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필 깎기의 정석
데이비드 리스 / 정은주 / 프로파간다 / 2013 / 236쪽
(2015.4.2.)

 

 

 

TV프로그램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그램에서 여러 방면의 아주 다양한 달인들의

모습을 접한 우리에게 어딘가에 있는 연필깎기의 달인이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라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이 책에 주인공이자 저자인 데이비드 리스는 요즘은 사용량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수 있는 연필을 깎는 장인이다.

비록 흔해빠진 연필이지만 이런 연필을 깎는 다는 행위는 연필을 사용해서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준비과정을 장인의 경지까지 끌어올린 작가의 이야기 속에서 장인이라는

단어 속에 숨겨진 경외감과 존경심을 다시금 느껴볼 수 있다.

==========

 

  "인간이 만든 이 단순한 물건은 인간의 권능을 배가시킨다."
  - 헨리 페트로스키, <연필> 중 -
(P.5)

 

 

  이 책은 연필을 '올바르게' 깎는 법을 알려줍니다. 결코 농담이 아닙니다.
  그러나 또 그게 전부는 아니에요. 독자는 독특한 사고방식을 지닌 진정한 장인을 만나게 되죠. 나는 그가 인간문화재급이라 생각합니다만.
  연필 깎기가 그렇듯 살다 보면 일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고, 그럴 땐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새로 깎으면 되며, 완벽하게 깎을 수 있다는 휘망을 버리지 말고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그리고 완벽에 도달하지 못할지라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 건 비겁한 것임을 이 책을 통해 알 수 있었으면 해요.
(P.10)

 


  <샤프펜슬에 대한 짧은 소견>
  샤프펜슬은 순 엉터리다.
(P.120)

 


  연필 깎기의 모든 면에는 저마다의 기쁨과 불안이 따른다. 갖가지 기쁨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충분히 이야기했으니 이젠 불안에 대해 알아보자.
  연필을 깎는 일은 일반적으로 성취감이나 마음의 평온 등 심리적 보상을 주지만, 더러는 정신 건강을 위험에 빠뜨리기도 한다. 그러한 위험으로 인지하고 적극적으로 막아 작업 전반에 확산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은 연필 깎기 전문가의 직업적 책무이자 개인적 의미다.
(P.121)

 


  우리는 모든 연필 촉에 수반되는 불확실성과 불완전성을 받아 들이는 법을, 아니 어쩌면 더 나아가 향유하는 법까지도 배워야만 하고, 그러면서도 이상적인 형태를 향해 계속 정진해야 한다. 이는 인생의 공허함을 인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그보다는 세상일은 어찌 될지 모른다는 것에 대해, 그리고 각자가 놓인 상황을 인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 잘 생각하고 반성할 필요가 있으며 그러면서도 현 상황을 개선하고자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연필 깎기 장인으로서가 아니라 같은 인간으로서 독자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으니 부디 새겨듣기 바란다.
  타협하지 않고 달성할 수 있는 완벽성은 오직 마음가짐과 노력의 완벽성뿐이다. 능력이 닿는 한 최고의 연필 깎기 전문가가 되기 위해 전심전력을 다하고 적절히 대책을 세워나간다면, 결과적으로 따졌을 때 다른 모든 부분은 용서될 것이라 확신해도 좋다.

  나는 이러한 생각으로 모든 심리적 문제를 극복해왔다.
(P.128)

 

 

(연필관련 동영상)

 

* 연필, 세상을 다시 쓰다
https://www.youtube.com/watch?v=zw1wuA8QSm8

 

* .다빈치노트(davinci note) - 박웅현, 연필에 대해 "연필은 영원을 꿈꾸는것 같다".20150314 .
https://www.youtube.com/watch?v=NyspiG6_Rak

 

* 다빈치노트(davinci note) - 연필, 영원을 꿈꾸다.8회 예고편 .
https://www.youtube.com/watch?v=noi6B4xyx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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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도서관에서 기적을 만났다
김병완 / 아템포 / 2013 / 272쪽
(2015.03.30.)

