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새로운 한주의 시작. 어제 일찍 잠들어서 그런지 6시 50분 알람이 울리기 전에 개운하게

일어난다. 아직 시간이 있음을 알기에 여유를 부리며 누워있는다. 회사의 월요일은 한편으론 차분하다. 우리팀의 부장님이 출장을 가서 그런지 우리팀은 더 차분하다. 나는 오전 내내 오후에 있을 설문지 조사 관련 미팅을 위해 엑셀을 다듬고 또 다듬는다. 

점심은 부서 사람들과 같이 먹는다. 이제 내 밥값을 내주지 않는다. 이게 차라리 맘이 편하다. 제육볶음을 맛있게 먹는다.

오후     - 오후 3시에 미팅이 있는데, 그때까지 뭐 그냥 준비만 한다. 그리고 3시에 미팅 시작. 생전
처음으로 학교가 아닌 회사에서의 미팅 참여라 적절한 긴장과 함께 사회에서의 팀플을 경험한다는 생각에 약간은 들뜬다. 그런데...대리님1과 사원이 대판 싸운다. 오지게 리얼 대판 싸운다. 

이번 팀플 구성은 대리님, 사원님, 그리고 나. 대리님이 몇주전에 이 설문지 일을 나에게 시켰기에 나와 대리님은 일의 진행상황은 대충 알고 있었지만, 사원님은 우리가 통계 프로그램 조언을 듣기 위해 오늘 처음으로 부른 것. 그런데, 사원님은 미팅을 시작하자마자 다짜고짜 타임라인을 짧게 정하고, 여러가지 문서들을 들이미니까 불쾌함을 느낀다. 그래서 내내 어두운 표정으로 있다가 중간에 터지고 만다. 자신은 '팀'으로 알고 이 미팅에 참여했는데, 대리님이 일방적으로 일을 주고, 자신의 의견은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아 불쾌하다고 말한다. 나를 내보내고 둘이서 이야기하려고 했으나 대리님이 그냥 얘기하라 그래서 졸지에 새우등 역할을 맡는다. 전쟁이다. 대리님은 뭐가 그리 불쾌했냐고 물어보고, 사원님은 자신의 불쾌함을 계속해서 주장한다. 전쟁터다. 사실 40분 정도 언쟁을 계속했는데, 서로의 이야기만 한다. 하지만 내 생각엔 조곤조곤 말했던 대리님의 부전승이다. 사원님의 패인은 목소리를 높였다는 점. 이야기할 때 목소리크다고 이기는 것은 절대 아니다. 상대의 말을 끊기 위해 큰소리로 말하는 순간 이미 대화가 아닌 혼자만의 싸움이 되어버린다. 그렇게 언성을 높이다가 중간에 나를 내보내고도 한시간을...한시간을 둘이서 더 이야기하다가 나온다. 그래도 같은 팀으고 앞으로 계속해서 볼 사람들이기에(나는 뭐 곧 떠날 사람이지만) 다 털고 나오나 보다. 사실 나는 대리님의 직급이 더 높기에 대리님 의견대로 가는게 맞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두분이 동갑이라는 점, 남자 사원이 우리팀에 더 일찍 들어오고 대리님은 그 뒤에 들어왔다는 점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두 사람이 동등한 위치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나 싶다. 

아무튼 나의 사회에서의 첫 미팅은 전쟁이었다. 정말 전쟁이었다. 학교 팀플의 유순함에 새삼스레 감사함을 느낀다. 한편으로 팀플이 끝나고 뒤에서 수근대는 것이 아니라 곧바로 그 자리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의 단면을 이해한다. 미생에서처럼 우리는 서로를 싫어하고 아무리 일이 힘들어도 '내일 봅시다'하는 사이이기에 담아두면 안되는 것이다. 

저녁     - 저녁에는 그 친구의 학교로 놀러가서 저녁을 같이 먹는다. 그 친구랑 있으면 마음이 참
편하고 좋다. 봄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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