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어제 6시간만 자서 몸이 무겁다. 9시30분인 업무 시작시간보다 나는 보통 45분 일찍

온다. 스스로 9시까지 출근 룰 때문이기도 하지만 부장님 책상에 아침마다 전자신문을 배달해야 하기 때문에 그러하기도 하다. 그렇다고 일을 일찍부터 하긴 싫어 1층 전시룸에 가서 티비들을 켜고 쿠션을 베고 자려고 매번 시도하지만 어딘지 불편하다.누군가 들어올 것만 같기도 하고....방법을 찾아야한다.

오전에 일은 어제의 연장으로 사람 찾아다니며 선물 받아간 사람의 명함 스캔 보내달라 요청하기, 경쟁사 국문 브로셔 검색, 설문조사 엑셀 마무리 점검 이렇게 3가지다. 별로 일이 없어 다른 사업부 향후 계획 피피티를 읽으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점심은 부장님과 대리님1과 사원님과 함께 메밀국수. 맛집인가 보다. 줄이 길다. 공차도 먹었다.


오후     - 월초에는 잡지가 많이 들어와서 잡지 내용들을 엑셀에 정리하고, 파쇄기를 고친다. 

예전 일기에도 이 일을 쓴 적이 있는데, 누군가 종이를 한번에 10장정도 두껍게 넣어놔서 파쇄기가 멈춰버렸다. 그 상태로 며칠간 지속되었다. 나도 알면서도 피했는데, 오늘 일도 없고 해서 맥가이버칼로 파낸다. 이쪽의 모든 사람들이 파쇄할 때마다 반대편으로 갔겠지. 이렇게 많이 넣고 도망간 당사자는 기분이 어떨까. 도망도 아닐 것이다. 매일 이곳에 출근하니까...


오후 4시 쯤에 귀찮은 업무가 떨어진다. 곧 경진대회를 여는데, 홍보를 위해 관련 학교들을 리스트업하는 것. 내일까지 하면 되니까 대충대충한다.


7시가 다 되갈 때까지 부장님이 자리를 안뜬다. 기다리다 못한 대리님1, 2는 도망치듯 나가고(한명은 어찌나 급했는지 핸드폰을 놓고가서 다시 돌아오더라) 부장님이 나가고 나서야 나도 나간다. 아니 차장님은 나보다 거의 매일 일찍오는데 나보다 먼저 간 적이 없는 것 같다. 예전에 나한테 농담조로 왜이렇게 일찍가냐고 한 적이 있는데 그럴꺼면 먼저 가주시던가.... 


하지만 눈치보는 내가 제일 비루하고 비열하다. 6시 반 이후로는 사실 아무일도 안한다. 일을 하지 않기 위한 마음으로 단어를 외우지만 시계만 자꾸 본다. 부장님은 언제 가나, 차장님은 언제 가나.... 인턴하고 제대로 배운건 이거다. 얼른 가라고 마음속으로 열심히 비는 것. 6개월만 하고 관두고 돌아오고 싶지 않은 인턴나부랭이도 이런데 정직원은......그래서 사원이 항상 늦게 가는 이유도 알겠다. 곧 계약이 만료되는 계약직 사원...결코 일찍 갈 수 없다. 회사에서 살아야 한다. 회사에 제일 늦게까지 남아야한다. 그래야 살아남는다.


근데 제일 큰 아이러니는 이 회사가 그나마 야근이 없는 거라는 것. 반드시 변화가 필요한 사회다. 내가 바꿔야겠다. 


에스컬레이터 왼쪽에 서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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