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비싼 작가 10 -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특별하게 만드는가?
심은록 지음 / 아트북스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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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미술에 대하여


    도통 어렵다. 현대에서 비싸게 팔리는 작품들은 모두 잘 모르겠다.  낙서와 같은 그림이 명작으로 호평 받는 것에 크게 놀랐고, 중국인이 대세로 급부상하는 것에도 놀랐고, 엄청난 가격에 완전 크게 놀랐다. 데미안 허스트의 상어를 통째로 넣은 작품. 송아지를 절반으로 잘라 박제해 놓은 작품. 장 미쉘 바스키아의 낙서로 이루어진 작품. 아니쉬 카푸어의 구름을 형상화한 알루미늄 조각. 현대미술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미술의 중심이 파리에서 미국으로 넘어가면서 비즈니스가 미술과 결합하기 시작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미술이 더 주목을 끄는 방식으로 향하는 것 같기도 하다.  


    최근 미술 경매 역사에 또 하나의 기록이 나왔다.  2015년 5월 11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파블로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 연작 중 하나의 작품이 1억 7900만 달러에 낙찰되었다고 한다. 우리 돈으로 1968억이라는, 무슨 1968년도를 이야기하는 것처럼 우리에겐 상상할 수 없는 금액이다.  피카소로 인해 미술 경매 최고액이 1,000억 원을 넘었다고 했는데, 또 다시 그로 인해 2,000억 원을 넘을 수 있을 것이라 평한다. 왜 하필 피카소인가, 많은 사람들이 모두들 자신들이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외치는 피카소인지 일면상 잘 이해가 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을 읽은 기억을 되살려 보니 약간의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책에 나온 작가, 데미안 허스트는 그 동안의 화랑을 통한 경매에서 벗어서 직접 물건을 판매하겠다고 선언했었다. 기존의 방식을 거부한 새로운 방식으로 대다수의 의견들이 미술 경매 시장에서 막강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화랑들의 영향력 때문에 판매에 실패할 것이라고 내다 보았다. 하지만 정작 결과는 대성공으로 허스트에게 막대한 부를 가져다 주었다.  놀라운 점은 그의 작품들을 산 주인공들이 다름 아닌 허스트를 비판한 화랑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이미 허스트가 한참 잘 나갈 때 그의 작품을 많이 사 놓았었는데, 이번 새로운 경매에서 실패하면 그의 가치가 추락할 것이기에 철저히 비즈니스적인 관점으로 접근하여 대부분의 비싼 작품들을 모두 사버린 것이었다. 이번에 최고금액을 기록한 피카소의 작품 역시 낙찰자의 신원이 알려져 있지 않다는 것을 보면 화랑과도 같은 부류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현상이 지속되고 더 강해질수록 작품 그 자체의 가치는 떨어지지 않을까라는 걱정이 든다. 돈이 압도해 버리는 작품들. 이제 당분간 사람들은 이 피카소의 ‘알제의 여인들’을 볼 때 마다, 그 속에 담긴 의미보다 1968억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내가 이걸 살려면 몇 년을 일해야하지, 이거 내가 스크래치 한번 긁으면 얼마 물어야하지 이런 생각하면서….



- 이우환의 그림과 나의 그림에 대하여


    책의 말미에 저자가 중국 미술의 급부상을 파헤치기 위해 중국에 방문한 일화를 써놓았는데, 거기서 이우환씨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중국 예술가들은 자국에 대한 자부심이 엄청난데 우리나라의 예술가 중에 이우환씨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하였다. 사실 나도 이우환씨를 나도 모르게 알고는 있었다. 나는 노트북 배경화면을 명작으로 꾸며 놓았는데, 10개 정도의 작품을 몇 시간 마다 바뀌도록 하여서 지루하지 않게 하였다. 이걸 설정할 당시에 국내 작품도 한 두 개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하여 이중섭의 ‘황소’라는 작품과 함께 이우환의 ‘점으로부터’를 골라서 설정해 놓았었다.  이중섭은 내가 잘 알고 있었는데 나머지 한 명의 한국 작가는 도통 아는 사람이 없어 네이버 인기 검색어에 뜬 사람으로 정했던 기억이 있다. 시간이 지나서 작가의 이름을 까먹었었는데, 책을 읽다가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점과 선으로 이루어진 작품. 사실 잘 모르겠다 .그의 작품 중 하나는 하얀 캔버스 안에 가운데 점만 찍어 놓은 작품도 있는데, 나도 똑같이 할 수는 있을 것이다. 완전히 똑같이 할 수 있기에 그의 작품과 나의 작품의 차이가 어디서 기인하는지 궁금하다.  전문가들은 이 두 개의 작품을 구별해 낼 수 있을까? 선이나 면이 들어가지 않은 점 하나를 그린 그림. 지금 쓰면서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내가 생각하기에 이 차이는 도저히 구별할 수가 없다. 누가 나에게 명쾌하게 설명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



- 나에게 있어 최고의 작품


    나도 명작을 참 좋아한다. 느낌이 있는 그림들, 인정을 받은 그림들을 가지고 싶기에 그들의 전시회를 찾아가 엽서라도 사서 방에 붙여 놓는 것이 취미 중의 하나이다. 나는 수많은 명작들 중에 이중섭의 ‘황소’라는 작품을 가장 좋아한다. 엄청나게 강렬하게 붓질을 해서 황소의 근육이 정말로 살아 있는 것 같고, 그 힘이 나도 느껴진다. 나를 바라보는 황소의 시선 역시 강렬해서 나와 황소간에 교감이 일어나는 것 같기도 하다. (내가 황소자리라서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어려웠던 작가의 생애나 그의 성향을 떠나서 이 작품을 내 방에 걸어두고 싶다. 


    그럼에도 수많은 명작들보다 더 기대되는 작품이 있다. 중요한 것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작품이란 것이다. 바로 나와 내 인생의 동반자가 같이 그려진 그림. 내 인생의 동반자가 그린 그림이거나 내가 그린 그림이거나 상관 없다. 결혼을 한다면 이 팍팍한 현실에서 낭만이라도 찾자 하고 유화물감이랑 캔버스 따위의 화가느낌 물씬 나는 도구들을 챙겨, 대관령 목장 같은 곳으로 떠나 거기서 나와 부인이 등장하는 풍경화를 그리고 싶다. 평화롭고, 사랑이 들어있고, 무엇보다 진심이 들어가 있는 그림.  둘만 간직하는 그림.  내 20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그림 연습해서 자화상 그리기 인데, 정말 연습을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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