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저블 - 자기 홍보의 시대, 과시적 성공 문화를 거스르는 조용한 영웅들
데이비드 즈와이그 지음, 박슬라 옮김 / 민음인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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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일에 대하여


    항상 보이는 직업들, 보이는 사람들만을 보아왔다. 기업의 CEO, 스포츠 스타, 대통령, 천재 프로그래머, 배우 등등. 그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신문을 도배하고, 그들의 행동이 어린 친구들에게 귀감이 된다. 다른 이들에게 보여진 행동으로 순식간에 주목을 받기도 하고 더 순식간에 바닥으로 추락하기도 한다.  


    모두가 보여지기 위해서 일을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인턴을 하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세상에는 보이는 일보다 보이지 않는 일이 훨씬 많다는 것을 이제야 깨닫는다. 인턴을 하면서 하는 정말 작은 일들. 서류 정리하기, 엑셀에 숫자 넣기, 파워포인트 만들기, 대표를 위해 번역하기, 전시회 프로그램 기본 틀 짜기, 잡지 내용 정리하기, 정수기 물통 갈기. 최종 소비자들은 절대로 알 수가 없는 일들을 반년이 넘도록 해왔다. 그런 것은 일이 아니지라고 생각했던 일들을 했다. 내가 이 회사에서 일한다는 사실은 소비자들은 모른다. 여기 있는 대다수 사람들을 모른다. 결국 회사에서 일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다. 물론 이 책에서는 충분히 주목 받을 만한 엄청난 전문성을 보유함에도 뒤로 물러나있는 사람들, 다른 사람들이 그 일을 인식하지 못해야 일을 잘한 것으로 평가 받는 직업들을 조명하지만, 나에게는 일반적인 직장인들 역시 사명감을 가지고, 각자의 각오를 가지고 보이지 않는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느껴진다. 전세계에서 일반 대중들에게 보여지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극소수다. 그들을 제외한 정말 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일을 하고 있고, 그걸로 세상을 움직인다. 누군가는 회사라는 기계의 톱니바퀴라고 폄하할 수 있지만 내가 본 직장인들은 그래도 각자의 자부심이 있다. 나라는 윤활유가 있기에 회사가, 사회가 돌아간다는. 


    이 책을 통해 즐겁게 배운 점은 세상에는 참 재미있는 직업들이 많다는 점이다. 이 책에서만 해도 공항에서의 길이나 표지판을 설계하는 전문가, 조향사, UN 동시통역사, 영화감독이 아닌 촬영감독, 신문에서 기사에 대한 사실 검증가, 초고층 건물의 공학적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 설계사, 세계적 록밴드의 악기와 공연물품들을 관리하는 관리자, 피아노 조율사 등등. 이 책이 아니었다면 내가 존재하지도 못할 직업들이다. 대기업, 판사, 의사, 회계사처럼 이미 알려진 직업들만 알고 있었던 나에게는 새로운 시각을 주었다. 이제 어떤 일이나 제품을 보아도 보이지 않는 이들의 노력과 재능을 한번 더 살펴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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