 


  인생에는 정답이 없다. 나와 다른 삶을 살아간다고 해서 저 사람은 오답이고 나는 정답이라고 할 수 없다. 다만 자신의 선택이 정답이 되도록 하나씩 만들어나가는 삶이 현명한 삶이다. 그리고 나와 다른 삶을 무조건 틀렸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지 말자.
(P.14)

 

 

   인생의 놀라운 비밀 가운데 하나는 아무것도 선택하지 않고 산다는 것은 최악의 것을 선택하며 산다는것과 동의어라는 사실이다. 인생을 위해 무엇인가를 준비하고 도전하려고 하는 사람들은 그것이 어떤 것이든 최소한 최악의 것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바람은 목적지가 없는 배를 밀어주지 않는다"는 몽테뉴의 말처럼 목표도, 도전도, 결단도, 선택도 없는 인생에게는 어제보다 더 나은 삶의 문이 저절로 열리지 않는다.
(P.71)

 

 

  비록 적은 돈 한 푼이더라도 1000일 동안 하나씩 모으면 1000푼이 된다. 책을 한두 권 읽었다고 인생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운명적인 한 권의 책 때문에 인생이 바뀌었다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이것은 그 책을 읽기 전에 읽었던 많은 책이 조금씩 축적되었다는 사실을 인식하지 않고 마지막 한 권의 책의 효과만 생각했기 때문이다.
(P.88)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남다른 비범함을 갖게 되는 이유는 그 자세나 지식 때문만이 아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사람들이 남다른 비범함을 갖게 되는 더 중요한 이유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볼 수 있는 의식이 발전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의식이 달라지고 향상된다는 것은 다르게 표현하면 평범한 인간의 의식 수준을 뛰어넘어 놀라운 의식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게 됨을 의미한다.
(P.114)

 

 

  책을 읽는다는 것은 자신의 사고의 틀을 깨부순다는 것을 의미해야 한다 어떤 이는 책을 많이 읽었음에도 인생이 달라지지 않는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이들은 책을 읽은 것이 아니라 지식만 확장시켰던 것이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결코 지식만 확장시키거나 책을 읽는 그 행동을 경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진정으로 잘 읽는다는 것은 자신이 가진 사고의 틀을 과감하게 깨부수고, 세상이 제시하는 정형화되고 표준화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책을 통해 인생을 바꾼 사람들은 모두 자신을 세상의 고정관념에서 벗어나게 할 길을 발견하고, 그 길로 걸어갔다.
(P.208)

 

 

  독서의 하수들은 책을 통해 지식만을 섭취한다. 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은 지식보다 지혜를 섭취한다. 그런 점에서 독서의 하수들은 책을 통해 스마트해지지만, 독서의 고수들은 오히려 바보스러워지고 자신을 낮춘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다. 도서를 통해 지식만 늘리는 독서의 하수들은 그 지식이 넘쳐나 스마트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을 숨기는 것이 힘들 지경이다. 하지만 독서의 고수들은 독서를 통해서 지혜가 많아지므로 자신을 위태롭게 하는 교만한 마음을 품지 않는다. 지혜가 충만해질수록 자신이 아는 것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서의 고수들은 더욱더 독서의 소구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독서의 고수가 될수록 자신의 무지를 알게 되므로 더 자신을 낮출 수 밖에 없다.
(P.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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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면조와 달리는 육체노동자
천명관 / 창비 / 2014 / 224쪽
(2015. 03. 27.)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작가 띄엄띄엄 발표한 단편을 모은 단편집이다.
우리 사회에 가장 힌든 곳에서 힘들게 살아가 있는 사람들의 하루하루 힘든 삶과 그들의 속사정을 작가는 얘기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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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들어 사내는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대신 낮에 거실 소파에서 잠깐씩 눈을 붙이는 게 습관이 되었다. 아내는 대형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 밤늦게야 집으로 돌아온다. 점점 더 야위어가는 그녀의 얼굴은 늘 시멘트벽돌처럼 딱딱하게 굳어 있다. 대화가 끊긴 지도 오래되었다. 아무도 모르는 새에 그의 집엔 커다란 구명이 생겼지만 차마 그 안을 들여다볼 용기가 없다. 구멍 안은 컴컴한 어둔에 잠겨 있고 피에 굶주린 악령들이 기회를 엿보고 있다. 사내는 구멍이 점점 더 입을 크게 벌려 그의 가족을 모두 집어삼키게 될까봐 두렵다. 하지만 거실 소파에 누워 잠든 봄날 오후, 희미하게 들려오는 딸애의 피아노 소리는 불완전하고 깨어지기 쉬운 세상을 단단한 것으로 만들어 준다.
(P.13)

