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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 세상을 깨우는 시대의 기록 ㅣ 역사 ⓔ 1
EBS 역사채널ⓔ.국사편찬위원회 기획 / 북하우스 / 2013년 2월
평점 :
--역사의 무지에 대하여
나는 역사를 정말 모른다. 학창시절에 나름 공부도 잘했고, 대학교도 내가 참 좋아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지만 부끄러울 정도로 역사를 모른다. 고등학교 3학년 때 수능 사회탐구 영역으로 국사를 선택했고, 근현대사도 배웠지만 정말 모른다. 교육 방식이 인물 이름, 사건 이름 암기 방식이라 기억이 오래 가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보아도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하는데 너무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신문을 읽어도 현재 어떻게 돌아가는지만 알지 이것이 역사의 반복이라는 것은 깨우치지 못한다. 국사시간에 겉핥기 식으로 배워서 일본은 지독히도 싫어하지만 구체적인 논리가 빠진 다분히 감정적인 적대감뿐이다. 그래서 지금은 비록 만화이지만 박시백 작가의 조선왕조실록을 계속해서 읽고 있고, 역사 관련 책은 자주는 아니더라도 꼭 빌려 읽는 편이다. 그런데도 이게 기억이 잘 나지 않아서 참 답답하다. 만화 조선왕조실록은 조선 시대 각 왕의 실록만을 바탕으로 하는데, 지금 이제 인종실록으로 넘어왔는데 예종 시대 무슨 일이 있었는데, 연산군의 사화가 무슨 사화였는지 그새 까먹었다. 나의 경우는 알지 못한다의 ‘무지’가 아니라 생각, 기억하지 못한다의 ‘무념’이 맞는 것일 수도 있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우리가 역사를 얼마나 모르고 살고 있으며, 역사를 잊은 자에겐 역사는 반복되는 것이구나라고 느꼈다. 우리는 아직도 안중근 의사의 묘지를 찾지 못했고, 조선 최고의 명작으로 꼽히는 안견의 ‘몽유도원도’는 일본에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인 ‘직지심체요절’과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은 프랑스에 있지만 반환해 오지 못했고, 2011년 1000회를 넘은 위안부 할머니들의 위안부 집회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나는 소중하고 귀중한 것은 아는데 바쁘니까, 나 먹고 살기도 힘드니까 모른 채로 살아간다. 우리는 매일 글로벌을 외치며 세계로 나아가자 우리의 좋은 것을 퍼트리자 하지만 세계에 나가서 당당히 우리의 것을 자랑할 수 있을까. 중국이나 일본 사람들을 만나면 당당하게 논할 수 있을까. 그들의 준비된 동북공정, 준비된 다케시마의 논리 앞에 감정을 걷어내고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말할 수 있을까. 나를 객관적으로 보면 나는 감정만 내세울 것이고, 언성만 높일 것이 뻔하다. 한국을 사랑하고 우리 역사를 사랑하는데, 제대로 알지 못하고 사랑하는 것은 껍데기 사랑뿐이다. 이제부터라도 더 자주 역사 관련 책을 빌려 읽어야겠다. 위안부 할머니들께서는 자신들이 죽고 나서 잊혀지는 것이 가장 두렵다고 하셨다. 읽는 자가 없다면, 국민의 관심이 없다면 그것은 역사가 아니라 단순 기록이 되고 말 것이다. 일본이 계속 버티는 이유도 그래서인가 싶다. 다음주 수요일에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수요집회에 참여해봐야겠다.
--- 시간에 대하여
시간을 지배하는 자가 권력을 지배한다고 하였다. 모든 인류에게 동등한 시간이 주어졌으니 누가 더 잘 쓰고, 정확한가의 싸움일 것이다. 우리나라가 가장 사랑해 마지 않는 세종대왕도 시간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었다. 중국의 역법을 빌려다 쓰던 시대에 개기일식의 시간이 15분 정도 틀리자, 조선만의 시간 체계를 만들고자 하였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만원 짜리 지폐의 뒷면에 있는 혼천의와 천상열차분야지도. 그 정확성은 현재의 계산으로 봐도 1년을 365.2425일 정도이고 아라비아와 중국에 이어 일식을 예측한 세 번째 나라가 되었다. 이처럼 문자의 자주성과 함께 달력의 자주성, 시간의 자주성까지 확보한 세종대왕이지만 후대의 우리들은 그저 죄송한 일밖에 하지 못했다. 그렇게 발전한 역법을 더 발전시키지 못했고, 한글은 영어 교육의 외침 앞에 점점 힘을 잃어가고, 무엇보다 시간의 자주성도 잃었다. ‘표준시간은 도쿄와 서울의 시차가 30분이나 되는 데도 우리는 일본의 수도 도쿄의 시간을 쓰고 있다고 한다. 지금 우리의 표준시간은 과거 식민지 시대 조선총독부에서 정한 시간에 머물러 있다.’ 우리는 언제쯤 진정한 자주를 이룩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종이 기록에 대하여
책에서 말하기를 ‘안네의 일기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종이는 인간보다 더 잘 참고 더 잘 견딘다. ‘라 하여 기록의 중요성을 잘 설명한 말이다. 종이 기록은 특별하다. 나의 필체가 있으니 굳이 이름을 쓰지 않아도 내 것인 것을 알 수 있고, 형체가 있기에 전파가 빠르지도 않다. 역사에 대한 책이니까 기록의 중요성을 말하는 것은 당연했지만 안네의 일기, 4.19 혁명에 대한 종이 기록, 5.18광주 민주화 운동에 대한 종이 기록을 보니 인터넷 기록의 위험성이 새삼스레 떠오른다. 나는 현재 하루 하루의 일과를 인터넷에 기록하고 있다.(비록 어제도 빼먹었지만) 타자가 글쓰기보다 빠른 뿐더러 내용을 찾는 것도 쉬우니까 그러했는데, 덕분에 나의 정보는 누구라도 볼 수 있으며 사라지는 것은 순식간이 될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사이트가 문을 닫으면 나의 기록들은 모두 날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빅 데이터 시대가 온 이 순간, 과연 4.19혁명과도 같은 자료를 인터넷에서 똑같이 구현할 수 있을까라고 생각하면 아니다가 맞는 말 같다. 댓글을 통해 대선에 개입도 가능한 판국에 한 사람의 반국가적 기록물쯤이야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앨 수 있으니까. 종이 기록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겠다. 나의 기록을 온전히 남길 수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