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살고 싶은 집은
이일훈 / 송승훈 / 서해문집 / 2012 / 320쪽
(2015. 03. 14.)

 


꿈은 그 꿈을 이루었을때보다
꿈을 이뤄기 위해 생각하고 노력할때가 더 행복한 것처럼
언젠가 나만의 집을 갖고 꾸미고 살기를 희망하며 내집에 대한 꿈을 키우기 시작할때가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실전 건축 팟캐스트, 집구석에서 소개해 줘서 읽게 된 책이지만
평상시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
그리고 나만의 집에 대해서 깊게 생각을 하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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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건축주와 건축가 사이에 주고받은 사적인 이메일을 간추린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요즘 세상에서 건축, 아니 집이 화제다. 이 책은 '집'이 중심인 대화다. 대중이 집과 건축을 이해하는 폭과 결을 넓히는 데 이 대화가 한몫했으면 좋겠다.
  남이 보면 사소하고 일반적인 것이 개인에게는 중요하고 특별하게 작용하는 것이 바로 집 짓는 일이다. 이 책은 집 짓는 이야기다. 집은 사람이 짓는다. 그러니 집보다 사람이 먼저다. 집을 짓기 전에 사람을 알아야 한다. 그 지극히 당연한 사실을 확인하는 이야기다.
(P.19)



  제가 처음 건축을 볼 때는 기하학 외형이 세련된 건축물을 좋아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런 건축물 안에 이런저런 계기로 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겉보기에 세련되고 여러 기획이 보이지만,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고단해하는 모습을 보고는, 사람 몸에 편하지 않으면 보기 좋은 게 쓸모없구나 생각했지요. 두 번째 단계에서는 몸에 좋은 집을 우선으로 하게 되었지요. 세련된 기하 구성보다는 보기에 적당하고 무난하고 몸에 편하면 그게 더 좋다고 여겼지요. 그런데 이때도 사는 사람이 어떻게 사는지에 따라 집 공간이 구성된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지요. 세 번째 단계에서는 사는 사람의 생활양식에 어울리도록 공간이 구성된 집이 좋은 것이라고 알게 되었습니다. 형태와 소재만 보던 지난 시기를 지나서, 그 집에 사는 사람과 집의 구성이 얼마나 어울리는지를 살피게 되었습니다.
(P.93)

 

 

  날씨가 좋은 날이면 옥상이나 이런 곳에 의자를 내놓고 책을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비오는 소리르 들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빗소리를 들으려면 비가 올 때 창문을 여어도 비가 들이지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든 창이 다 그러지 않아도 되지만 그런 창이 하나둘 있으면 기쁘겠습니다.
(P.113)

 

 

 좋은 전시를 구경하러 간 게 아니라서 오래 머물지 못했는데 가만히 보면 인생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읽고 싶은 책 읽듯이(그 행복이 그윽함이라니!) 여행도 그리 그야 되는데 참 나서기 어려운 것이 세상살이지요. 가고 싶은 곳에 가고 싶은 때 가고 싶은 사람과 머물고 싶은 내내...... 결국 여행은 공간과 시간을 동시에 체험하는 것인데 아, 오늘 저는 또 다른 프로젝트 속에서 축소된 도면을 놓고 그 공간과 시간을 상상이나 해야겠습니다.
(P.227)

 


  살아 보니, 툇마루가 아주 좋아요. 바깥에서 일하다가 잠시 몸을 뉘여 쉬고, 빨래를 널고, 손님들이 많이 올 때 상을 퇴마루에 내놓고 밥을 먹습니다. 집 지을 때는 사이가 안 좋다가 어느새 오고가는 사이가 된 뒷집 분도 와서는 툇마루 하나는 참 부럽고 탐이 나서 떼어가고 싶다고 말합니다.
(P.289)

 

 

  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오면, 집안에 바로 들어가지 않는다. 툇마루에 신발 벗고 안장서 한숨을 돌린다. 산에서 내려오는 바람을 쐬고 있으면, 낮에 일하느라 열이 오른 몸이 편안해진다. 야근하고 올 때는 툇마루에 누워서 잠시 밤하늘을 바라보다가 들어간다. 봄부터 가을까지, 특히 여름날에는 옥상이나 2층 뒷마당에 나가 있으면 그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쉬는 날 아침 옥상에 올라가 의자에 앉아 책을 읽으면 천국이 따로 없다.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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