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오늘도 8시 45분쯤 도착. 역시나 아무도 없다. 그런데 노트북이 내 자리에 없다. 당황
했지만, 누군가 챙겼을 것이라 확신하며, 9층을 한 바퀴 둘러보고, 신문을 가지러 10층을 간다. 하지만 너무 일찍와서 그런지 문이 잠겨있다. 내려왔다가 다시 올라가서 챙겨오니 ㄱ차장님이 오신다. 우리팀에서 언제나 일등이신거 같다. 오늘은 내 사수분이 예비군 훈련이라 왠지 혼자서 일하는 기분.
오전에는 어제 ㅇㅎㅈ대리님이 시키신 설문조사 엑셀 작업을 한다. 많이 한 줄 알았는데, 1차 완료를 하니까 벌써 11시. 서술형 설문을 어떻게 할지 남겨둔채 오전을 보낸다.
점심은 ㅂㅅㅁ대리님과 ㅇㅈㅎ대리님과 같이 국수나무에서 먹었다. 나의 사수 ㄱㅌㅇ님이 없어서 아무도 같이 먹자고 안하며 어떡하나 했는데 다행이었다. 사실 혼자 먹어도 상관은 없고, 오히려 좋을 수도 있지만...맛있게 점심을 먹고 카페로 간다. 직장인은 점심 후에 커피는 필수인가 보다. 커피가 밥값인데 밥을 두번 먹는 거 같다.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나누는데 주위를 둘러보니 건물 안에 있는 회사원은 모두 밖에 나와 커피를 마시는 것 같다. 사실 우리나라 커피값이 비싸다고 비싸다고 사람들도 외치고, 언론들도 외치고, 정부도 외친다. 돈 벌기 힘들다고, 집 사기 힘들다고 하는데 커피는 절대 끊지 않는 것 같다. 카누 커피에 얼음을 띄어놓고 아이스아메리카노 브랜드 구별 블라인드 테스팅하면 아무도 맞추지 못할 것이지만 우리는 몇백원짜리 카누 대신에 5,000원짜리 커피를 마신다. 하지만 집 값은 비싸다. 입은 하나인데, 말하는 입과 먹은 입이 어쩜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오후 - 오후에는 잡지 정리 좀 하고, 뭔 정리 좀하고 아웃룩 세팅을 좀 하니까 ㅇㅎㅈ대리님이
새로운 일을 주신다. 계약서를 이름만 복붙해서 하는 일인다. 내 정말 치명적인 실수를 저질렀다. a란 일을 일차로 끝내니 b,c라는 엄청 비슷한 하지만 살짝 다른 일을 더 주셨는데 내가 a를 b,c로 착각하여 결국 같은 일을 3번이나 해서 보낸 것이다. 이걸 쓰면서도 정말 한심함을 느낀다. 얼마나 일을 주체적으로 안하고, 단편적으로 하는지 보여주는 순간이었다. 미생에서 보면 복사를 하더라도 뭘 복사하는지 내용을 읽는 자와 그냥 복사하는 자는 천지차이라고 하였다. 나는 그냥 복붙을 한 것도 아니라 정말 생각없이 복붙하는 기계였다. 사실 읽으면서 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촉박해서 급하게 했다는 핑계를 댈 수 도 있었지만 정말 스스로에게 너무나 화가 났다. 나 때문에 대리님의 시간도 뺏기어 결국 모든 일이 끝난 것은 7시. 스스로 고문관이 되었다는 자책감. 대리님은 뭐 이런일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하시지만 처음 일을 시켰는데 이 모양이니 이제 감을 잡으셨겠지. 내가 자꾸 자책하자 스스로 잘못을 용납 못하는 성격이냐고 물어보셨는데, 그런 것 같다. 너무 싫다. 실수하는 것이 너무 싫다. 쉬운 실수일수록 더 싫다. 모르고 틀리는 것은 배우는 거니까 얼마든지 좋다. 하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모를수가 없고, 조금만 생각하면 이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것을 틀리니까 정말 화가 난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너무 정말 리얼 화가 난다. 그런거 하나 제대로 못하는 쓸모없는 인턴
- 흠...... 지금 이렇게 울분을 토하면서 쓰다보니 그렇게 심한 실수는 아니었나라는 생각이 든다?....뭐 딱히 쓸모없다기보다는 순간 멍청한걸로 치지 뭐 허허허....망각의 동물인 것이 축복이다.
-하지만 오늘의 실수를 잊지 말고 놓치지 말자. 아무리 쉬운 일이라도, 시간을 아무리 맞춰야 해도, 결국 일의 방향이 맞아야 되는 것이다. 내일부터는 긴장하고 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