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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B (Magazine B) Vol.53 : 무인양품 (MUJI) - 국문판 2017.1~2
B Media Company 지음 / B Media Company / 2017년 1월
평점 :
1.
라이프스타일 샵이 대세인 세상이다. 이전에는 올리브영, 미샤, 이니스프리처럼 코스메틱 매장이 영역을 넓히는 것이 주 트렌드였다면 이제는 자주(JAJU), 1300K, 텐바이텐, 29CM 처럼 우리의 생활에 필요한 용품들을 파는 매장이 늘어나고 있다. 침대, 이불과 같은 가구에서부터 향초, 디퓨저같은 기호용품, 문구와 옷까지 나의 공간과 일상에 필요한 대부분의 것을 판다. 이런 트렌드를 우리나라에서 선도적으로 이끈 것이 오늘의 주인공인 일본의 무인양품이다.
무인양품, 무지는 일본의 유통기업인 세이유의 PB브랜드로 출발하였다. 상표가 없는 좋은 물건을 제공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은 브랜드가 폭발적 인기를 얻으며 2016년 기준 매출이 3조 4천억원에 달한다. 굳이 좋은 포장지를 사용하여 물건을 돋보이게 하려고 하지 않고 물건 자체를 합리적이고 좋게 만든다.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을 하면서도 전체적인 디자인 톤은 통일감을 준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매장의 분위기까지 통일시키기 위해 ‘무지그램’이라는 매뉴얼북을 만들어 배포하는데 분량이 13권에 달한다고 한다. 각 매장 고유의 개성을 죽이고 직원들을 획일화 시킬 것이라는 우려에도 일의 90%는 구조에서 결정된다는 회장의 통찰력을 바탕으로 매뉴얼화를 강행한다. 상품의 디스플레이 방법은 물론 인사법, 심지어 직원들의 동선까지 적어 놨다는 이 매뉴얼은 우려와는 반대로 매장 직원들의 대응력을 향상시켜 무인양품의 성장에 큰 틀이 되었다고 한다.
이런 구조가 있었기에 무인양품을 방문하면 정돈된 느낌을 받는다. 자주나 1300K와 같은 매장이 강남이나 홍대처럼 번화가에 있어 구경삼아 방문하게 되는데 여러 상품들을 보면 통일감이 없어 보이고 중구난방이라는 느낌이 있다. 어떤 컨셉, 어떤 방향성을 가지고 브랜드를 운영하는지 확실하게 보여주지 못해 흡사 다이소, 대형마트 생활관과 비슷해 보이기까지 한다. 찾아보니 자주는 신세계가 2012년에 이마트의 ‘자연주의’라는 브랜드를 인수하여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변경한 것이다. 홈페이지를 방문하니 자주에서 판매했던 유아 욕실화에서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성분이 검출되었다며 회수 및 환불을 해주겠다는 팝업창이 뜬다. 좋은 상품을 합리적으로 판매하여 더 좋은 삶을 꿈꾸는 무인양품과 접근방식이 어떻게 다른지 안타까울 정도로 명확한 상황인 듯 하다.
무인앙품은 라이프스타일샵을 뛰어넘어 건축에까지 확장해왔다. 그야말로 라이프스타일의 끝판왕에 다다르고자 하는 욕심이 보이는 행보다. 2004년 ‘무지하우스’라는 레디메이드집을 판매하기 시작하여 1인가구, 고령화와 같은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공간을 채우는 물건들에서 공간까지 통일하여 제공하겠다는 모습에서 통찰력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과 라이프스타일이 비슷한 나라로서 얄미울 정도로 앞서 나가는 것 같다. 지금 한국은 1인 가구가 가구 구성비율 1위로 올라설 만큼 라이프스타일이 급변하는 시기이다. 결혼은 하지 않고 욜로를 즐기고 저축율이 줄어든다. 이런 특성들은 문화로 나타나기 마련이다. 공동거주주택, 1인 가구 빌트인 오피스텔 등 무인양품의 움직임을 우리나라에 적용하여도 반 발자국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2.
옷을 파는 유니클로, 라이프스타일 용품을 파는 무인양품, 전자제품을 파는 발뮤다. 모두 일본 기업들인데 이 브랜드들의 상품을 보면 정갈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실용적이고 깔끔하다, 과하지 않지만 알찬 느낌이 있다. 많은 서양인들이 이런 일본의 스타일을 젠(ZEN) 스타일이라고 부르며 열광한다. ZEN은 선(禪)의 일본식 발음으로 명상과 참선을 추구하고 심신을 통일하는 불교 사상의 하나라고 한다. 절제, 여백을 추구하여 현대에는 미니멀리즘의 모습이 대표적으로 발현되고 있다. 문화적 특성이 브랜드의 정체성으로 드러나는 것인데, 그들을 보면서 과연 우리 한국인들의 어떤 문화적 특성을 브랜드에 담을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든다. 푸짐한 인심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근면성실이라고 할 수 있을까? 문득 드는 생각은 ‘흥’이다. 아시아에서 가장 잘 노는 민족이라고 해외의 많은 뮤지션들이 내한공연을 사랑할 정도로 잘 논다. 노래방도 많고 밤늦게 술 마시며 잘 논다. 흥이 많은 건 사실인데 이 흥을 브랜드로 잘 녹여 낼 수 있을까 는 또 다른 문제다. 아니면 ‘열정’이라고 해야 하나. 어렵기는 하나 잘 구상하여 브랜드 정체성으로 나타낼 수 있다면 좋은 기회가 될 것 같은 좋은 느낌이다.
<출처>
1.무지하우스
https://www.pinterest.co.kr/explore/muji-house/
2.발뮤다 선풍기
http://global.rakuten.com/en/store/itemgear/item/balmudagreenfanja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