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의 기쁨과 슬픔 -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일을 하는가?, 개정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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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에 대하여

 

    나에게 있어, 기쁨과 슬픔이라는 감정과 일은 쉽사리 어울리지 않는다. 기쁨은 슬픔은 연애나 운동처럼 감정이 여과없이 드러날 수 있는 활동을 할 떄 느끼는 것이지 일에서는 감정을 느끼면 안된다고 들어왔다. 일에서 감정을 빼야한다, 가볍게 일을 해야 한다, 평생 직장이 아니다 등등 많은 사람들이 일은 일로만 봐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또 한편에서는 일에 모든 것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말한다 .스티브 잡스가 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하며, 일은 인생에서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니 꼭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거기에 매진하라고 했고,어떤 사람들은 일을 자아의 실현이라고 말하며 자신의 인생과 동일시하며 일한다.

 

 

    이 말도 맞고, 저 말도 맞는 거 같다. 일에 정답이 있다면 얼마나 우스울까. 모두가 같은 방식, 같은 생각을 가지고 일을 하면 이렇게 다양성이 풍부한 사회를 만들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일이 생긴다면(아직 찾지 못하였기에) 거기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 성공하고 싶은 욕구가 강한데, 그렇다고 해서 이런 방식을 모두에게 적용시켜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이런 생각이 옳은 생각이 되어 버리면 회사에서의 야근은 당연한 것이 되고, 열정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정말 모든 사람들, 개인개인이 자신이 진정으로 사랑하는 일을 찾아서 일만 해도 즐거운 상황이 온다면 최고겠지만 현실은 당연히 그렇지 못하다. 자신이 진정무엇을 좋아하는지 찾지 못한채 회사에 들어간 분들도 많으며 회사에 들어가서도 자신이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이 현대사회이다. 아님,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분명 존재할 것이다. 사람의 특성은 이렇게나 다양한데 그 동안 우리 사회는, 특히 우리 한국 사회는 너무나 천편일률적으로 몇가지의 길을 가지고 너가 옳네 내가 옳네 하고 싸우고 있다고 느낀다.

 

 

    그런 점에서 저자 알랭 드 보통은 제3자의 입장에서 다양한 직업을 잘 표현해 낸 것 같다. 관찰자라는 입장이 최적화된 작가라는 눈으로 본 여러가지 일들(물류센터, 비스킷 공장, 직업 상담, 로켓 과학, 회계, 항공 산업)을 통해 일이 인간과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 깊지 않게, 그러나 편하게 이야기 한다. 무명의 화가가 하나의 나무를 2년 동안 그리는 것을 보고 자아의 발견 과정이라 보기도 하고, 비스킷 공장의 경박한 마케팅 방식으로 보며 그 깊은 핵심에는 인간의 생존 욕구를 읽는다. 그 생존 욕구가 현대사회에서는 어릿광대짓과 큰 차이가 없다는 모습에서는 좌절감을 느끼지만 말이다. 로켓 발사 연구소를 방문하면서는 뉴턴이나 갈리레오같은 한명의 천재가 나오기 어려운, 엄청나게 세밀화된 업무 구조에 혀를 내두른다. 최고의 효율성을 위한 개인성의 죽음을 절대로 격하게 표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풀어낸다. 하나의 직업에 대해 깊고 깊게 파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산업에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건드림으로서 일 자체의 본 모습을 조금이라도 엿보기 위한 작가의 노력에 감탄하였다. 누가 과거 우리가 먹는 것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세세히 알고 있는 것과 대비해 현대 우리가 먹는 것에 대해 너무 모른다고 생각하여, 참치잡이 배에서부터 참치 캔까지의 유통과정을 따라다닐 생각을 했겠는가. 알랭 드 보통은 작가라는 직업에 참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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