼가며 잔칫상에 어떤 책을 올려놓아야 할까 고심을 거듭한 결과물입니다. 그렇더라도 모두를 마족시키기에는 아쉬움이 많습니다. 어느 주제에도 들지 못해서, 작가가 겹쳐서 출판사 겹쳐서 빠진 책들이 너무 많았기 때문입니다.
(P.19)

 


  외국 그림책의 역사를 살펴보면 알겠지만 그림책이 성장하려면 경젱적으로나 시각문화적으로 이를 수용할 수 있는 준비된 독자가 필요하다. 우리나라에서 그림책 문화가 꽃필 수 있었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수용자의 변화에서 찾을 수 있다.
  지금의 30~40대는 10대 시절부터 컬러텔레비전을 보고 자랐다. 현재 그림책의 주된 구매자일 30대 여성이라면 더 일찍 텔레비전의 애니메이션을 보며 자랐을 것이다. 20대가 되어서는 영화 주간지 <씨네21>이나 정성일의 <KINO> 같은 영화잡지를 즐겼다. 이념 논쟁이 시들해진 1990년대의 한국사회에서 영화는 현대인의 장난감이자 교양이 아니었던가. 젊은이들의 지적 수준은 문학이 아니라 영화로 평가되었고 문화평론가보다 영화평론가, 소설가보다 감독이 되고 싶어했다. 지금의 30~40대를 한국사회의 첫 영상세대라고 부를 수 있는 건 이런 배경 하에서다.
(P.23)

 


  그림책은 문자에 익숙한 어른들에게 심심하거나 어렵다. 그림책의 글이 참으로 단순하고 심심해서다. 구구절절한 맛이라고는 전혀 없다. 그림책은 글과 그림을 함께 보는 책이다. 때문에 글은 간결할지라도 그림층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하지만 문자에 익숙한 세대는 그림의 언어를 이해하려 하지 않는다. 글에 주제가 있다면 그림에도 주제가 있고 글에 플롯이 있다면 그림에도 독자적인 플롯이 있다. 이걸 함께 봐야 행복하게 그림책을 만날 수 있다. 어른들의 세계는 언어의 세상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어로 자신을 표현할 수 없다. 어른들의 논리에 억눌린 아이들의 무의식을 포착하여 보여주는 것이 그림책의 세계다.
(P.24)

 


  사실 그림책의 매력은 그림과 글의 상호작용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글만 있는 책이나 그림만 있는 화집에 비해 그림책은 읽는 재미가 더 크다. 그림이 표현하는 내용과 글이 표현하는 내용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해석이 가능성을 풍부하게 열어놓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연구자는 한 권의 그림책은 세 가지 방식으로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림이 보여주는 이야기, 글이 들려주는 이야기, 그림과글이 상호작용하면서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 그런데 이 세 갖 모두 그림책을 읽는 데 유요한 방법이다. 독자가 선택하면 되는 것이다.
(P.197)


 

  어린이들이 가장 많은 생각을 하면서 상상의 날개를 펼치는 때는 언제일까? 아마도 잠자기 전 불을 끄고 누었을 때가 아닐까.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어린이들은 잠자는 시간이 다른 나라 어린이들보다 매우 부족하다고 한다. 청소년들만 공부에 시달리는 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영어 조기교육이니 뭐니 해서 어린아이들도 바쁘다고 한다. 또 어른들이 늦게까지 TV를 보니까 어린이들도 덩달아 잠자리에 늦게 들게 된다. 잠을 많이 자야 키가 크고 건강해질 텐데 이렇게 되면 잠이 부족해서 어린이들도 사는 것이 힘이 들고 짜증이 날 것이다.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무한한 공상의 세계에 빠질 시간이 부족하니 미지의 세계를 탐험해보겠다든지 하는 도전의식이 생길 리 없다.
  어린이들에게 충분히휴식할 시간을 주고 무언가에 푹 빠질 수 있는 여유를 주는 것은 어린들의 임무다. 여기에 어린이들이 상상과 모험의 나라로 갈 수 있도록 이끌어주는 좋은 그림책을 읽어준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P.206)

 

 

  어린이는 물론 어른에게도 그림책은 필요하다. 날이 갈수록 각박해지는 세상에서 눈앞에 닥친 현실에 급급해 살아가기 바쁘다면 우리 삶은 의미 없고 무미건조하기만 할 뿐이다. 순수한 영혼만이 누릴 수 있는 아름답고 신기한 세계, 그 잃어버린 세계에 눈을 뜬다면 삶의 새로운 의미와 활력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P.207)

 

 

  그림책은 문자언어에 해당하는 글과 시각언어에 해당하는 그림으로 이루어진 책이다. 그런데 그림책에서 글과 그림이 빚어내는 효과는 시너지 효과에 비유될 만큼 강력하고 다채롭다.
  글은 일반적으로 선적이며 서술의기능을 담당한다. 반면 그림은 오히려 동시적이며, 묘사나 재현 기능을 담당한다.
  그림은 글처럼 위에서 아래로, 왼쪽에서 오른쪽으로와 같은 통상적인 읽기방식이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일정한 읽기방식을 전제하는 글과 달리 그림을 볼 때 독자는 훨씬 더 많은 자유를 부여받게 된다. 이를 달리 말하면 시간성은 글이, 공간성은 그림이 더 쉽게 표현할 수 있다.
  그림책을 이렇듯 글고 그림이라는 서로 다른 기호체계에서 출발한다. 다시 말해 글작가와 그림작가 각기 다른 기능의 글과 그림을 토대로 전체 서사를 엮어가는, 치밀하게 고안된 예술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처럼 그림책은 의사소통 방식이 서로 다른 글과 그림의 결합으로 이루어져, 그 어떤 예술보다도 역동적이라 할 수 있다. 그림책 읽는 재미를 더해주는 이 역동성은 이렇듯 서로 다른 글과 그림이 개별 그림책 내에서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달려 있다.
(P.284)

 

 

  그림책은 나이를 가리지 않는 매력적인 매체다. 이 같은 사실을 잘 보여주기라도 하듯, 어느 출판사에서는 '0세부터 100세까지 함께 읽는 그림책' 시리즈를 출간하기도 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독서치료나 청소년 상담에 그림책이 활용되는 사례는 수없이 많다. 섣불리 그들의 아픈 마음에 다가설 수는 없지만 좀 더 온화한 방식으로 내면의 문을 두드려 열게 하는 데에 사용되는 것이다. 그림책에는 우리들이 엃어버린 곱고 맑은 심성을 회복시키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P.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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