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어 하나로 시작된 디지털기업
데이비드 레스터 엮음, 한수영 옮김 / 재승출판 / 2013년 8월
평점 :
절판


1. 투자 구조에 대하여

 

이 책에는 25개의 성공한 디지털 기업이 나와 있다. 구글이나 드롭박스처럼 우리나라 사람에게 익숙한 기업들부터 엣시나 매치닷컴처럼 우리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으나 외국에서는 큰 성공을 거둔 기업까지, 엔터테인먼트, 소셜 미디어, 여가와 정보, 전자 상거래, 재정 및 비교 사이트, 테크놀로지 이렇게 6개 분야를 기준으로 잘 설명해 놓았다. 각각의 기업이 하는 일도 다르고 시작된 계기도 제각각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바로 투자처를 찾는 것에 고군분투를 했다는 것이다. 지금은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되었지만 시작할 단계에서는 모두 투자처를 구하지 못해 직원 월급을 주지 못하고, 해고하고, 여기저기 애원하고 다닌 눈물겨운 이야기들을 모두 가지고 있었다. 좋은 아이디어로 시작하고 직원을 채용하고 재정난에 부딪혔다가 투자처를 구하고 그 힘으로 도약하는 것이 스타트업 기업의 전반적인 성장 구조이다. 결국 한 단계 성장하기 위해서는 큰 투자가 필요하다는 진리를 자명하게 보여주는 것 같다. 그들이 투자 행태를 보면서 왜 미국이 그토록 많은 혁신적인 디지털 기업을 배출했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미국의 투자자들은 기존의 성공 방식과는 전혀 다른, 틀을 깨는 모델을 가진 기업들에 대해서도 열린 마음으로 투자했고, 그들이 옳다고 생각하는 기업들에 대해서는 아낌없이 투자, 지원을 행하였다. 물론 이 책에 나온 기업들이 성공한 기업들을 모아둔 것이기 때문에 많은 투자를 시행한 것일 수도 있지만, 처음 투자할 때에는 그 어느 누구도 성공을 장담할 수 없었음에도 창업자를 믿고, 역량을 믿고 통 큰 투자를 제공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의 엔젤 투자자들은 보수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서 인력거 관광 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이인재씨는 사업 초기에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른 다음 투자를 받으려고 공모전에도 나가고 투자자들을 찾아가서 설명도 해봤지만 번번이 고배를 마셨다고 한다. 새롭고 독특한 인력거 사업을 심사위원들, 엔젤 투자자들이 제대로 받아들이지 않아서였다고 한다. 엔젤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투자가 자선사업이 아니기에 미래에 수익을 낼 수 있는 사업을 찾는 것을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지만 그런 생각 때문에 너무 전형적이고 비슷비슷한 스타트업들만이 국내에서 배출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정부에서 창조경제다 혁신적인 경제다 외치며 열심히 지원은 해주고 있지만 심사나 관리를 공무원들이 한다면 앞으로도 우리나라에서는 이 책에 오를 기업들이 나오지 않을 것 같다. 실리콘 밸리의 역량 있는 분들을 데리고 와서 우리나라에 창업가 기운이 돌도록 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외부의 지원에 앞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창업가의 역량과 열정이다. 전자 상거래 기업인 엣시의 창업자 롭은 25살에 사업을 시작했는데, 출범도 하지 않은 기업에 투자자 숀은 수십만 달러를 투자했다. 그 이유는 '롭에 대한 믿음이 컸다. 그는 독특한 관점을 갖고 있었고, 정말로 머리가 좋았다. 그리고 프로젝트에는 진정으로 진실하고 순결하고 희망이 가득한 무언가가 있었다.'라고 말하였다. 드롭박스의 창업자 드루도 아이디어가 워낙 좋고, 역량이 너무 뛰어났기 때문에 다른 스타트업과는 다르게 투자자들이 몰려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나라의 투자 환경을 변화시킴과 동시에 엉뚱하고 창의적인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2. 창업자의 나이에 관하여

 

책에 나오는 창업자들의 나이는 대부분 30대, 40대이다. 그리고 모두 자신이 속해있던 회사에서 나와 창업을 시작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물론 20대의 청년들도 있었지만 그들은 컴퓨터 분야에서의 천재들이었고, 프로그래밍에 엄청난 강점을 가진 자들이었다.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성공한 디지털기업은 프로그래밍 천재들이 주로 시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 역시 그랬다. 아마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의 영향력이 엄청 났기 때문이고, 그 전에도 빌 게이츠와 스티브 잡스의 영향 때문이었으리라. 10대 때부터 재능을 발견하고, 컴퓨터와 관련된 사건 사고를 한두 개 씩 치른 다음에 혜성같이 창업하여 급성장한 것을 우리는 신화로 받아들인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떻게 보면 평범하다고까지 말 할 수 있는 사람들이었다.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가능성을 포착하고 차분히 그러나 깊이 준비하여 결국 기업을 세우는 데에 성공한 사람들. 그들의 성공기를 읽어 내려가면서 내가 어쩌면 너무 조급해 하고 있지는 않은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아직 하고 싶은 분야도 정하지 못한 마당에 무작정 사업을 벌이고 싶어 하는 나같은 사람은 실패하기 딱 좋은 사례가 될 만하다. 책에 나온 이들은 모두 관련 지식, 경험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창업가 DNA가 다분한 거 같은데, 나 같은 경우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창업가 보다는 회사원 기질이 다분하다. 어린 시절부터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바로바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관련 산업에서 경험과 역량을 쌓은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도 무작정 시도하기 보다는 좀 더 깊이 경험을 쌓아도 좋을 것이라 느꼈다. 잃을게 없는 청춘 때 반드시 무언가를 하려고 하는 패기도 좋지만 생각해보면 30대도 청춘이 될 수 있고, 40대도 청춘이 될 수 있다. 몇몇의 다른 독후감에도 많이 썼을 테지만 조급해지지 말자는 다짐은 몇 번이고 다시 되새겨도 부족하지 않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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