 

 

  그날은 누군가 해고통지를 받은 날이다. 동료들은 불운이 자신들을 비껴단 데에 대한 안도감을 애써 감추며 해고된 직원의 어깨를 두드린다.
  걱정 마. 다 잘될 거야.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잘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해고된 사내는 아마도 보험회사나 건강보조식품, 또는 연료절가멪를 판매하는 회사에 다시 취직할 것이다. 그리고 옛 동료들을 찾아다니며 굴욕감을 애써 감춘 채 호의를 구걸할 것이다. 한두번이야 도와줄 수 있지만, 그들의 우정은 거기까지다. 그나마 안면이 있는 사람들을 한번 거치고 나면 더이상 갈 곳조차 없다. 결국 그는 찜질방이나 경마장, 공원 등지를 배회하며 빠르게 몰락해갈 것이다.
(P.23)

 

 

  태초에 생명이 진흙에 숨을 불어넣어 시작됐든, 우주에서 날아온 먼지가 아미노산과 결합해 생성됐든 우리는 분명 그 생명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동안 개체의 죽음은 수없이 반복됐지만 각 개체는 자신의 삶을 유전자에 기록으로 남겨 후세에 전해줬고 죽음을 통한 끝없는 갱신과 진화를 통해 여기까지 온 거죠. 그러니까 우리는 각자 고립된 개첸도 아니고 백년도 못 사는 유한한 존재가 아닙니다. 우리는 기나긴 지구 역사 속에서 하나로 연결된, 수억 수천만년간 이어져온 불멸의 생명체입니다.
(P.94)

 


  스물네평짜리 낡은 임대아파트엔 모두 세명이 살고 있다. 경구과 그의 딸 미숙, 그리고 아들 영민. 그들은 함께 밥을 먹지 않는다. 들여오는 시간도 제각각이지만 행여 다들 집에 있더라도 거실에에 모여 텔레비젼을 보거나 함께 식탁에 둘러앉는 법이 없다. 각자 주방과 화장실을 소리 없이 드나들며 재빨리 제 볼일만 보고 유령처럼 사라지곤 한다. 그래서 거실은 언제나 어둠에 잠겨 있다. 어쩌다 얼굴이라도 마주치면 징그러운 벌레라도 본 양 황급히 등을 돌려 달아난다. 그것이 경구네 가족이 살아가는 법이었다.
(P.113)

 

 

  어느 인터뷰에서 한 말이 생각나는군요. '세상을 떠났을 때 자신의 묘비명에 어떤 문구가 새겨지길 원하느냐'는 질문이었는데 저의 대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굼벵이도 구르는 재주가 있다더니......"
(P.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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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명의 집
악투스 / 나무수 / 2014 / 728
(2015. 03. 21.)

 


깔끔하게 정리되고 꾸며진 집을 보고 있으면 우리집을 정리하고 싶은 맘이 들꺼 같아서 읽은 책~

 

 

ㅇ 방을 잘 정돈하지 못하는 사람에게의 조언
 - 하나를 사면 하나를 버린다.
 - 꺼내 쓴 후에 곧바로 정돈한다.
 - 정기적으로 손님을 초대한다.
 - 물건을 아무 데나 두지 말고, 제자리에 놓거나 아예 버리자.
 - 언젠가는 쓸 거 같아서 보관 중인 물건은 과감히 버리자.

