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저 2만리
쥘 베른(지은이) / 쥘베르 모렐(그림) / 김석희 / 작가정신 / 568쪽
(2015. 03. 01.)
“쥘 베른은 우주적인 상상력을 지니고 있다. 이것은 매우 드물고 아름다운 능력이다. 이런 재능을 이 정도로 소유한 사람이 제1급의 작가가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인이자 놀라운 예언자이며 능력 있는 창조자였음을 어느 누가 감히 부인할 것인가? 과학자, 곧 연구자를 경이로운 것들을 노래하는 시인과 연결시킨 것은 다름아닌 ‘상상력’이다. 자연을 관찰하는 것, 감정들을 묘사하는 것, 그것은 과학과 시정(詩情)이 동시에 하는 역할이다.”
- 아나톨 르브라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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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는 실제로 순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세상 만물을 창조하신 조물주는 바다가 끊임없이 움직이도록 바다에 열과 소금과 작은 동물을 늘려주었습니다. 조물주가 해야 할 일은 그것 뿐이었지요. 열은 밀도의 차이를 낳고, 밀도의 차이는 조류를 일으킵니다. 극지방에서는 증발이 거의 일어나지 않지만 열대지방에서는 증발이 아주 빨리 일어나기 때문에, 열대와 극지방의 물은 끊임없이 교환됩니다. 나는 수면의 물이 바닥으로 내려왔다가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도 발견할 수 있었어요. 그것이야말로 바다의 호흡입니다. 나는 수며에서 덥혀진 소금물 분자가 깊은 곳으로 내려가고, 영하 2도에서 최대 밀도에 도달하고, 온도가 더 내려가면 가벼워져서 다시 위로 올라가는 것을 관찰했습니다. 선견지명을 가진 이 자연의 법칙을 통해 얼음이 수면에서만 만들어질 수 있는 이유도 이해하게 될 겁니다.
(P.173)
바다에는 엄청나게 많은 양의 소금이 있습니다. 바다에 녹아 있는 소금을 추출해내면 2억 8천만 입방킬로미터가 되는데, 이것을 지구 전체에 깔아놓으면 10미터가 넘는 소금층이 생겨날 겁니다. 이렇게 많은 소금이 바다에 녹아 있는 것을 단순한 자연의 변덕으로 생각지는 마세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소금은 바닷물의 증발을 방해하고, 그래서 바람이 지나치게 많은 수증기를 가져가버리는 것을 막아주지요. 바람이 수증기를 너무 많이 머금고 있으면 온대지방은 온통 물에 잠겨버릴 겁니다. 소금은 지구 전체의 경제를 안정시키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는 셈입니다!
(P.174)
네모 선장의 놀라운 배가 가장 무서운 바다를 이겨내고, 그렇게 많은 배가 목숨을 잃은 그곳에서 살아남았기를 바란다. '노틸러스'호가 살아남았다면, 네모 선장은 스스로 주국으로 택한 바다에 아직 살고 있다면, 그 거친 가슴속에서 끓어오르는 증오심이 가라앉기를 바란다! 바다의 수많은 경이를 보고 복수심이 사라지기를 바란다! 입법자 노릇을 그만두고, 과학자로서 평화로운 해저 탐험을 계속하기 바란다! 그의 운명은 야릇하지만 숭고하기도 하다. 내가 왜 그것을 모르겠는가? 나는 열 달 동안이나 그 부자연스러운 생활을 하지 않았던가? 따라서 성서가 6천 년 전에 제기한, "너는 바닷 속 깊은 곳을 거닐어본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할 권리가 있는 것은 모든 인류 가운데 오직 두 사람, 네모 선장과 나뿐이다.
(P.5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