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크라테스의 변명 - 파이돈/ 크리톤/ 향연 내 손안에 소피아 클래식 1
플라톤 지음, 강윤철 옮김 / 스마트북 / 2013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         -- 겸손의 미덕에 대하여


소크라테스는 철학의 고전 중에 고전에 속한다. 대학교 철학입문 수업 중에서도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소크라테스의 철학이고, 흔히 철학의 시작을 논할 때는 소크라테스,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의 줄기를 이야기하고 논쟁을 한다. 책은 철학입문 당시 읽었었는데, 다시 읽은 이유는 철학을 좋아하는데 너무 피상적으로만 알고 있어서(사실 아무것도 몰라서) 제대로 알려면 뿌리부터 알아보는 당연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과거 철학입문 수업은 게다가 영어 수업이어서 알아들은 부분도 컸다. 소크라테스 자신이 대부분 말하는 변명을 읽고 나니, 과거에 읽었던 기억이 나며 비슷한 감정이 들었다. 사람 오만하다 라는 생각.  돈을 받지 않고 자신의 이야기,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자신을 처형한다면 그건 자신을 해치는 해치는 것이 아니라 배심원들, 시민들 자신을 해치는 일이라고 말한 , 자신을 신께서 시민들에게 보낸 은총이라고 말한 , 유죄가 선고되자 자신에게 적합한 형벌은 사형이 아니라 영빈관에서의 식사대접이라고 말하는 , 1프나의 작은 벌금형으로 바꾸는 , 그나마 작은 돈의 상징성 때문에 1프나 인줄 알았는데 바로 제자의 도움으로 30프나로 바꾸는 등등. 물론 변명을 모두 읽지 않고 앞서 말한 것들만 듣는 다면 누구나 유죄를 외칠 것이다. 하지만 맥락을 감안하고 읽는다 하더라도, 겸손하지 못했던 것은 사실이다. 내가 한국인이어서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배심원들인 시민들도 유죄를 던지고, 1 유죄선고가 이루어지고 소크라테스의 변명이 이어질수록 유죄라고 선택한 비율이 높아지는 것을 보니 그냥 누가 보더라도 오만했던 것이다.  소크라테스는 자신이 가장 지혜로운 사람이라고 말했다. 겸손이라는 것도 지혜에 포함되어 있는 요소일텐데, 그는 어찌도 저리 겸손의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보면 우리의 편견일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소크라테스의 위치는 피고인이다. 이미 소문이 좋게 상황이라 자칫하면 사형 선고를 받을 수도 있는 상태란 말이다. 보통 사람이라면 자신의 결백을 목에 핏대 서게 외치거나 동정에 호소할 것이다. 그래야 응당 맞는 것처럼 보였다. 죄의 옳고 그름보다는 얼마나 동정심을 유발하느냐가 판단에 영향을 지대하게 미치는 같으니까, 판결하는 것도 결국은 사람이 하는 거니까. 하지만 소크라테스는 달랐다.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부정과 불의라고 외치고, 자신이 패소한 것은 염치가 모자라서, 비굴함을 드러내지 않아서라고 패소 직후 말한다. 변명 말미와 파이돈편에서 이야기하듯이 그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오히려 철학자는 죽음을 기꺼이 맞이해야 한다며 죽음에 대하여 희망을 가져도 좋다고 했다. 사람이란 원체 죽음이 두려워 사형 선고의 앞에서는 벌벌 떨며 동정을 구한다고 본다. 우리는 모두 그런다. 그런데 당신도 마땅히 그럴 알았는데 오히려 당당하게 자신에게 적합한 형량은 맛있는 식사라는 말에 우리는 괴리감에 느껴 오만함을 느낀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결국은 겸손해야 했다고 본다. 그가 정말로 신으로부터 선택 받은 자였다면 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라도 살아남아야 했고, 일반인들의 눈높이로 다가서야 했다.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결론적으로 겸손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



-          --지혜에 대하여


소크라테스는 델포이의 신탁에서 가장 지혜로운 사람으로 지목 받았다. 그는 자신의 무지를 증명하기 위해 정치가, 시인, 공예가를 차례로 찾아가 보았지만 결론은 자신처럼 지혜가 사실 아무 쓸모가 없음을 아는 자가 가장 현명하다는 사실이었다. 이거 하나만큼은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모두 아는 척을 한다. 자기가 모른다는 사실을 모르거나(정치가), 훌륭한 구절을 남기지만 의미가 무엇인지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시인), 기술적인 일에만 뛰어난데 다른 일도 잘한다고 생각한다(공예가). 꺼풀, 꺼풀만 깊게 물어보면 모두들 대답을 못한다. 그런데도 우리는 자꾸 아는 척을 한다. 나부터가 그러하다. 대학교에서 공부를 하고 있으니, 책을 알고 있으니 나는 점점 알아가는 것이 많구나 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소크라테스가 비판했던 정치가와 다를 바가 없다. 가장 지혜로운 사람은 지혜가 아무것도 쓸모 없음을 아는 . 이렇게 소크라테스가 말한 바를 문장으로 써놓으면 단순히 머리에 입력은 된다. 그런데 뜻을 진정이해하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이게 너무 많이 알아서 해탈한 것인지, 자신을 알라처럼 자신의 부족함을 깨우친 것인지. 내가 말을 단번에 이해했다면 스스로 지혜롭다고 자부하면서 살지도 않았을텐데. 그래도 나의 부족함을 조금이라도 알았으니 그것만으로도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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