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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플로 출근한다
정총 지음 / 휴먼큐브 / 2014년 11월
평점 :
절판
- -- 영어 자만심에 대하여
책에서 글쓴이는 영어로 많은 문제를 겪었다고 한다. 직장을 구할 때에도 전화 면접만 가면 쉬운 질문에도 영어로 제대로 답을 못하여 탈락한 경우가 많았고, 대학교에서도 물론 서툰 영어로 고생을 많이 했다고 한다. 게다가 스타트업에서 직장생활을 했음에도 다음 대기업으로 옮겼을 때조차 영어로 대화가 잘 안되어 고생을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대학교도 나오고(비록 편입이지만) 직장생활까지 한 사람인데도 영어로 고생했다고 한다. 이걸 읽으며 나의 현 마음가짐, 나의 현 상태를 파악해보니 경악할 수준이었다. 나는 운 좋게도 카투사에서 군 복무를 했었다. 거기서 나름 영어를 배워와서 다른 영어 대외활동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영어 활동도 했었다. 그래서 나는 스스로 영어 상위 20프로 안에는 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 책의 내용과 나의 최근 인턴 면접 과정을 살펴보니 내가 얼마나 자만감에 취해 살았는지 잘 알 것 같았다. 외국계 인턴 위주로 지원(이것도 내가 영어를 잘한다는 자만감에 비롯된 경거망동)한 덕분에 면접에서 영어 질문이 꼭 들어오는데 그때마다 유창하게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군대 갔다 온 이후로 더 이상 영어 공부는 따로 하지도 않았을 뿐더러 군대에서 매우 유창하게, 원어민처럼 배워 온 것도 아닌데 당연한 결과였을 것이다. 군대 다닐 때 어렵사리 딴 토익점수는 유효기간이 만료되었지만 그 만료된 점수를 지원서에 쓰면서 영어 능력을 ‘상’이라고 하고, 아무리 자신을 PR하는 것이 자기 소개서라고는 하지만 나의 오만함이 너무 지나쳤었다. 한 면접에서는 내가 말을 시작하자마자 면접관이 슬랭 발음을 쓴다고 지적했고, 또 다른 면접에서는 다른 지원자가 너무나도 매우 유창하게 잘해서 기죽어서 더 못했었다. 그런 것들을 경험했음에도 나는 아직 영어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 면접에서 당한 것보다 더 호되게 당하는 수 밖에 없다.
- --의심에 대하여
글쓴이의 스토리는 놀랍다. 한국의 일반적인 대학교에 들어가서 해병대를 갔다 오고, 제대를 하고 미국 어학연수를 몇 주 갔다가 거기서 커뮤니티 칼리지를 다니게 되고, 미시간 대학으로 편입하게 되고, 스타트업에 취업하게 되고, 아마존, 마지막으로는 애플로 자리를 옮길 때까지, 파란만장하면서도 열심히 살았다는 것을 짧은 시간 읽으면서도 알 수 있었다. 글쓴이는 이 책을 읽으면 별로 대단하지 않은 사람인데도 이런 자리까지 왔구나 라고 느낄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나는 그의 성공을 인정하지 않고 나와는 다름부터 찾았다. 그것은 어처구니 없게도 해병대를 갔다 왔다는 것. 그는 해병대에서 엄청난 고생을 했기 때문에 미국에 가서도 그렇게 열심히 살 수 있었던 거고, 나는 해병대를 다녀오지 않았기 때문에 그와는 다르다고 어느 순간 멍청한 선을 그어 버렸다. 다른 이로부터 배우지는 못할 망정, 다름을 강조하며 거부하는 나는 왜 그러는 것일까.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는 정말로 노력을 했다. 노력은 나도 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체력이 없어서가 될 수도 있고, 상황이 안 좋아서 그럴 수도 있고 어찌되었든 노력을 하지 않았다. 노력은 누구나에게나 동일한데 나는 하지 않았으니까 차이가 벌어진 것이다. 나는 이것을 직감적으로 알면서도 그것을 인정하기가 싫어서 해병대라는 구실을 만들어 차이를 두려고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의심을 거두고 노력을 하자. 제발 부디.
- --백수의 불안함에 대하여
나는 휴학생이다. 인턴을 하고 싶어서 휴학을 했는데, 정말 보는 족족 떨어진다. 아직 10개도 쓰지는 않았지만 벌써 휴학을 시작한 마당에 공식적으로는 백수이기 때문에 불안감이 상당하다. 괜히 휴학한 것은 아닌지,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는 건지, 각종 자격증 공부를 시작해야 하는 건지, 하루에도 몇 번씩 취업센터 홈페이지를 들어가지만 마땅한 자리는 잘 올라오지 않는다. 그렇게 혼자 자책하고 있으며 이 책을 읽었는데, 어느 정도 위로(?)를 받았다. 글쓴이는 미국까지 가서 열심히 공부를 했는데도 취업이 안 되는 상황에 있었다. 졸업은 해야 하는데, 몇 십 군데를 쓴 지원서는 돌아오지 않으니 ‘열심히 준비했지만 성공은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은 초조해지고 불안해져만 갔다’라고 밝혔다. 얼마나 불안할까. 나의 인턴 도전기는 그래도 돌아갈 곳이 있다. 학교를 다시 다니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매일매일을 불안과 함께 일어나고 불안과 함께 잠 들었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취직 준비는 결코 포기하지 않아 스타트업에 들어갈 수 있었다. 내가 혹시 창업을 하지 못하게 된다면 당장 내년부터 몇 십 군데에 지원서를 넣을 것이다. 탈락하는 기업들이 많아질수록 불안감을 커져가겠지만 그럼에도 계속 지원은 해야 한다. 불안감을 가지고 앞으로 나아가야지, 불안감이 날 압도하도록 내버려 두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