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3
사무엘 베케트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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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의 목적에 대하여

    인턴을 시작하기 전, 2015년 3월 동안 나름대로 다양한 책을 읽었다. 2015년은 학교를 다니지 않고, 휴학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무엇을 위해 살고 싶은지(사실상 무슨 일을 하고 싶은지) 깊게 생각해 보고자, 혼자서 도서관엘 가거나 동네 카페에 가서 책을 많이 일고는 했다. 사실 인턴이 바로 되지 않고 계속 지원하는 입장에서 무언가를 시작할 수 없어 책을 읽기도 한 거였는데, 4월 달부터 바로 인턴 일을 할 수 있어서 충분히 내 생각을 정리하지 못했다. 일을 하는 요즘도 자주 드는 생각이 ‘이런 일을 내가 평생 할 수 있을까’, ‘왜 저 사람들은 이 일에 하루 종일 매달리는 걸까’ ‘목적이 무엇일까’ 등등이다. 인턴인 나도 황금보다 소중한 25살의 하루의 10시간 정도를 회사에서 보내는 것인데 무엇을 위해서, 무엇을 기다리면서 이 일을 하는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단지 일 이란 것을 하고 싶어서, 한번 경험해 보고 싶어서 하는 것뿐이다.  그럼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볼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내가 온전히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있는 것이냐고.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다. 다는 내 목적, 꿈을 위해 다가서는 것이 아니라, 기다리고 있다. 시간을 기다리고, 큰 일을 기다리고, 행복을 기다리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들과 맞닿아 있는 부분이 바로 그것이다. 결코 행동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 자리에서 기다리는 것. 나는 지금 내가 부모님과 살고 있는 곳에 10년도 넘게 살았고, 해외여행을 하면서 동네를 그리워하는 성격으로 보아 나아가지 못하는 성격이다.  마치 블라디미로와 에스트라공이 나무 밑에서 헤어진 다음 날 똑 같은 나무 밑으로 다시 모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들 역시 기다리는 것이 있다. 고도라는 사람으로 그들에게 희망과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 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결코 명확하게 설명이 되지 않는다.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무엇인지도 모르는 것을 기다리는 것. 나 또한 그런 사람이고, 많은 사람들 역시 비슷한 것 같다. 왜 일을 하냐고, 왜 사냐고,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것을 물어본다면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돈이나 집 마련이 아니라 인생에서 정말로 기다리고 있는 것. 행복이라고 추상적으로 답을 한들, 추상적인 고도의 존재마냥 결국 우리는 무엇을 기다리는지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기다리는 것이 명확하다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다면 그것이 있는 곳으로 움직이면 된다. 나아가면 된다. 기다리는 것 자체가 확신이 없기 때문에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나처럼.  

    그래서 이번 년도에는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움직이는 사람이 될 것이다. 생각을 정리하고, 몸을 단련하여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상태. 내 보내면서도 아까운 청춘을 이렇게 보낼 수는 없으니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야겠다.


- 멍청한 세상에 대하여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이 총 4명이다. 에스트라공, 블라디미르라는 고도를 기다리는 두 명의 가난한 인물들과 포조와 럭키라는 부자 상인과 그의 노예. 얼핏 보면 그들의 대화는 멍청하기 짝이 없고, 논리도 없고, 순서도 없지만 대화 중간중간에 사회에 대한 촌철살인을 날린다. 예를 들어 울고 있는 에스트라공에게 포조는 ‘이 세상의 눈물의 양엔 변함이 없지. 어디선가 누가 눈물을 흘리기 시작하면 한쪽에선 눈물을 거두는 사람이 있으니 말이오. 웃음도 마찬가지요. 그러니 우리 시대가 나쁘다고는 말하지 맙시다. 우리 시대라고 해서 옛날보다 더 불행할 것도 없으니까 말이오. 그렇다고 좋다고 말할 것도 없지.’ 나의 행복은 결국 누군가의 불행으로 연결이 된다는 말이다.  지금 내가 사용하고 있는 노트북을 만들기 위해서도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유해한 화학물질을 들이마시며 일을 할 수도 있는 것이고, 내가 힘들게 하는 인턴 업무가 결국은 회사의 고위 임원을 위해서 하는 일일 수도 있다는 생각.  하지만 우리 모두는 멍청하기에 타파하지 못한다. 제대로 아는 바 없이 말로만 지껄이는 자들. 에스트라공과 블라디미르는 럭키를 험하게 다루는 포조를 보고 무엇인가 부당함을 느끼고, 항의를 하려고 하지만 이내 자신들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결국 포조의 의도대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에스트라공은 포조의 먹다 버린 닭다리에 정신이 팔려 버리고, 에스트라공에 비해 좀 더 이성적이고 비판적인 블라디미르는 포조에 반감을 보이지만 무엇이 잘못 되었는지 제대로 알지 못해 결국 그들과 함께 하게 된다. 부자 상인인 포조라고 해서 딱히 똑똑한 것은 아니다.  먹는 것에만 관심을 가지고 자신이 했던 말은 결코 기억하지 못한다.  우리 사회와 꼭 닮았다. 무엇인가 잘못 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무엇인지 정확히 알지 못하는 사람들과 포악한 사람과 당하는 사람. 모든 원인은 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4명의 대화도 너도 나도 내 말만 하기에 대화가 끊기고 주제는 어디에도 없다. 그냥 모두가 그때그때 자기가 하고 싶은 말만을 내뱉을 뿐이다. 우리 사회도 모두들 제각기 제 말만 한다.  너무 많은 말로 인해 우리는 혼란을 가질 수 밖에 없고, 흐름을 놓치게 된다. 지금 내 글도 스스로가 생각하기에 너무 많은 글을 써서 흐름을 놓쳤다. 혼자서도 이런데…..멍청한 세상에서 정상적으로 살기 위해서는 조용히 지켜보면서 생각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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