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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냐 존재냐 ㅣ 까치글방 114
에리히 프롬 지음, 차경아 옮김 / 까치 / 199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1.
사고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신발장 가득차서 있던 신발도 버려야 하는 마당에 운동화를 사고 싶고, 7장도 넘어서 하루에 두 장씩 입지 않는 한 충분한 티셔츠를 또 사고 싶고, 음질의 차이도 모르면서 좋은 이어폰을 사고 싶고, 밤에 책도 안읽고 바로 자는데 멋있는 스탠드를 사고 싶고, 노트북 지금 것도 쌩쌩하게 돌아가는데 맥북을 사고 싶고, 가지고 있는 시계들이 먼지가 쌓여가는데 시계를 사고 싶고....그닥 필요없는 것들인데도 다 가지고 싶습니다. 나는 그동안 평소에 돈도 많이 안쓰고, 명품도 안사니까 일반인들처럼 욕심이 많지 않다, 현명하다 라고 스스로에 최면을 걸고 있었습니다.
2.
그런데 에디히 프롬의 이 책을 절반도 읽기 전에 내가 얼마나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이였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단지 지금 가지고 있지 않았을 뿐, 수 많은 것들을 소유하기 위해 온 신경을 쓰고 있었습니다. 사람을 볼때도 그사람의 존재가 아닌 무엇을 소유하고 있나로 은연중에 판단을 하고 있었고, 외제차나 명품을 걸치고 있으면 그걸 통해 사람을 판단하고는 했습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소유에 집착하지 말자, 돈 버는 걸 최우선으로 두지 말자 등을 항상 유의하며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습니다. 에디히 프롬은 책을 통해 우리의 산업사회 구조 자체가 소유의 양식에 알맞는 구조였고, 우리는 이에 맞춰서 우리 자체도 소유의 대상으로 만들고 있다고 합니다. 원래는 존재로써 서로를 존중했던 인간이었지만 이제는 학점으로, 지역으로, 나이로, 대학교로, 회사로 서로가 어떤 스펙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판단합니다. 우리나라가 이런 인간의 수치화? 분야에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급이죠. 거기에 더해 프롬은 우리가 하는 말의 대부분도 소유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나의', '우리의', '가지고 있는' 등등의 말들이 우리의 소유의식을 강화시키고 있는겁니다.
3.
그리고 나서 프롬은 의식의 전환을 주문합니다. 무엇이 잘 사는 것이냐에 대한 논의도 하지 않은채 누군가 만들어놓은 체제에 이끌려온 우리는 이제 생각을 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중앙집권체제에서 지방분권체제로 변화, 쓸데없는 소유욕을 자극하는 광고의 축소화 등 구조적인 문제와 함께 중요하게 거론하는 것이 우리 일반인들의 의식 전환입니다.
사회로 나가서 일을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소유의 시대에 파묻혀 버리게 될 터인데 이 책을 통해 얻은 깨달음을 잃지 않고 계속 마음 속에 품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