    지금 사용하는 것만이 진짜 필요한 물건이다.
 - 과감히 버린다.
 - 물건을 늘리지 않고, 정기적으로 필요 없는 물건을 버린다.
 - 정리하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마련하고, 그 외에는 깨끗이 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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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어린이. 어른
폴 아자르 / 햇살과 나무꾼 / 시공주니어 / 2001 / 235쪽
(2015. 03. 19.)

 

  우리 아이들이 글자를 읽고 책을 좋아하게 되면서부터, 좋은 책을 골라주서 권해주고 싶은 부모의 마음으로 어떤 책을 선택할까 하는  고민을 시작되었다. 그런데 웃긴 건 어떤 책이 아이들에게 좋은 책인지 나 자신의 기준이나 명확한 개념이 없이 단지, 남들이 유명하다고 권해주는 책, 인터넷에서 떠도는 몇 세 아이들 필독서 리스트들 위주로 골라서 아이들에게 읽혀주고 있었다는 거였다. 그래서 그림책을 소개하는 책들, 아동 독서 전문가들이 추천해주는 책들, 좋은 책을 골라주기 위한 책들을 골라서 읽기 시작했다.
  그런 중에 우연히 알게 된 책이 '폴 아자르'의 <책. 어린이. 어른>이란 책이다. 이 책은 나와 같이 아이들에게 어떤 책을 읽혀주면 좋을 까 고민하는 부모들이 꼭 읽어보면 좋은 책인것 같다.

 

  아이들에게 책을 골라주면서 부모의 마음으로 고민하게 되는 것들이 또 있는데,

재미있는 책 뿐 아니라 공부가 되는 책을 같이 읽으면 아이들에게 더욱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 갖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큰아이가 가장 싫어 하는 과목은 "수학" 그래서 책 중에서 가끔은 수학과 연관된 책들 중에서 재미있고 유명한 책들을 골라 권해주곤 하는데, 여간 재미가 있지 않고서는 바로 표지부터 퇴짜를 맞기가 일쑤이다. 그럴수록 어떻게 하면 이런 책들을 읽힐 수 있을까하는 부모의 고민은 더욱 깊어져만 가는 것 같다.

 

  그런데, <책.어린이.어른>이란 책을 읽으면서 아이를 위한 좋은 마음에서 시작된 그런 나의 고민은 부모로써 나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생각했던 고민이 아닌 단순히 어른이 된 입장에서 어린이를 바라보며 생각했던 생각들이 었음을 알게 되었다. '폴 아자르'는 이 책에서 나와 같은 어리석은 어른들에게 이렇게 전해주고 있다.

 

  어린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 우리가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새파란 궁전을 지어 주세요. 달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요정들을 보여 주세요. 우리들에게 꿈을 남겨 주세요."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은 이제 글도 읽을 수 있고 조금 자라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달라고 졸라대니 그들의 호기심과 독서욕을 이용하자.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니까 어쨌든 성을 만들어 주자. 하지만 그 성은 우리 방식대로 짓는 거다. 궁전에는 교묘하게 위장한 공부방을 만들어 주자. 정원에는 야채를 심어 두자. 그럼 어린이들은 그것을 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뒷골목 모투이에는 분별이라든가, 질서, 지혜, 온갖 지식, 물리나 화학 같은 것들이 나타나도록 계획해 두자. 겉으로는 줄독 유모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수준 높은 학문 이야기를 들려 주는 거다.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니까 그런 사실은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린이 자신은 놀고 있는 줄 알지만, 사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하는 셈이다."


  어른들은 이처럼 인간이 생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감미로운  년을, 단지 성장할 뿐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맛보는 이 풍요로운 시간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려고 한다. 아이가 읽는 동안 즐거움과 행복감을 만끽할 수 있는 좋은 책을 골라 줄 수 있도록 더욱 고민해야 할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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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이는 마치 어른과는 다른 인종인 것 같다. 지칠 줄 모르는 어린이들의 유별나고 풍부한 생명력은 그저 놀라운 따름이다. 어린이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소리지르고, 싸우고, 화해하고, 폴짝폴짝 뛰면서 돌아다닌다. 그들이 잠을 자는 것은 다음날 일어나 전날과 같은 일을 되풀이하기 위해서이다. 어린이들의 연약하고 미숙한 육체는 이미 미래를 향한 성숙을 갈구하고 있다. 또한 어린이들은 아직 소유하지 않은 온갖 것들을 소유할 수 있는 풍부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그들은 무한한 가능성이 잠재된 마법의 세계에서 살고 있다. 상상은 어린이들에게 최고의 즐거움일 뿐만 아니라 자유의 상징이며 생명의 도약인 것이다.
(P.12)

