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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의 즐거움 (양장)
히로나카 헤이스케 지음, 방승양 옮김 / 김영사 / 2001년 11월
평점 :
학문의
즐거움
--00에게 보내는 편지
1. 대통령님에게 보내는 편지
얼마 전 세계수학자대회가
우리나라 서울에서 열렸습니다. 세계 각국의 저명한 수학자들이 모여 그들의 이론을 공유하고 무엇보다 수학의 노벨상이라고 일컬어지는 필즈상 수상자를 대통령님께서 직접 발표하셨다는 사실에 저 역시 매우 흥미를 가지고 지켜 보았습니다. 총 네 명의 수학자가 수상하였고 그 중에 최초로 여성 수학자도 포함되었다는 사실에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무엇인가 조금 아쉽지 않으신가요? 수상자 중에, 아니 후보자 중에서도 한국인이 거론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세계적인 대회를 개최할 정도로 수학 실력을 인정받았고, 수학 박사급 인재도 2,000명이 넘는다고 하는데 왜 우리는 후보 한 명조차 내놓지 못하는 것일까요. 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학을 참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고등학교 때까지의 수준만 봐도 세계에서 수학 성적은 으뜸을 나타내고, 외국에 가서도 수학 하나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고등학교 시절 세계에서 1,2등을 다투던 우리나라 학생들의 좋은 머리가 성인이 되는 순간 갑자기 멈추어 버립니다. 최근의 한 뉴스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의 학습 의지가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에 위치하고 있다고 합니다. 중, 고등학교를 다니는 동안에는 피땀 흘려 공부를 하다가도 어른이 되는 순간, 공부와 담을 쌓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현상은 이렇게 해석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공부는 하기 싫었는데 억지로 하게 되었고, 공부를 안 해도 되는 위치에 오자마자 공부를 놓아 버렸다는 것. 이것이 맞는다면 앞으로도 우리는 우리의 안방에서 다른 나라 수학자들이 필즈상을 받는 것을 부러움의 눈빛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고, 옆 나라 일본의 학자들이 노벨상을 받을 때에도 시기의 눈빛을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입니다.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일본에서의 교육방식뿐만 아니라 미국의 교육방식도 엿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자가 그런 사람들만을 만나는 것이 아닌지는 몰라도 일본과 미국의 학자들은 공부, 연구를 즐기면서 하고 있다는 인상이 역력했습니다. 오죽 했으면 책의 제목도 ‘학문의
즐거움’이었겠습니까. 저 역시 공부를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는지 참 의아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어려운 문제를 끙끙대며 풀었을 때의 쾌감들이 배움을 즐겁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리저리 돌아왔어도 수많은 과정을 거쳐 답에 도달했을 때의 기쁨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대통령님, 우리의 교육방식은 그 동안 결과 위주였다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항상 정답이 존재하니까 우리는 정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이런 인식이 느리지만 깊은 생각의 과정을 막고 짧고 빠르게 계산하는 우리들을 양산하는 것에 그치고 말았습니다. 배움에 대한 접근을 조금만 바꾼다면 저는 우리나라의 더 큰 발전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의 우리의 명석한 머리가 식지 않도록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언젠가 대통령님이 수여하는 필즈상을 한국의 수학자가 수상하는 영광스런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2. 학우들에게 보내는 편지
모두들
