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 어제 늦게 잔 탓에 아침에도 졸립다. 어제 새벽 1시 반까지 완독한 '전쟁과 평화'에 대한

독후감을 쓰고, 영어 단어를 외우기 시작. 면접에서 영어를 시킬때마다 어버버하기 때문에 자책감에 시달리고 있었는데, 방에서 우연히 초록색 두꺼운 단어집을 발견 오늘부터 외우기로 '굳게'결심한다. 안봐도 작심삼일이지만 음....3일단위로 영어면접을 봐서 자책감 수치를 지속적으로 올리면 60일치를 다 외울 수 있을 것이다. 하루치를 일단 외우고 아침잠 취침....휴학생의 자유이자 방종이다. 


오후     - 오후에는 국내 대기업의 해외업인 인턴 면접을 보러 강남으로 이동. 연결회사에서 일단

면접을 보고 합격하면 그곳 법인장과 전화면접을 보는 방식이다. 사실 그저께 본 ㅈㅁㅅ 면접에 대해 합격이라는 백김칫국을 엄청나게 들이킨 상태이기 때문에 그냥 룰루랄라 갔다. 황사비가 부슬부슬 오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맞으면서 간다. 왜냐면 이것이 패기이니까. 이 패기는 나중에 탈모로 돌아올 것이다.


ㅈㅇㅇㅊㅇ이라는 국제 인력연결 회사는 어느 건물 6층에 위치해 있다. 밖에서는 간판도 없다. 이런걸 보면 내가 모르는 수많은 회사들에서 수많은 분들이 일하고 있구나라고 새삼스럽게 느낀다. 면접실같은 곳에서 기다리니 담당직원분이 들어온다. 근데 이게 합불을 결정하는 자리가 아니라 합격은 전제하고 별이상은 없는지 확인하는 자리인 것 같았다. 내 이력서를 보니 나는 뭐 문제없이 생활할 수 있다고 하고, 10일 이내에 출발해야 한다고 한다. 그리고 초기비용이 비행기값, 비자값, 연결수수료 포함 130여 만원이 든다고 한다. 가서 숙소도 알아서 구해야 하고 대신 출퇴근시 기사가 데려와서 태워준다고 한다. 흠. 내가 ㅈㅁㅅ가 탈락이었다면 내 돈을 내고서라도 가지만 왠지 모르게 ㅈㅁㅅ에 가야지 하면서 그냥 나온다. 근데 아뿔사, 내가 다음 법인장 면접 포기 메일을 보내기도 전에 법인장분한테 전화가 왔다. 자초지종을 돌려가며 설명하고 연결회사에서도 전화가 와서 다시 설명하고 그래서 끝. 미안하다. 한 명을 연결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시간을 쏟을텐데. 하지만 한편으로는 절대적인 을인 구직자 입장에서는 틀리지 않다고 본다. 왜 구직자만 을이어야 하는지, 왜 항상 구직자만 메달려야 하는지. 면접은 회사와 구직자가 서로 궁합을 보는 자리이다. 구직자가 면접을 보고 다시생각해서 안갈 수도 있는 법. 나는 이런 경험이 2,3번 정도 있다. 문자로 훈계를 받은 적도 있지만 결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의 길을 정하는데 한낱 대기업의 횡포가 웬말이냐. 


면접을 보고 나오며 비도 오고 하니까 헌혈이나 했다.내 20대 버킷리스트 중 하나가 헌혈 100번 하기인데, 내 나이를 고려하니 벌써 실패다. 아무튼 전혈 헌혈을 신처했고, 상품으로는 기부를 선택했다. 처음이었다. 난 보통 영화권 아니면 파리바케트 상품권을 택한다. 근데 오늘은 그냥 멋져 보이고 싶어서 기부를 선택했다. 비가 와서 그런 것 같다. 비는 사람을 감상적으로 만드니까. 비록 3,500원의 기부이지만 개인적으로 보람차다. 헌혈증을 받기에, 이 헌혈증이 나중에 내가 수술을 받을 때, 엄청난 가치가 있다는 것을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기에 이 헌혈의 행동이 사랑에서 우러나왔다고는 할 수 없지만 상품을 받지 않고 기부했다는 사실에 오늘만큼은 보람찼다. 


저녁    - 저녁을 먹고 도서관에서 '죽음이란 무엇인가'와 '누구를 위하여 종을 울리나'을 빌렸다.

두권다 두꺼워서 잠시 고민했지만 언젠간 읽겠지 하면서 동네 카페로 이동. 거기서 '삶이란 무엇인가'를 완독했다. 


기회를 걷어 찬다는 것. 그것은 더 큰 기회가 있다는 것을 기대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허나, 기회가 큰 것이나 작은 것이냐는 중요치 않은 것 같다. 아무리 작은 기회여도 내가얻는 것이 더 많다면 더 큰 기회가 무슨 소용일까. 그런 의미에서 나의 오늘 선택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궁금하다. 중요한 것은 어찌되었든 내 선택을 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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