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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쓰는 간신열전
최용범.함규진 지음 / 페이퍼로드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 간신에 대하여
간신. 간신의 간이란 글자에 기역자 때문에 뭔가 약삭빠르고 날카로운 느낌이 더 강하게 든다. 그리고 똑똑한 느낌을 준다. 책을 통해 만난 역사 속의 간신들 역시 대체로 똑똑했다. 중간중간 나온 간신에 대한 저자의 정의나 설명을 보면, 왕이나 다른 이에게 아첨만 하는 간신은 간신 중에서도 하급에 속한다고 한다. 금방 들통이 나고, 별로 오래가지도 못한다. 제대로 된 간신은 그것이 충언인지 아첨인지 모르게 말을 하며, 역사의 기록마저도 상반된 의견을 남길 정도로 충신과의 종이 한 장 차이에 불과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로 상대방을 위해 말을 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다. 모두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말을 하고 행동을 하는데 간신은 거기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선 것일 뿐이다. 충신들이 충언을 하는 것도 그들의 이미지를 위해서, 그들의 당을 위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고 정말로 올곧게 말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수도 있지 않을까.
높은 자리에 오를수록 간신을 파악하는 능력이 더더욱 중요한 것 같다. 높은 자리로 올라갈수록 칭찬하는 말은 많아지고, 자신을 위하는 것처럼 잘해주는 사람이 많아진다. 때문에 높은 자리에 오르고자 한다면 칭찬을 좋아하면 안 된다. 칭찬에 취해서는 안 된다. 올라가기까지 많은 이의 도움을 받았을텐데, 마치 혼자서 이룬 것처럼 칭찬해주는 사람들은 그 칭찬을 통해 자신도 그 자리에 일조한 것처럼 보이고 싶어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칭찬에 대해서 항상 겸손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여전히 간신이 많다고 생각한다. 대표적인 간신의 표상인 친일파를 숙청하지 못하여 주요 보직들에서 그 명예를 세습해온 사람들이 많을 것이고, 정치권에서는 간신이 되지 않는 자는 축출되기 마련이다. 우리나라에 간신이 많은 결정적인 이유는 세월호 사건과 메르스 사건에 대한 대통령의 판단 때문이다. 세월호 당시 유가족들을 한없이 위로할 줄 알았던 대통령은 청와대까지 찾아간 유가족들은 끝내 만나주지 않았고, 청해진해운은 회장의 꺼림칙한 죽음으로 일단락 되었다. 메르스 사건은 장관만 바꾼 채, 약속했던 질병관리본부는 일찌감치 취소되었다. 흔히 간신은 말만 화려하다고 하는데, 한국에서의 간신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