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계급사회 - 누가 대한민국을 영어 광풍에 몰아 넣는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4
남태현 지음 / 오월의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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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영어를 배웠다고 치면 내가 영어를 배운 햇수만 15년이다. 초등학교를 다니며 윤선생 영어교실 방문선생님과 함께 공부했었고, 고등학교에 들어가 과외를 배우고 대학교에 들어와 카투사로 군복무로 하며 영어를 배웠다. 국어 공부를 사교육을 통해 배운 적이 없으니 어떻게 보면 국어보다 영어를 공부한 셈이다. 어렸을 영어를 배우는지도 모르며 배운 것을 생각하면 어리석기도 하면서 배우는지 깨닫지 못한 것도 아쉽다. 영어. 우리는 영어에 그토록 목매는 것일까. 강대국인 중국과 일본에 살고 있으면서 한국어라는 고유의 언어를 지켜낸 나라가 한국어에 버금가는, 아니 이상의 시간을 들여 영어를 배우고 있다.

 2012년에 출간된 책이기에 최근의 일까지 포괄하고 있겠지만 후배를 통해 들어본 한국의 영어 광풍은 아직도 진행형이고 진화하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과 1학년 자매를 가르친다는 친구는 외국에서 년간 살다 유학생이다. 6학년 학생을 가르치는 목적은 학생이 영어학원에 다니는데 따라가기가 벅차 그것을 보충하고자 과외를 시킨다는 것이다. 이것만 들어도 기가 찬데, 1학년을 가르치는 이유는 가관이다. 사립초등학교에 다니는데 번째 수준의 반에 들어가기에 실력이 모자라니까 정도 수준에 맞춰달라고 한다. 그래서 후배는 초등학생 1학년에게 Be동사란 무엇인지를 가르치고 있다고 하는데, 자기도 이건 너무 심한 같다고 말한다. 물론 여러 매체를 통해 요즘의 초등학생은 옛날 같지 않고, 학원에 치인다고 하는데 이렇게 심한 상황인 줄은 꿈에도 몰랐다. 본인의 경우, 학습지를 하며 매일 아침 선생님과 오분 정도 통화를 하고 숙제를 하고 일주일에 선생님이 오셔서 같이 읽고 숙제를 확인하는 정도가 전부였다. 그것도 많다고 투정부리던 것이 번이 아닌데, 후배의 말을 들으니 조금이라도 일찍 태어난 것에 감사하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미국이 여전히 강대국이긴 하나 옛날만큼 강한 것은 아니고 중국과 같이 여러 강대국들도 나오고 여러 언어들이 세계에서 쓰이는 마당에 , 유독 영어만 그렇게 대접을 받고 있는가에 대해 저자는 일갈한다.

  계급사회. 그것이 저자가 생각하는 영어 광풍의 이유이자 현상이다. 유독 심한 경쟁사회에서 영어는 우월함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었고, 언어를 점수로 수치화시킨 수많은 시험에서 사람들은 우월해지기 위해 끝없이 매달린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유학을 갔다 소위 잘사는 집안의 아이들에겐 당해낼 재간이 없고, 점점 격차는 벌어질 뿐이다.  직장에서도 영어로 취업을 결정하고 직장에 들어가서도 영어로 인사고과를 평가한다고 하니 평범한 사람들은 죽어라 학원에 다니며 문제를 밖에 없는 구조이다. 대학에서도 영어로 수업을 진행하느라 난리인데, 실제로 나의 학과도 영어 위주의 수업이다. 여기서 아이러니한 것이 영어로 수업하는 한국인 교수님들과 학생들 모두 영어수업이 한국어 수업보다 질이 떨어진다는 것에 동의한다는 것이다.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황당한 결과란 말인가. 대학에서는 지식을 배워야 하는데,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기에 대학수업은 단숨에 미국 고등학교, 나쁘게 말해서는 중학교 수준까지 떨어진다. 질문은 없고, 수업도 더디고, 이런 상황에서 지식의 발전을 꿈꿀 있을 것인가. 상황이 이런데도 영어로 진행한다는 명분이 있기에 대외적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다. 수업을 영어로 진행하면 확실히 좋은 수업일 것이라는 모든 사람들의 부러운 시선과 함께. 틀렸다.

나는 정말로 운이 좋게도 영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바로 복무를 미군부대에서 했기 때문인데, 살기 위해 영어를 익혔고, 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정말 자신 있게 말할 있는 것이 군대에서 21개월 동안 익힌 영어가 전에 13 익힌 영어보다 많다는 것이다. 복무 전까지는 역시 해외체류를 번도 없는 평범한 학생으로서 열심히 토익을 공부했고 나름 좋은 점수를 받아 기뻐했었다. 하지만 군대에 들어오자마자 나의 책에서만 보아오던 영어는 아무런, 정말로 아무런 힘이 되지 않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밖에 없었다. 무엇이 되었는지 복무하고 절반 정도 지나서야 알게 되었다. 동안 나는 영어를 어디에 써먹어야지 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고 그냥 점수만 받았으면 하고 생각할 뿐이었다. 다른 과목들처럼 암기하고 넘어가는 수준뿐이었다. 군대 이전에 배운 것은 영어라는 과목이었고 군대에서 배운 것은 영어라는 언어였다.  언어는 과목이 아닌 대화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닫는 데에 22년이 걸렸다.

친구 명이 있으면 토익 시험을 본다. 대학생들이 가장 많이 보고 직장에서도 가장 많이 본다는 시험. 시험을 치는 이유를 물어보니 명은 장학금 가산점을 위해 명은 졸업 전에 졸업 점수로 내기 위해 본다고 한다. 역시 이번 년도 말에 토익 유효기간이 만료되기에 다시 한번 봐야 한다. 여러 영어 시험 하나라도 보고 점수를 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졸업할 수가 없다. 영어 성적이 있어야(게다가 우리 학과는 유별나게 기준 점수가 높다.) 한국 대학을 졸업할 있다는 아이러니. 이것은 국문학과, 한문학과 가리지 않고 모두 동일하다. 국제품이라는 국제적 마음가짐을 기르자는 취지의 인증제도를 보면 취득 가능 요건의 절반이상이 영어 관련 시험이 차지한다. 점수로 언어가 국제화 정도를 나타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언어는 시험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언어는 말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다. 영어는 영어권 사람들과 사용할 역할을 하는 거지 성적표에 점수가 높다고 빛을 발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여행 중에 만난 친구는 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는데, 여행 중에 길거리에서 잡상인을 봤다고 한다. 잡상인은 무려 4 국어를 했다고 하는데, 그것을 보고 친구는 우리가 아무리 영어를 익히고 익혀도 여기서는 길거리 잡상인보다도 못한 언어 실력이라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길거리 잡상인은 4 국어를 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은 20 년을 언어에만 쏟아 부어도 되는 것인가. 목적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대화를 위해서라는 마음가짐과 점수를 위해서라는 마음가짐. 영어라는 언어가 틀렸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에서 가장 힘있는 언어로 어디든 가도 쓰일 확률이 높고 익숙한 언어. 다만 언어를 대하는 마음가짐이 바뀌어야 한다. 점수를 위해서라기 보다는 외국인 친구를 사귀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면 어떨까. 지금부터라도 인터넷 펜팔을 하는 것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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