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국民 현대사 - 국민으로 살아낸 국민의 역사
고경태 지음 / 푸른숲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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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의 시선에 대하여


    어머니께서는 역사를 참 좋아하신다. 십 년 전에 세종대왕과 관련된 수업을 듣기 시작하시고 나서 다양한 역사 수업을 들으시고 역사 관련 책을 읽으셨다. 그렇게 십 년이 지나 올해, 구청에서 강사로 선정되어 한 달 동안 시민학생들을 가르친, 명실상부 강사가 되셨다. 한 가지 일에 십 년을 투자하면 이룰 수 있다는 우리 옛날을 정말 몸소 실천하신 어머니의 역사 수업 제목은 ‘여성의 시각으로 본 조선의 역사’였다. 그 동안 우리의 역사는 철저하게 남자의 시각을 근거로 써 와졌기 때문에 그것을 여성의 시선으로 풀어내겠다는 초보 강사이신 어머니의 큰 포부였었다. 예상치 못하게 정원이 다 채워졌고, 나름 성공적으로 강의를 마칠 수 있으셨다. 어머니는 자기도 이럴 줄 몰랐는데 아마 제목이 끌려서이지 않았을까라고 말하셨다. 여성의 시선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고나 할까.

 

   역사는 승리자의 시선이고, 위로부터의 시선이다라는 것이 정설이다. 그들의 입맛대로 역사는 뒤집어지기도 하고 있던 역사가 사라지기도 한다. 이 책은 그런 위로부터의 역사에서 벗어나 민중의 시선으로 역사를 보고자 만든 책이다. 저자의 아버지가 몇 십 년 동안 이어오신 신문 스크랩을 토대로 그 당시 사회의 모습을 그려보고 현재의 사회와 연결시켜 보기도 하는 것이다. 물론 신문 역시 완전히 민중으로부터의 시선은 아니다. 정부로부터의 입김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고 몇몇 신문사는 광고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친 기업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신문은 티비보다는 자유로웠고, 대중들과 더 밀착되어 있었다. 실제로 티비가 정부의 검열을 받을 때 신문사들은 4컷 짜리 만화를 통해 티비를 비판하는 등, 나름대로 주관적인 목소리를 내고자 노력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런 신문의 하루하루의 사건, 사고들에서 대중, 시민을 볼 수 있었다. 승리자의 역사에서 우리의 현대화는 꽤나 괜찮다. 쿠데타와 독재화, 혁명, 산업화 등등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고 결국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루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이면에서의 고통은 주목 받지 못했고 YH무역 농성 사건과 같이 큰 사건들만 우리들 기억에 남았을 뿐이다. 시민들을 공포에 떨게 한 살인사건이나 십대들의 학교에 대한 시위, 박정희 대통령의 우표에 관한 이야기 등은 승리자들이 보기에는 너무 작은 이야기들일 뿐이다. 하지만 하나하나의 사건, 사고들은 시대가 원인을 제공한 것이고 시대의 정신이 담겨있다. 아래로부터의 시선은 결코 작은 것이 아니다. 역사는 결코 한 가지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결국은 누군가에 의해 재편집되는 것이기에 한 가지 사건을 다양하게 바라 볼 수 있어야 다양한 답을 내 놓을 수 있다. 그리고 대중들은 그것을 원한다. 어머니의 ‘여성의 시각으로 본 역사’가 인기를 끌었듯이.

 

   최근 정부가 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를 논하면서 찬반의 열기가 뜨겁다. 남북이 분단된 상황에서 통일된 역사 인식이 필요하고 현재 교과서들이 좌편향적이라는 이유를 대며 박근혜 대통령이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다. 그에 대해 몇몇 대학의 교수들과 단체들이 차례로 성명을 내며 반대를 하고 있는 상황. 사실 대통령, 정부의 입장에서는 교과서 국정화가 더없이 좋다. 자신들의 입맛대로 국사를 미화할 수 있고, 쿠데타를 쿠데타라고 하지 않고 혁명이라고 말할 수도 있으니깐 말이다. 지금이야말로 좋은 시기이기도 하다. 청소년의 절반이 6.25의 발발 년도도 모르는 것과 같이 대중들의 역사 관심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와중이니 이때다 싶을 것이다. 탄식 밖에 나오지 않는다. 뿌리가 하나인 나무는 결코 오래 살아남지 못한다. 바람 한번에, 비 한번에 쓰러지는 것이 당연지사다. 잔뿌리가 여러 개여야 나무가 튼튼하다는 것은 어린 아이조차 잘 알고 있다. 제발 좀 잔뿌리를 자르려고 하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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