 


  상상력은 영혼과 마찬가지로 저절로 길러지는 것이 아니라 양식을 원한다. 인간은 빵만으론 살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어린이들은 집과 옷과 사랑뿐 아니라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해 주는 사람에게 무엇인가 이야기해 달라고 조른다. 이때 이야기를 들려주는 사람은 어린이들에겐 낯선 세계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나 만화 속에 등장하는 도깨비나 밤, 늑대로부터 그들을 지켜 주는 믿음직스런 보호자가 된다. 그러므로 어린이들은 안심하고 이야기를 듣는다.
  어린이들은 글을 읽을 수 있게 되면, 눈 밑에서 살아 움직이는 작고 검은 글자들을 쫓으며 '무엇이 튀어나올까?" 하는 기대감으로 가슴 부푼다. 예쁘고 흥미진진한 책을 본다는 것은 얼마나 기쁜 일인가! 또 어린이들의 세계는 얼마나 더 커질 것인가! 어린이들은 분명히 지금까지와 똑같이 놀 테지만, 그 놀이는 전보다 한층 의미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머니가 어린 시절에 할머니를 졸라 즐겨듣던 이야기를, 그들도 똑같이 어머니의 기억에 매달려 들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 어린이들은 스스로 책장을 넘기면서 아름답고 굉장한 이야기를 몇 편이고 만날 수 있다.
(P.12)

 


  어른들은 오랫동안 어린이들의 소원을 들어 주지 않았다. 자기 자신에게 지극히 만족스러워하는 어른들을 어린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쓴 책을 주어왔다. 어린이들이 싫증만 내고 지혜를 얻는 일을 괜히지겹게 만드 책, 쓸모없고 공허한 책, 현학적이고 음침한 책, 영혼의 자발적인 힘을 짓뭉개 버리는 책, 봄에 내리는 우박처럼 어린싹을 다치게 하는 어리석은 책, 어른들은 그런 책을 수십 권, 수백 권씩 주어왔다. 또한 어린이들의싱싱한 마음을 목졸라 죽이는 것도, 정신을 마멸시켜 자유로운 감각과 놀이의 즐거움을 빼앗는 것도, 한계나 규칙이나 구속 따위를 강요하는 것도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해 왔다. 그럴수록 어린이들이 어른들만틈 성숙해진다고 보고 흡족해한 것이다.
(P.13)

 


  어린이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에게 책을 주세요. 날개를 주세요. 우리가 더 멀리까지 날아갈 수 있도록 도와 주세요. 마법의 정원 한가운데에 새파란 궁전을 지어 주세요. 달빛을 받으며 한가로이 거니는 요정들을 보여 주세요. 우리들에게 꿈을 남겨 주세요."
  어른들은 이렇게 말한다. "어린이들은 이제 글도 읽을 수 있고 조금 자라기도 했다. 그리고 책을 달라고 졸라대니 그들의 호기심과 독서욕을 이용하자. 어린이들이 즐거워하니까 어쨌든 성을 만들어 주자. 하지만 그 성은 우리 방식대로 짓는 거다. 궁전에는 교묘하게 위장한 공부방을 만들어 주자. 정원에는 야채를 심어 두자. 그럼 어린이들은 그것을 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뒷골목 모투이에는 분별이라든가, 질서, 지혜, 온갖 지식, 물리나 화학 같은 것들이 나타나도록 계획해 두자. 겉으로는 줄독 유모가 재미있는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는 척하면서 사실은 수준 높은 학문 이야기를 들려 주는 거다. 어린이들은 천진난만하니까 그런 사실은 꿈에도 알아차리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하면 어린이 자신은 놀고 있는 줄 알지만, 사실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하는 셈이다."
  어른들은 이처럼 인간이 생활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감미로운 몇 년을, 단지 성장할 뿐 아니라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순간을 맛보는 이 풍요로운 시간을 무참히 짓밟아 버리려고 한다.
(P.14)

