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이란 무엇인가 - 예일대 17년 연속 최고의 명강의 삶을 위한 인문학 시리즈 1
셸리 케이건 지음, 박세연 옮김 / 엘도라도 / 2012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나에게 죽음이란 무엇인가


    책을 읽고 일주일이 지난 다음 쓰는 독후감. 책을 읽을 당시에는 대학 강의 내용을 책으로 내놓은 만큼 노트에 필기를 해가며 읽었고, 그러면서 이해하고 감탄한 부분도 있었는데, 시간이 지난 뒤 독후감을 쓰려하니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가물가물하다. 이 책을 읽으며 죽음에 대해 생각했었고, 그만큼 죽음에 가까웠던 것 같은데, 일주일 만에 죽음은 내 인생에서 전혀 끼어들지 못했다. 그래도 지금 글을 쓰면서 한가지 기억할 수 있는 것은 죽음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중립적인 것 이라는 것이다. 죽음은 결코 부정적인 가치를 가졌다고 말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죽음을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 나는 죽음을 무서워하는데 그렇다는 이야기는 내 삶의 가치가 긍정적인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잃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은 것이 된다. 그런데 나에게는 아직도 죽음이 엄청나게 마이너스인 것처럼 느껴진다. 신문이나 뉴스에서 매일같이 사건사고로 전세계에서 수천, 수만 명이 죽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우면서도 나는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다.  근데 사건, 사고들의 내용을 보면 죽음이 결코 우리와 멀리 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매일 이용하는 교통에서의 사고, 서울에서의 산사태, 여행지에서의 사고들.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완벽하게 완전한 공간은 없다. 



- 맥가이버칼과 라이터


    내가 밖에 나갈 때 항상 메고 다니는 가방에는 온갖 물건들이 들어있습니다. 치약 칫솔은 물론이거니와 가그린, 휴지, 포스트잇, 펜 하나, 배터리 등등 일상용품 외에 2가지가 더 들어있습니다. 바로 맥가이버와 라이터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이 두 가지를 보면 깜짝 놀라곤 합니다. 라이터는 내가 담배도 피우지 않는데 뭣하러 들고 다니냐고 하고, 맥가이버는 정말 왜 들고 다니냐며 물어봅니다. 저는 항상 이렇게 대답합니다. ‘만일을 대비해서’. 사실, 우리나라는 참으로 안전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자연재해의 위험성은 극히 낮고, 위급할 때 대응도 참 빨리 해줍니다. 하지만 2014년 작년의 세월호 사건 이후로 두 가지는 무게가 좀 나감에도 반드시 들고 다닙니다. 언제 죽을지는 아무도 모르겠다는 것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이 책의 저자가 지적한 대로 저 역시 다른 일반적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내가 죽을 것이다라고 잘 생각하지 않습니다. 평소처럼 학교 다니고, 출퇴근하고, 주말에 데이트하고, 가끔씩 해외여행가는 이런 생활에 죽음이 끼어들 여지는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가끔씩 용산역에서 노량진역으로 전철이 한강을 지나갈 때, 혹시 이 전철이 한강에 빠지면 어떡해야 하지라는 생각이 문득 들기는 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상상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고는 내 가방 안에 두 가지 물건이 들어있다는 것을 알고는 안심합니다. 이 두 가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살 수 있을 것이라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결국 저도 살고 싶은 겁니다. 아무리 안 좋은 상황을 상상하더라도 날 살릴 수 있는 물건을 항상 들고 다니고 있기에. 어쩌면 지금이 20대 중반이 죽음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시기일지도 모릅니다. 가장 건강하고 혈기왕성할 시기이니. 하지만 언제 죽을지는 정말 아무도 모르기에 방금 이 말은 또 틀린 말이 됩니다. 잘 모르겠습니다. 맥가이버와 라이터로 내가 죽음으로부터 평온함을 얻을 수 있다면 하루하루 조금 가방이 무거운 것이 무슨 대수이겠습니까. 저 두 가지 물품은 저의 부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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