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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레이션 - 과감히 덜어내는 힘
마이클 바스카 지음, 최윤영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1.
29CM 라는 사이트가 있다. 온라인 편집샵인데 감성적이고 특색 있는 제품들만 파는 곳으로 소문이 났다. 즉, 내가 만든 상품을 파는 건 없고 다른 업체들이 만든 상품들 중에서 괜찮을 것들을 게재해주고 파는 것이다. 이 사이트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먼저 연락도 와야할뿐더러 수수료도 30~40%에 육박한다. 이 사이트는 단지 큐레이션만 할 뿐이다.
넷플릭스는 각각의 이용자가 원하는 영상을 추천해주는 것으로 유명한데, 시스템은 다음과 같이 움직인다. ‘넷플릭스로 신작이 입고되면 콘텐츠 담당자가 일일이 감상한 후 영화와 관련된 모든 태그를 아주 자세하게 입력한다.(해당 매뉴얼은 무려 36쪽에 달한다.) 이를 기반으로 영화의 카테고리가 나뉘며 각 내용에 대해 5점 만점으로 평가된다. 또 다음과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추가되기도 한다. “영화는 해피엔딩인가? 만약 그렇다면, 감상적인 해피엔딩인가?”, “결론 부분에는 영화의 전체 내용과 더불어 주인공의 특성이 긍정적으로 묘사되고 있는가?(주인공은 콧수염이 있는가?”) 등이다. 이 방대한 규모의 태그 입력 프로세스가 완료되고 나면 컴퓨터는 기존에 입력된 다른 영화 내용과 비교 분석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낸다. 이 모든 과정은 매우 복잡하며 사람의 노동력 또한 매우 많이 필요하다. <와이어드>는 넷플릭스의 이 범주화 작업에 무려 1,000명 이상의 직원이 투입되고 있으며 연구 개발 및 기술 관련 투자 규모 역시 엄청나다고 전한다. P129’
2.
큐레이션은 과감히 덜어내는 과정에서 힘이 발생한다. 이미 정보는 너무 너무 많은 상황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시간이 더 걸리고 있다. 시간 낭비적인 상황에서 큐레이션 서비스는 큰 효용을 전해준다. 이미 노래 추천 서비스, 책 추천 서비스, 옷 추천 서비스, 식당 추천 서비스 웬만한 것들은 모두 큐레이션 개념이 활발히 이용되고 있다. 그럼에도 기본 정보 데이터가 너무 빨리 늘고 있어서 앞으로도 큐레이션 관련 기술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성공한 남성들의 라이프 스타일 편집샵이나 대학생들을 위한 가성비 제품 편집샵 처럼 더욱 세분화 해서 시도해본다면 좋은 성과가 날 것으로 본다.
<인상깊은 구절>
P78 – 창조성은 시대의 변천에 따라 분석과 추가를 통해 발휘된다. 19세기에는 당시에 걸맞는 멋지고 새로운 창조성이 발휘된 것처럼 오늘날에는 이 시대에 적합한 또 다른 창조성이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낭만주의 시대의 창조성 개념, 즉 나 자신보다 창조성을 더 우위에 두는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다. 스티브 잡스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바로 이러한 창조적 신화에 대한 믿음이 우리 사회 전반에 짙게 깔려 있기 때문이다. 긴 호황은 무엇이든 많을수록 좋다는 생각이 만들어낸 결과였다. 지금 우리는 매우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다. 역사상 처음으로 “덜한 것이 낫다”는 개념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이는 경제 전반 및 창조성에 대한 우리의 생각이 변화될 필요가 있음을 의미한다.
P.80 - 21세기의 크리에이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형태로 창조적 활동을 이어간다. 헝가리 출신의 사상가 아서 쾨슬러는 장편 논문에서 창조성을 두고 “독창적인 속성보다는 배치 작업의 속성이 더 강하다”고 기술했다. 따라서 그는 창조의 개념을 기존의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지금까지 와는 다른 방식으로 관찰하고 통합하는 것”으로 정의했다.
P.152 – 자동 큐레이션은 통찰력에 기반한 취향을 선보인다거나 독특한 관점을 제공하지는 못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수동 큐레이션 방식에 내재돼 있는 큐레이터의 생각을 인지하고 그 가치를 알아봅니다. 큐레이션 과정에 투입된 노고를 이해하고 그 결과가 좋을 경우 해당 문제를 깊이 있게 생각하고 독특한 방식의 해결책을 제시한 큐레이터의 노력을 높이 삽니다. 장인 만든 제품의 특별한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P.187 – 큐레이션은 선별과 배치를 아우르는 가장 적합하고 포괄적인 용어이다. 과잉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선별이 필수적인 것처럼 보다 효과적으로 또 효율적으로 배치 작업이 필요한 것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선별과 배치는 큐레이션의 핵심적인 2가지 원리다.
P.340 – 오프라인 매장이나 온라인 매장 한 곳만을 순수하게 내세워 경쟁해서는 결코 성공 할 수 없다. 온라인에서는 풍부한 콘텐츠 및 제품 관련 정보를 전달함으로써 고객 범위를 늘려나갈 수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매장을 활용하면 제품 보관도 수월하고 훨씬 선별된 제품만을 선보일 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장에서 직접 구입할 때도 온라인으로 관련 정보를 검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멀티채널 전략은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