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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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기사 소설에 너무 빠져들어 동네의 농부를 꼬드겨 종자로 삼고 여행을 떠난 돈키호테. 여행 초반부터 풍차에 냅다 들이박고 앓아 눕게 되고 회복 후에 다시금 여행을 떠난다. 죄수를 옮기는 중인 왕의 호송대를 공격하여 죄수들이 달아나게 하고, 일반 여관을 성이라고 착각하다가 숙박객들의 놀림감이 된다. 자신에게 잘못된 일이 발생할 때마다 마법사의 탓으로 돌리며 꿋꿋하게 여행을 계속하는데, 어느새 그의 이야기가 책으로 쓰여져 널리 퍼진다. 그래서 그를 알아본 어느 귀족의 성에 기거하며 귀족 부부의 장난에 그대로 넘어가 놀림을 받는다. 종자인 산초는 귀족에게 섬을 지배하는 자리를 받아서 꿈을 이루었다. 하지만 자신이 꿈에 그리던 삶과는 다름을 깨닫고 다시 돈키호테 주인에게 돌아간다. 그들의 끝없는 여행은 돈키호테를 마을로 돌려보내기 위해 백색 기사로 분장한 주민에게 패배하여 승리한 기사도의 명령대로 마을로 돌아가는 것으로 끝이 난다.  마을로 돌아온 돈키호테는 이내 시름시름 앓다가 통곡하는 산초와 마을 주민들 앞에서 숨을 거둔다. 성공한 덕후가 될 뻔했던 돈키호테. 제정신일 때는 그 누구보다 현명하고 올바른 말만하고 정의감에 가득 차 있었다. 종자의 말을 인정할 줄도 알았고 신학자와의 대화에서도 논리적이었다. 




내심 돈키호테가 편력 기사의 최고 영예인, 사모하는 공주로부터 인정받으며 끝나기를 바랬다. 하지만 공주 한 번 제대로 만나지 못하고 다른 기사에게 패배하였다는 슬픔 속에서 죽게 되어 아쉽다. 여행 내내 다른 사람들의 놀림감으로 취급된 것이 대부분이어서 막판엔 조금이라도 잘 되기를 바랬지만 현실은 항상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나약한 인간이 돈키호테도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혀 꺾여 버린 것이다. 그의 꿈이 꺾여버려 슬프지만 그의 여정은, 꿈을 이루는 과정은 아름다웠다. 기사가 사라져 버린 시대에 자신의 이상을 밀어붙이는 모습에서 나는 그처럼 꿈을 따르며 살고 있는지 생각하게 된다.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보며, 사회의 기준을 보며 그렇게 살고 있는데, 돈키호테 같은 사람을 보면 뭐 저런 사람이 다 있어 하고 혀를 끌끌 찰 것 같다. 하지만 정작 꿈을 이루는 과정중의 돈키호테는 다른 사람의 시선 따위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자기 꿈에 대한 확신. 이런 사람들이 세상을 바꾸는 것 같다. 돈키호테도 그에 대한 책이 나와 멀리 퍼졌으니까. 우리도 인생에서 한번쯤은 돈키호테처럼 자신의 꿈을 실현시키는 여정을 떠나야만 한다.



2.

저자인 세르반테스는 전쟁에서 포로 생활을 하다가 11년 만에 귀국했다고 한다. 그의 몸값을 지불하기 위해 가족이 큰 비용을 치루었는데, 그가 돌아오자 집안의 경제 상황은 너무나 나빠져 있었다. 아버지는 이미 늙고 난청에 시달리고 있었고 나머지 가족들도 힘들게 버티고 있었다. 현실 앞에 젊은 시절의 문필가의 꿈은 짓눌려 버렸다. 그럼에도 어찌저찌 살다가 책들을 내게 되고 돈키호테라는 명작을 탄생시켰다. 돈키호테와 참 많이 닮은 그의 모습이 연상된다. 




P.683 – 산초, 무슨 말을 들었다고 해서 화를 내거나 괴로워하지 말게. 그랬다가는 결코 끝이 없을 테니 말이세. 자네는 자네 양심에 따라 살면 되는 거라네.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하든 상관하지 않으면서 말이지. 함부로 말을 못 하도록 험담가들의 혀를 묶으려는 일은 들판에 대문을 세우려는 것과 마찬가지라네.

P.831 – 잠을 발명한 자 복받았으면 좋겠습니다요. 잠은 인간의 모든 근심을 덮어 주는 외투이며, 배고픔을 없애 주는 맛있는 음식이고, 갈증을 쫓아내는 물이며, 추위를 데워 주는 불이자, 더위를 식혀 주는 차가움으로, 결론적으로 말해서 무엇이든 살 수 있도록 어디에서나 통용되는 돈이자, 목동을 왕과 똑같이 만들어 주고 바보를 똑똑한 자와 똑같게 만드는 저울이며 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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