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자본론 - 모든 사람이 디자이너가 되는 미래
마스다 무네아키 지음, 이정환 옮김 / 민음사 / 201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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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생의 궁극적 목표로 개인 도서관 100개를 정한 때가 있다. 문서로 적어놓고 어디에 붙여놓은 것도 아니고, 누군가에게 구체적으로 말해본 적도 없다. 그냥 너무나 막연하니까. 파주에 있는 거대한 도서관 지혜의 숲같은 크기의 공간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그런 공간을 100개나 얻으려면 얼마나 큰 돈이 필요할지 아직은 감도 안 온다. 그래도 좋은 목표이기 때문에 내가 만약 돈을 많이 번다면 진행하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런데, 꼭 돈이 있어야만 진행할 수 있는 일일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일본에서 유명한 서점, 전자기기 판매, 문화 복합공간인 츠타야 서점을 운영하는 저자 마스다 무네야키는 퇴직금으로 시작한 작은 서점을 시작으로 일본 제일의 문화 제공자가 되었다. 그에게 필요했던 것은 돈이 아니라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한 디자인이었고, 새로운 접근 방식을 잡아내는 눈이었다. 그 외에도 인터넷 시대에 오프라인 매장이 가지는 가치에 대한 이야기나, 책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제안해야 한다는 등 인상깊은 내용이 많아 나중에 기억하고자 아래에 적어둔다.

(출처: 도쿄 다이칸야마 T-SITE 리뷰, http://bosim.kr/399)

-      도서관의 건립은 사람들에게 선택의 범위를 넓혀주는 것이다. 시간이 남을 때에는 도서관에 갈 수도 있다.’ 라는 선택의 여지가 탄생한 것이다. 물론, 피시방에 가고 싶은 날이 있을 수 있고, 편의점에서 시간을 보내는 날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도서관에 가는 일 또한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자유다.

-      원래 츠타야서점 히라카타점을 통상적인 의미에서의 서점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어디까지나 비디오테이프와 레코드와 서적이 삼위일체를 이룬 MPS라는 새로운 장르를 기획, 실현한 것이다.

-      고객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서적이라는 물건이 아니라 그 안에 들어있는 제안이다. 따라서 그 서적에 쓰여 있는 제안을 판매해야 한다. 우리는 지금 서적 그 자체를 판매하려 하기 때문에 서점의 위기라는 사태를 불러오게 된 것이다.

-      가상 매장에서는 상품을 진열할 공간에 제한이 없다. 상품을 비축해야 할 창고는 필요하지만 실제 그 비용을 따져 보면 실물 매장을 구상하는 금액과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 게다가 인터넷 공간에선 볼 수 있는 모든 상품을 망라한 라인업도 가능하다는 점에서 고객 가치의 차이는 더욱 현저 해진다. 그렇다고 현실 세계의 모든 상점이 사라지고 인터넷 상점에서만 상품을 구입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기획은 반드시 피부 감각에서 출발하기 때문이다. 고객이 어떤 것을 원하는지, 무엇을 제공해야 고객 가치의 증대와 연결되는지를 포착하려면 비유적인 의미가 아니라 정말로 고객의 얼굴을 볼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      현실 세계가 인터넷에 대해 우위에 설 수 있는 여지 중 하나는 즉시성이다. 아무리 당일 배송이 확대되고 있기는 하지만 그 자리에서 바로 입수할 수는 없기 때문에 아무래도 대기 시간이 발생한다. 신선한 식품처럼 즉시 입수하지 못할 경우 가치가 줄어드는 상품은 인터넷에는 적합하지 않는 것이다. 또 하나는 직접성이다. 서점이나 도서관은 이용객이 직접 서적을 만져 볼 수 있는 공간에 장서가 진열되어 있기 때문에 그곳에서 해당 서적을 찾거나, 원하는 책은 아니지만 흥미를 끄는 비슷한 서적을 발견할 수 있다.

