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령(상)
표도르 도스또예프스끼 / 김연경 / 열린책들 / 319쪽
(2015. 6. 17.)
그녀가 문학가들을 초대하자 즉시 많은 수의 사람들이 덩달아 찾아왔다. 그녀는 결코 그 따위 문학가들을 본 적이 없었다. 그네들은 도저히 불가능할 정도로 허영심이 강했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마치 무슨 의무를 수행하는 것이라도 되는 듯 완전히 노골적으로 거들먹거렸다. 심지어 술에 취해 있으면서도, 마치 그것에서 어제 막 발견된 특별난 아름다움이라도 의식하는 것 같은 사람들(비록 결단코 전부는 아닐지라도)도 있었다. 그들 모두는 뭣 때문인지 이상할 정도로 우쭐대고 있었다. 얼굴에는 한결같이, 자신들은 지금 막 뭔가 굉장히 중대한 비밀을 발견했노라고 씌어져 있었다. 그네들은 욕지거리를 주고받으면서도 이것을 명예라고 생각했다. 그네들이 도대체 무엇을 썻는지를 알아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었지만, 그 자리에는 비평가, 소설가, 극작가, 풍자 작가, 폭로 전문가 등이 있었다.
(P.36)
그는 샤또프를 좋아했다. 외국에 있는 동안 샤또프느느 이전의 사회주의적 신념 중 어떤 것들을 과격하게 바꿔서 정반대되는 극단으로 껑충 뛰어가 버렸다. 그는 아무거나 어떤 강한 이념에 충격을 받으면 꼭 그 자리에서 짓눌려 버리는 것처럼 되는, 이따금 아예 영원히 그렇게 짓눌려 버리는 전형적인 러시아 인 중 하나였다. 그들은 그 이념을 물리칠 만한 힘이 전혀 없기 때문에 그저 열정적으로 믿을 뿐이며, 이렇듯 그들의 삶은 송두리째, 그들을 덮쳐 눌러 이미 반쯤은 그들을 완전히 압살해 버린 돌 밑에서 마치 최후의 경련을 일으키듯 그렇게 흘러가 버리는 것이다.
(P.49)
대체적으로 말해서, 내가 이 민감한 일에 관한 나의 견해를 감히 표현한다면, 생전에는 보통 천재나 다름없이 받아들여지는 2류급 재능을 가진 우리 이 모든 양반들은 죽어 가면서 어쩐지 갑자기 사람들의 기억으로부터 거의 흔적도 없이 사라지거나, 심지어 그들이 살아 있을 때라 할지라도 그가 활동했던 그 세대를 대체할 새로운 세대가 자라나자마자 이해하기 어려울 만큼 급속도로 모든 사람들에 의해 잊혀지고 무시된다. 이런 일은 어째서인지, 마치 극장의 무대 장치를 바꾸는 것처럼 갑자기 우리에게 일어나곤 한다. 하지만 오, 뿌쉬낀, 고골, 몰리에르,볼테르 등, 자기만의 새로운 말을 하기 위해서 왔던 이 모든 활동가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P.132)
인간은 삶을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을 두려워합니다. 제가 이해하는 바로는 그래요. 자연이 그렇게 명령했으니까요.
(P.180)
가장 행복한 어구 곁에는 가장 절망적인 것들이 나란히 씌어져 있습니다.
(P.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