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글 / 장 자끄 상뻬 그림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07쪽
(2015. 6. 12.)
단지,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파트릭 모디아노의 글에
내가 좋아하는 상뻬가 그림을 그렸다는 이유로 읽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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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마일로바 선생님에게서 무용을 배우던 시절, 저녁에 있을 무용 강습을 생각해서 낮 동안에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는 훈련을 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 점점 둔탁해졌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뺨을 대면 스스로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 했다.
(P.9)
내가 처음으로 무용 강습을 받던 때가 생각난다. 아빠는 우리 동네 모뵈주 거리에 있는 무용 학원을 선택했다. 우리 선생님, 갈리나 디스마일로바 여사를 처음 만나던 날, 그녀는 나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춤을 출 때는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할 게다."
처음엔 안경을 쓰지 않은 내 친구들이 부러웠다.그 애들에게는 불편할 게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었다. 안경을 쓰느냐 벗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게다가 춤의 세계는 현실의 삶과 달랐다. 그것은 그냥 건듣 대신에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고 앙트르샤를 하기도 하는 세계,
(P.53)
(275) 우리 아빠는 엉뚱해 (2015-38)
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글 / 장 자끄 상뻬 그림 /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07쪽
(2015. 6. 12.)
디스마일로바 선생님에게서 무용을 배우던 시절, 저녁에 있을 무용 강습을 생각해서 낮 동안에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는 훈련을 하던 일이 생각난다. 그럴 때면 사람과 사물의 윤곽이 예리함을 잃으면서 모든 것이 흐릿하게 보이고 소리마저 점점 둔탁해졌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뺨을 대면 스스로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 했다.
(P.9)
내가 처음으로 무용 강습을 받던 때가 생각난다. 아빠는 우리 동네 모뵈주 거리에 있는 무용 학원을 선택했다. 우리 선생님, 갈리나 디스마일로바 여사를 처음 만나던 날, 그녀는 나에게로 다가오며 말했다.
"춤을 출 때는 안경을 쓰지 말아야 할 게다."
처음엔 안경을 쓰지 않은 내 친구들이 부러웠다.그 애들에게는 불편할 게 전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나에게 한 가지 유리한 점이 있었다. 안경을 쓰느냐 벗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세계에 살고 있다는 점이 그것이었다. 게다가 춤의 세계는 현실의 삶과 달랐다. 그것은 그냥 건듣 대신에 펄쩍 뛰어오르기도 하고 앙트르샤를 하기도 하는 세계,
(P.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