취업준비로 안녕들 하십니까. 저 역시 3학년으로서 당장 내년부터는 취업을 걱정해야 할 처지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제가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지 정확하게 정해 놓지 못했습니다. 운이 좋아 성균관대학교라는 훌륭한 학교에 왔는데, 조용히 공부만 하면 되지 무슨 걱정이 그렇게 많냐고 주위 사람들이 핀잔을 줍니다. 몇몇 학우 여러분들도 저와 같이 아직 진로를 정하지 못한 채, 무작정 전공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몇몇 커뮤니티를 보면 4학년인데도 어디를 가야 할지 몰라 이곳 저곳 서로 상반되는 회사라도 무조건 지원하고 있는 학우들이 많습니다. 24살이 되도록 큰 그림도 그리지 못하고 여전히 끙끙대고 있는 제 자신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너무 맹목적으로 살아와서 그렇지 않나 라고 생각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수능과 내신이라는 정형화된 공부에 익숙해져서 대학교에 와서도 고등학생처럼 열심히 외우고 또 외워온 것 같습니다. 대학생이라면 더 큰 세상도 맛보고 하고 싶은 것도 열심히 찾아서 해야 하는데, 좋아하는 것을 하다가도 다시 전공공부에 매달리고 그래왔습니다. 물론 전공공부를 통해 얻는 것도 어마어마 합니다. 하지만 전공공부를 대하는 태도가 고등학생의 수능공부, 내신공부와 같아서 더 넓게, 더 깊게 생각하지 못해 수박 겉핥기 식 공부가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어중간하게 자유를 누리며 하고 싶은 것을 찾으려다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상황. 이런 상황을 타개하고 지혜를 얻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책을 읽으면서 저의 문제점들이 아주 약간씩은 풀려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학문의 즐거움’이라는
책에서 저자 헤이스케는 하고 싶은 것을 하라고 말합니다. 실제로 그는 본격적으로 수학의 세계의 뛰어든 것이 대학교 시절이었다고 합니다. 우리가 흔히 필즈상까지 받은 천재라면 어렸을 때부터 두각을 나타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그것이 아니라 늦깎이로 수학의 세계로 들어선 것이지요. 늦었어도 그의 뛰어난 점은 끈기라고 생각합니다. 특이점 해소라는, 일반인들이라면 들어보지도 못한 문제를 풀기 위해 10년을 달려들었고, 결국 필즈상이라는 수학의 노벨상을 받은 그를 보면 우리는 어떤 것에 온전히 마음을 쏟을 준비가 되어 있나 반문하게 됩니다. 저는 이것저것 발을 들여놓기만 많이 했을 뿐, 무엇 하나 끈질기게 한 것이 없습니다.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뭐라도 빨리 이루어내야지 하는 조급함에 성공가능성이 더 높은 것을 찾아 이곳 저곳 찔러 보아온 것이 사실입니다. 저자의 책을 읽으면서 나도 아직 늙지 않았고 내가 좋아하는 것에 충분한 시간을 쏟아보자 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책에서 어렸을 적은 동네에서 공부를 그냥 잘하던 학생이었던 저자는 대학교 이후에 창의성이 두드러지게 발전합니다. 새로운 아이디어, 창의성에 큰 관심을 두고 있는 저로서는 어디서 그런 창의성을 얻어낼 수 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게 되었는데, 다양한 나라에서 공부를 한 것 이 그의 창의성에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좋은 수학자들이 있는 나라라면 아무리 멀어도 마다하지 않고 날아가서 머물며 공부했다고 합니다. 그러한 과정 속에서 다른 학자들의 학습법을 살펴보고, 문화를 느끼고 있는 그대로 보게 된 것이지요. 요즘 저를 비롯한 많은 학우들이 세계로 나아가고 싶어하지만 막상 회사는 국내 대기업, 공기업에 들어가고 싶어합니다. 언어를 이유로, 위험을 이유로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을 꺼리고 우리나라에서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싶어 합니다. 저 역시 해외로는 나가보고 싶고 돈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생활의 안정함을 이유로 한번도 해외에서 공부를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양한 생각을 얻고, 새로운 시각을 얻기 위해 해외로 나가는 방법을 열심히 찾아볼 생각입니다. 누군가는 글로벌 시대에서 국내의 경쟁정도가 심해졌다고 하는데, 반대로 말하면 세계에서의 가능성도 커졌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창의적인 인재가 나라를 먹여 살리는 것처럼 저와 학우 여러분들 모두 해외에 적극적으로 나가 꿈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