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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칠때는 서핑을 - 세계적인 록클라이머이자 환경운동가이며 세계적인 아웃도어 메이커 patagonia의 설립자 이본 취나드의 경영 철학서
이본 취나드 지음, 서지원 옮김 / 화산문화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내가 즐겨 입는 맨투맨 티셔츠의 팔 끝자락에는 삼각형의 마크가 붙어있다. 재활용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삼각형 모양으로 꼬리에 꼬리를 무는 화살표 3개와
가운데에 페트병 모양이 그려진 마크다. 이 마크는 이 옷이 페트병을 재활용하여 만들어졌다는 표시다. 이 옷을 구매할 당시에는 이 옷이 페트병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에 대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예쁘다는 이유로 샀었는데, 친구들이 이 마크에 대해서 물어볼 때마다 자랑스레 이 의미를 설명하곤 했다.
아쉽게도 지금 이 브랜드는 나의 기대만큼 엄청난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다. 길거리에서
이 브랜드의 옷을 입은 사람을 만난 적이 없었고, 브랜드에서도 환경적인 옷보 다는 디자인적인 옷을 더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면 우리나라에서 이런 좋은 가치를 뿜어내는 기업이 적은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들의 선호도가 부족 때문이라는 이유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탐스의
신발 기부 정책에 환호하거나 위안부 할머니들의 그림을 활용한 마리몬드의 휴대폰 케이스가 잘 팔리는 것을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비할 때 단순히 가격, 비용 측면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부가가치까지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인프라가 부족한 것은 또 아니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지원은 타국에 비해 훌륭한 편이기에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렇게 하나씩 제하다 보면 착한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에게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우리는 최고의 아웃도어 제품을 만들되, 그로 인한 환경 피해를 유발시키지 않으며, 환경 위기에 대한 해결
방안을 수립하고 실행하기 위해 비즈니스를 이용한다.’ 파타고니아의 미션이다. 여기서 그들이 최고의 아웃도어 제품을 만든다는 점에서 그들과 우리의 차이점이 나타나는 것 같다. 좋은 가치를 창출해낸다고 해서 그 가치가 품질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소비자들은
착한 소비를 원하면서도 좋은 품질의 제품을 원하기도 한다. 최고의 품질이 보장되었다면 조금 더 비싼
가격이라도 구매하는 것이 요즘의 소비자들이다. 즉, 과거처럼
소비자들에게 착한 소비를 호소하는 방법은 먹히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국내의 많은 사회적
기업들은 사회적 기업 인증을 내세우고, 이 소비가 어떻게 좋은 가치를 창출할지에 대한 것 위주로 구매를
유도한다. 사실 정말 좋은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가치를 내세우지 않아도 팔리는 제품을 만드는
회사다.
2015년 미국에서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선정된 와비파커는 안경이
팔릴 때마다 시력 측정 기술을 전수해서 5년간 35개국에 1만8천명의 안경 전문가를 배출했고,
나무 헤드폰/이어폰을 만드는 리슨(LSTN)이란
회사는 제품이 팔릴 때마다 스타키 재단에 기부를 하여 청각에 이상이 있는 아이들을 돕는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들은 좋은 가치 창출 이전에 혁신적인 안경 판매 방식과 나무로 만든 헤드폰/이어폰이라는
특화된 제품,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었다. 우리도 이를 본받아
사회적 기업은 기존의 기업에서 한 단계 더 진화한 회사라는 것을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을 진행한다면 착한 거인 기업이 등장할 수 있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2.
매출의 1%나 세전 이익의 10%중
더 큰 금액을 환경 보호에 사용하는 기업. 유기농 목화라는 개념도 없던 1996년 제품의 이용되는 모든 면직류를 100% 유기농 순면으로
바꿔 사용하는 기업. 제품을 사면 바느질 도구도 같이 제공하여 헤지면 기워 입으라고 권장하는 기업. 미국 최대의 쇼핑 기간인 ‘블랙프라이데이’에 자사 제품을 사지 말라는 광고를 내는 기업. 사내 유치원을 운영하여
어머니들이 아이들과 같이 근무하는 기업. 정말 멋있는 파도가 칠 때는 회의도 그만두고 다같이 서핑을
하러 가는 기업.
2008년 금융위기의 해에도 50%의
매출 성장률을 달성한 기업. 2013년 이후 미국 아웃도어 시장 2위에
안착. 2014년도 총매출 7800억 원의 대기업.
같은 기업이라고는 믿기 힘들 정도로 상충된 개념들이 내재된 기업이 바로 파타고니아다. 이 엄청난 회사의 역사를 찬찬히 훑어나가다 보면 어떻게 이렇게 거대하게 성장할 수 있었는지 의아스럽다. 새로운 재질을 발견한 것도 아니고 창업자가 원래 부자였던 것도 아니고, 그냥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성장해왔다. 암벽등반 할 때 사용하는 피톤이라는 쐐기 비슷한 것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본 쉬나드는 여성용 코르덴 바지를 만드는 공장에 들렸다가 그 바지를 등산용 바지로 활용하여 팔기 시작했고, 화려한
럭비용 옷을 등산 의류로 활용하더니 또 다른 성공을 거두었다. 그렇게 의류 사업에 열을 올리다가 직물의
중요성을 알고 직물 연구소를 세우고, 그렇게 품질을 인정받아 성장하고,
또 성장하고…이런 성장의 와중에도 환경에 대한 노력은 지속하여 댐 건설을 저지하고, 황무지의 땅을 대거 사들이는 등 회사의 미션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신기한
기업임이 틀림없었다.
그런 파타고니아도 처음부터 환경적으로 우수한 기업은 아니었다고 한다. 1991년
한창 성장할 시기에 기업의 환경평가 작업을 해봤더니 그들 제품도 예외 없이 환경을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한다. 놀라운 점은 면이나 모직 같은 ‘자연’ 섬유라고 해서 환경 면에서 합성섬유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사실이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보통의 기업들이라면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있었지만 파타고니아는 환경에 해가 가지 않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여 말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주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였다. 그들의 신념은 그들을 최고로 이끌기에 충분했다.
창업자인 이본 쉬나드는 노골적인 나쁜 행동만 나쁜 것이 아니라, 옳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나쁜 것이다 라고 말했다. 능력이 닿고, 기회도
되는데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것도 나쁜 것이라는 말이었다. 무심코 책을 읽다가 선생님에게 혼이 난 기분이 들만큼
많은 점을 배울 수 있는 창업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