-      하지만 그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마음이라는 관점이 결여되어 있다. 그런 생각에서 이끌어 낸 키워드가 편안함이다. 인터넷은 원래 편안함을 고려한 매체가 아니다. 그것은 단지 방향의 차이다. 편안한 철도 노선과 불편한 철도 노선이라는 구분이 없듯(편안한 전철과 불편한 전철은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은 편안함과는 거리가 떨어진 장소에 존재한다. 현실의 서점은 편안함이라는 우위성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      다이칸야마 츠타야서점1호관에서 3호관까지 세 개의 건물로 이루어져 있는데, ‘클라인 다이섬 아키텍처는 각 건물의 가장자리 위치를 미묘하게 어긋나게 해서 사각지대를 만들었다. 그 때문에 방문객의 눈에는 항상 부분밖에 보이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시공사는 공간을 휴먼 스케일로 만들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너무 넓은 공간에 방치되면 불안해 합니다.”

-      1983, 퇴직금의 절반에 해당하는 100만 엔을 종자돈으로 32평 규모의 상점을 열었다. (나머지 절반은 가족에게 건넸다.) 그것이 나의 ‘1’이었다. 그리고 지금 TSUTAYA1400개가 넘는 매장을 보유하고 있고, T회원 수는 약 5000만 명에 이른다. 이 책이 모든 독자 여러분에게, 특히 장차 비즈니스를 시작하려는 젊은이들에게 각자 자기만의 ‘1’을 만들어 내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면, 저자로서는 의미 있는 일을 해냈다는 자긍심을 느낄 수 있을 듯하다.

2.

제안의 시대. 세상 물정도 모르고, 지식도 형편없지만 뻔뻔하게 지금 이 시대는 제안의 시대라고 말하고 싶다. 이미 우리에게는 너무나 많은 정보들이 있다. 전세계 모든 정보들이 담겨있는 스마트폰을 매일 들고 다니고, 온갖 미디어들은 매시간, 매분 정보를 쏟아내고, 새로운 기술들의 등장은 이전에는 없던 정보들을 새로 만들어 낸다. 하루 24시간을 모두 정보를 읽는 데에 써도, 그보다 훨씬 많은 정보들이 떠 다니다. 모두가 압도적인 양의 정보에 대하여 지쳐버렸다. 선택의 다양성을 무한히 넓어졌지만, 김밥천국에서의 결정장애처럼 쉽게 결정할 수가 없다. 무한히 많은 선택지 가운데에 왠지 더 좋은 상품이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살바도르 달리 시간의 잔상>

 

정보에 지친 사람들에게 이제 제안을 해야한다. 이미 많은 기업들이 제안의 방식을 이용하고 있다. ‘오늘의 특가’, ‘편집매장’, ‘3040들을 위한 감성주점’, ‘싱글족을 위한 작은 상품들등등 그들에게 선택의 여지를 줄여주는 대신에 믿을 만한 상품을 추천하고 있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빅데이터도 수 많은 데이터에서 연결고리를 찾아 필요한 사람에게 정보를 제안하는 것이 주 골격이다.  츠타야 서점 역시 고객들에게 편안한 공간에서 여려가지 제안을 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컨시어지라고 하는 전문적인 구매 도우미 서비스까지 있어서 소비자들이 편안하면서도 전문적인 제안을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성공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제안 형식의 비즈니스가 더러 있기는 해도 여전히 가능성이 높다. 빅데이터가 대기업들, 큰 조직을 위한 것이라면 동네 상점들의 POS분석을 통한 가칭 스몰데이터을 제안할 수도 있고, 국내에 머무르고 있는 교환학생들의 생활패턴이 비슷하다는 점에서 단체여행 패키지를 제안할 수도 있다. 모두에게 많은 정보는 이미 열려있다. 이제 누가 어떻게 정보를 가공해서 제안하느냐에 따라 성공의 가능성이 달라질 것이다.

한가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엄청난 근무시간, 야근때문에 시간이 없는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제안 방식이다. 아직 상품이나 서비스를 생각해 본적은 없지만, 그들에게 시간은 없고, 돈은 많다는 특징을 생각해보면 좋은 타겟층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한때 직장인들을 위한 주말 이용 올빼미 패키지 여행 등이 성행 했었는데, 새벽 비행기를 타고 짧은 일정 탓에 장기적인 인기를 끌지는 못했다. 싱글족이 늘어나고, 집에서 혼자 생활하는 것을 선호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취미조차도 버거워서 휴식을 택하는 그들에게 제안할 수 있는 것. 새로운 취미를 제안하기 위해 매 주말 캘리그래피, 쿠킹, 운동, 회화 등등 가벼운 1회성 프로그램을 제안? 곰곰이 생각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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