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어제 새벽에 보다 잠든 'HER'를 마저 본다. 재미있는 영화다. 로맨스와 공상과학을 섞어
놓은 듯한 느낌. 현재 기본적인 대답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이미 있으니 몇년만 지나면 인공지능이 저 정도는 될 것이므로 공상과학이라 하기도 뭐한 미래 영화이다. 영화같은 상황이 된다면 더 이상 인간간의 소통은 사라질 것 같아 무섭다. 주인공의 직업이 편지 대필인 이유가 명확한 것 같다. 점점 디지털 화가 되어가는 세상에서 사람과 사람간의 소통을 역사적으로 대표하는 편지. 편지는 단순한 정보전달이 아니다. 손글씨에 쓰는 사람의 마음이 들어가고, 쉽게 지울 수 없기에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 문장만이 들어간다. 가장 사람 냄새가 나는 소통이 편지이지 않을까. 영화 볼때는 몰랐는데, 지금 일기를 쓰면서 왜 주인공 직업이 편지 대필인지 깨닫는다. 나만의 추측이니 아님 말고~
오후 -2시까지 나조차도 뭐하면서 시간을 보내는지 모른채, 낮잠을 30분 자고, 동네 카페로 간
다. 저번에 다 읽지 못하고 기간이 다하여 반납했던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빌려 이어 읽는다. 1시간에 한 챕터씩 정말 수업을 듣듯이 내용을 공책에 옮겨 적으며 읽는다. 그래서 3시간 동안 3개의 챕터를 읽었다. 그래도 이해가 명확하게 되지는 않는다.
카페에서 나는 4인석에 앉아서 책을 읽는데, 이 카페가 요즘 들어 인기가 많다. 사람들이 슬슬 오더니 4시부터는 계속 만석이다. 눈치가 보인다. 예전에는 분위기가 좋은 대신 가격대가 좀 있어서 한가로운 맛이 있었는데 이제는 사람들이 분위기 좋은 거 알아서 여기로 몰리나 보다... 간만에 찾은 나만의 단골이 될만한 집이었는데, 나의 단골이 유명해지는 것은 싫다. 일요일이라 바로 옆에 있는 성당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위안하며 카페를 나선다.
저녁 - 앞으로 어떻게 살지 생각하는 둥, 마는 둥 한다. 스펙업 사이트에도 들어가보고, 사람들
의 취업 하소연도 여럿 읽어본다. 어려운 시대이다. 안 어려운 시대가 없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더 나아졌던 적은 없었다. 모두가 스펙을 외치는 세상. 내 스펙은 어느 정도일까. '죽음이란 무엇인가'를 읽은 경험이 스펙이 되는 세상이 얼른 왔으면 좋겠다. 면접에서도 죽음이란 무엇이냐, 성공이란 무엇이냐, 이런 질문을 해야 면접자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아직 나도 대답을 할 수 없다는게 함정이지만....
새로운 한주를 앞두며 방 정리를 한다. 옷장 정리부터 하는데, 나는 입을 것이 그렇게 없는데, 옷장은 왜 이렇게 꽉 차있는지. 잘 살펴보니 이번 겨울에 한번도 입지 않았는데,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옷들이 보인다. 처리. 한층 깔끔하게 정리하고 서랍도 정리한다. 그동안 받아왔던 명함들, 건전지들, 통장들, 서류들을 정리하며 생각을 간단하게 정리한다. 가벼워야 한다. 나아가기 위해서는
- 내일부터 월요일의 시작. 4월6일이라는 아무것도 아닌 날일 수도 있지만 모든 것이 될 수 있는 날이다. 찬란하게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