 

 

  나는 예술의 본질에 충실한 책을 사랑한다. 그것이 어떤 책인가 하면 직관에 호소하고 사물을 직접 느낄 수 있는 힘을 어린이들에게 주는 책, 어린이들도 읽자마자 이해할 수 있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책, 어린이들의 영혼에 깊은 감동을 주어 평생 가슴 속에 추억으로 간직되는 책, 그런 책 말이다.
(P.59)

 

 

  잔재주를 부려 이야기를 솜씨 있게 만들어 내어 어린이들이 소화하기 힘든 가짜 읽을거리를 던져 줌으로써 어린 영혼을 짓누르거나, 의젓한 도덕가 같은 태도로 교훈이나 지식을 선심 쓰듯이 내놓거나, 한술 더 떠서 단점이나 결점을 장점 내지 미점이라고 믿게 하여 어린이들을 그르치는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없다. 내가 어른이 어린이를 억압했다고 말한 의미는 바로 이런 것이다.
(P.63)

 

 

  어린이를 대등하게 다루지 않고 '친애하는 어린 독자 여러분' 따위로 부르는 책, 어린이들의 천성에 어울리지 않는 책, 아름다운 그림으로 눈을 즐겁게 해주지 못하는 책, 생기 넘치는 강렬한 표현으로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는 책, 학교에서 가르치는 것밖에 가르치지 못하는 책, 졸음은 자아내도 꿈은 이끌어내지 못하는 책, 어린이들은 그런 책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렇지만 반대로 어린이들이 특별히 어떤 작품을 골라 손에 넣으려고 결심한다면 지렛대를 가지고서도 그들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바로 저기 있는 저 책이지, 그 옆에 있는 책이 아니다. 어린이들은 모두 그 책을 원하고 있다. 그들은 그것을 꽉 붙잡고, 거기에 제 이름을 써넣고, 자기 것으로 만든다. 설령 그 책이 어린이들을 위해 쓰여진 이야기가 아니어도 상관없다. 그런 것은 아무래도 좋다. 문제는 그 책이 어린이를 매혹시키는 책인가 아닌가이다.
(P.71)

 

 

  인간의 본성을 가려내려고 몰두하는 동화작가, 인생의 고통을 몸소 체험하고 생명이 없는 물건에게까지 살아갈 용기를 주려고 한 안데르센, 안데르센은 추위에 떨면서도 세상은 언제나 따뜻한 곳이라고 떠벌이는 위선자는 아니다. 그는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악의 문제, 생존의 문제 들을 대담하게 내놓는다. 그러나 진실을 알았다고 해서 살아갈 용기를 잃지는 않는다. 그는 나아가 진실을 더 깊이 알고자 하며 정면으로 바라보고자 한다. 사람이 괴로워하는 것은 오히려 진실을 반만 알고 있을 때이다.
(P.136)

 


  과연 어떤 책이 좋은 어린이책인가?
  아마도 어린이책을 연구하거나 출판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이 고민하는 질문이자,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질문일 것이다. 이런 질문에 부딪칠 때마다 우리는 <책. 어린이. 어른>을 떠올리게 된다. 이 책에는 어린이를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 과연 좋은 어린이책이란 무엇인가를 비롯하여 어린이 문학의 역사, 세계 여러 나라 어린이 문학에 이르기까지 폴 아자르 특유의 예리한 통찰력으로 제시된 답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에게 스승이자 친구와 같은 존재라 할 수 있다.
(P.224)

 

 

  폴 아자르는 명쾌하게 말한다. "어린이란 자유로운 상상력을 지닌 창조적인 존재이며, 좋은 어린이책이란 자유로운 상상의 세계를 펼쳐 놓은 책이다."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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