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기술 - 개역판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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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여행을 꿈꾼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예상치 못한 새로움이 넘쳐나고, 피로와 짜증은 하나도 없는 환상의 세계. 보는 순간 숨이 막히는 장관이나 건축물이 있고 재미있고 친절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여행지를 꿈꾼다. 낭만과 즐거움, 역시 가족들과 제주도로 여행가기 전에 부푼 기대감을 가지고 책을 가지고 떠났다. 여행의 기술이란 제목에서 마치 어떻게 하면 남들과는 다른 깊은 여행을 있는지 알려줄 것만 같았지만 제목의 기술은 수단이나 방법을 나타내는 기술 아닌 여행 자체에 대한 기술 담담하게 적어놓은 책이다. 나는 혹자들이 책을 읽으며 어느 문장을 읽는 순간 숨이 막히며 감명을 받았다는 얘기를 믿지 않았다. 그건 아마도 지금까지의 나의 독서 태도였을 것이다. 맥락위주의 독법은 문장, 문장 보다는 문단, 단락에 주의하며 읽는 방법이기 때문에 문장 속에 담겨 있는 아름다움을 찾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다. 최근에 박웅현씨의 책은 도끼다라는 책을 읽고는 문장, 문장을 끊어 읽자는 작은 목표를 세웠었고, ‘여행의 기술 책을 읽으면서 힘을 알게 되었다. 나도 모르게 하는 감탄을 내뱉게 하는 문장들이 있었고 그때마다 책에 표시를 두었다. 여기에 가지를 적어본다.

p-173, 그러나 18세기 왕궁 건축 감상에 맛이 붙은 사람의 자연스러운 행로는 전시관을 완전히 무시하고 프라하나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발을 옮기는 것이다.

  문장을 읽으며 우리는 얼마나 정형화된 여행만을 다녔나 싶다. 나라에 가면 이것을 보아야 되고, 다음에는 이것을 보러 이동해야 한다는 짜여진 일정에 우리는 너무나도 익숙하다.  열에 사람은 모두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관심사도 다양한데, 같은 나라를 여행한 사람들의 열에 아홉은 모두 같은 것을 보고 들어온 것이다. 물론 많이 회자되는 것만큼 훌륭할 있고, 가치가 있을 있으나 18세기 왕궁 건축 감상에 감명을 받은 사람이라면 근처에 있는 다른 같은 양식의 건축물을 보는 것이 훌륭한 여행이 있다는 것이다. 역시 언제나 여행을 가면 여행 책자부터 보는 편인데, 책자를 보면 모든 여행지가 중구난방으로 되어있어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코스가 아닌 수박 핥기 식의 여행이 되고 기억에 남는 것은 가장 인기가 많은 장소에서 찍은 사진뿐인 경우가 많다. 어떤 친구가 유럽의 축구장만 방문하는 것이 꿈이라는 것을 듣고 유럽을 가면 여러 관광지를 봐야지라고 핀잔을 주던 나의 말에는 나의 가치관이나 취향은 들어있지 않고 여행책자나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각인되어있는 여행 일정만 들어 있던 것이다. 어쩌면 축구장 여행이 깊은 여행이라고 있겠다.

p-241, 세상이 너한테는 비논리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그렇다고 해서 세상이 자체로 비논리적인 것은 아니다.

 사람들은 끝없이 펼쳐지는 장관을 보며 평소와는 다른 마음가짐을 갖게 된다고 한다. 여행하면서 드는 피로감, 남은 돈에 대한 걱정은 줄어들고 자연에 대한 경외심과 인간의 하찮음에 대해 많이 느낀다고 한다. 웅장하고 장엄한 것들을 보면서 그것을 표현한 길이 부족했던 사람들은 숭고함(sublime)이라는 단어를 발견하고 이것을 그랜드 캐니언처럼 숭고한 것을 쓰는 단어로 까지 만들었다. 우리는 항상 우리 주위의 힘겨운 것들, 마음대로 풀리지 않는 일을 가지고 힘들고 불평등하다고 외치지만 눈부신 자연경관을 보며 그런 마음은 온데간데 없고 자연 앞의 작은 인간만을 경험할 뿐이다. 책에 나오는 예시 중에 하나를 소개하자면, 시인인 토머스 그레이가 알프스를 도보여행하면서 그랑드 샤르트퇴즈를 올라가는데 그가 표현한 자연 경관 앞에 그것이 옳을 밖에 없구나라는 것을 느낀다. ‘그것은 단순한 절벽도 아니요, 격류도 아니요, 낭떠러지도 아니었다. 그것은 종교와 시를 잉태하고 있었다.’ 우리는 숭고한 것들을 반드시 봐야 한다. 앞에 작은 자신을 보고 깨닫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

p-305, 사진이 자동적으로 세상의 소유를 보장해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공연장을 가보면 각자의 머리 위에 하나씩 들고 있는 그것, 바로 카메라다. 우리는 담아두려는 것일까. 그것을 다시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여행지에서 우리는 아름다운 것을 잡아두고 싶어한다. 사진이 가장 보편적이 가장 많이 쓰이는 방법인데, 사진을 찍음으로 아름다운 것이 닮는 것도 아니기에 영국의 미술 평론가 러스킨은 카메라를 인간이 만들어놓은 모든 기계적인 가운데 그래도 한가지 해독제가 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카메라는 셔터 속에 아름다움의 일차적 이미지를 저장하며 우리의 진실된 감동조차 함께 앗아간다. 우리는 사진을 찍음으로써 아름다움을 영원히 간직할 있다고 생각하고 현재 보고 있는 아름다움에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 주위 환경과의 배치 덕분에 아름다울 수도 있고, 마침 그날의 하늘색과 어울려 크게 감동 받을 있는데 우리는 단순히 아름다움과 내가 함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만족한다는 것이다. 러스킨은 여행지에서 아름다움을 가장 옳게 붙잡는 방법은 그림을 그리는 것이라고 말하는데 매우 옳다고 생각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우선 봐야한다.’ 아름다움을 놓치지 않고 끈질기게 보고 거기서 눈에 가장 띄는 부분은 그리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나만의 아름다움을 가질 있게 되고, 대상을 오랫동안 자세하게 바라볼 있는 것이다. 앞으로 여행을 많이 다닐 계획인 나로써는 그림에 소질이 없는 것이 아쉽지만 책을 보고 배워서라도 한번 실행에 옮겨보도록 해야겠다. 아름다움은 사진 속에 담는 것이 아니라 여행자의 마음 속에 담을 진정 아름다운 것이다.

책을 읽고 나니 내가 동안 다녀온 여행들(그래봤자 2번의 해외여행과 5,6번의 국내여행이지만) 옳지 않았었다는 탄식과 앞으로 기회가 많은 시점에 책을 읽었다는 안도감을 얻었다. 역시 여행은 사람들이 많이 가본 , 유명한 곳을 다녀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여행은 틀에 박힌 것이 아니라는 것을 이제서야 깨달았다. 여행은 밖으로 나가는 육체와 안으로 들어가는 내면이 만났을 진정한 빛을 발하는 같다. 앞으로의 나의 여행은 무궁무진할 것인데, 때마다 책을 들고 다니며 계속해서 읽으면 깊은 것들을 느낄 있을 것이다.  여행의 기술은 생각의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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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lragu01 2015-04-06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아요.. 읽어보구싶네요^^~

윙헤드 2015-04-06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읽으시고 여행을 떠나시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