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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관 - 자연의 해석과 인간의 자연 지배에 관한 잠언 ㅣ 한길사 한국연구재단 학술명저번역총서 서양편 1
프랜시스 베이컨 지음, 진석용 옮김 / 한길사 / 200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인간은 자연의 사용자 및 자연의 해석자로서 자연의 질서에 대해 실제로 관찰하고, 고찰한 것만큼 무엇인가를 할 수 있으며 이해할 수 있다. 그 이상의 것은 알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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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된 귀납법에 대하여
책에서 베이컨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생각만 하지 말고 자연을 실제로 괴롭혀서 진리를 찾아가자 이다. 운동이나 현상에 대해 단순히 추측만 하지 말고 직접 체계적으로 성질을 밝혀내 가야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귀납법을 주장했는데 단순한 귀납법은 당연히 반론이 만만치 않으니 참된 귀납법을 주장했다. 책에서는 열을 가지고 예시를 들어 장문에 걸쳐 설명을 했는데, 열이 나타나는 사례들을 열거하고, 열이 나타나지 않는 사례들을 열거한 뒤에, 어느 순간에는 나타나고 어느 순간에는 반대인 사례들도 열거해서 비교표를 만들어 열의 성질을 밝히는 것이 참된 귀납법의 방식이라 하였다. 아주 추운 날의 칼 바람도 열이 나타나는 사례라는 지금 보면 웃음이 나오는 사례들도 많이 등장하지만 나름 체계적이고 논리적으로 접근했다. 자신도 잘 만들었다는 걸 알았는지 자신처럼 과학에 접근하는 방식 자체를 제시하는 사람은 실제로 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보다 더 칭송 받아 마땅하다고 쓰기도 하였다. 이런 방식은 정말 끊임없는 관찰을 요구하는 것으로 베이컨으로부터 자연이 철저하게 분석되고 해체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인간이
자연을 다루는 것, 마음대로 이용해도 괜찮다는 그의 생각은 지금도 이어져 지금 수많은 환경문제를 파생시켰다. 귀납법이 마냥 좋은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귀납법이 아닌 ‘참된’ 귀납법을 주장했지만 결국 그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사례를 무작정 많이 모으는 귀납법에 가까웠다고 해설에서 그러하니 정답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과학의 발전에 있어서 새로운 판을 짠 그의 역량 자체는 인정을 안 할 수가 없다. 기존의 이론을 거침없이 비난하고 판을 깨부순 혁명가. 현대의 과학계는 아직 베이컨 사상에 영향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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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에서의 진리에 대하여
진리라는 것을 우리는 참 좋아한다. 절대로 변하지 않고 언제나 정답이니까 왈가왈부 할 필요가 없다. 진리를 깨우치는 순간 더 이상 배우거나 연구할 필요가 없어진다. 진리 이외의 것들은 결국 진리라는 뼈대에 붙은 살들이니까 말이다. 그래서 여러 분야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 공부, 연구들이 진행되는데, 특히 과학은 진리를 위해 태어난 학문이다. 자연의 법칙, 사물의 운동, 우주의 원리 등 우리 주위의 다양한 현상들이나 실재하는 것, 심지어 실재하지 않는 것마저 단 한번에 설명할 수 있는 진리를 찾기 위해 모두 노력한다. 그런데 과학의 발전 과정을 가만히 생각해보면 그 동안 우리가 진리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새로운 것들에 의해 깨부수어졌다. 당장 이 책에서만 하더라도 그 당시 진리라고 여겨졌던 아리스토텔레스의 이론과 사상들이 베이컨에 의해 철저하게 비판 받아 결국 진리의 단계에서 과거의 이론으로 전락해 버렸다. 천동설에서의 지동설도 그러했고, 진화론 역시 진리라고 생각했던 이론들이 모두 새로운 이론으로 대체되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가 진리라고 알고 있는 과학적 상식들 이론들, 예를 들어 쿼크가 현존하는 가장 작은 입자라는 상식이나(사실 검색해서 얻은 결과이기에 상식이라 할 수 있을지는 애매하지만), 지구가 내핵, 외핵, 멘틀, 지층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나 심지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마저 진리가 아닐 수도 있는 것이다. 과학구조의 혁명이란 책을 아직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과학구조가 점진적으로 변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판이 기존의 판을 급격하게 대체하는 식으로 혁명이 일어난다고 들었다. 이 책에서 기존의 이론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참된 귀납법으로 주류 이론으로 올라선 베이컨의 과학적 접근 방식도 자연과 인간간의 관계 측면에서 비판을 많이 받아 진리라고 인정하기는 어렵다. 물론 베이컨이 주장하는 것은 과학의 사상이나 이론 자체가 아니라 그에 대한 접근 방식을 설파하기는 한 거지만 결국 과거의 이론으로 전락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지금의
주 방식이 그 시대와 완전히 다른 것처럼 지금의 방식도 결국은 과거의 이론이나 사상으로 전락할 것이다. 과학의 진리를 알게 되는 날이 오게 될지도 모르겠다. 사실 진리라는 것이 뭘 의미하는지도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상대성이론도 제대로 모르는 나 같은 문외한은 그냥 과학계 사람들이 감탄하면 따라 감탄하고 비판하면 따라서 비판하는 꼭두각시가 되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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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의 우상에 대하여
베이컨은 본문에서 4가지 우상이 인간 지성의 무한한 발전을 사로잡고 있다고 주장하였다. 4가지 우상은 종족의 우상, 동굴의 우상, 시장의 우상, 극장의 우상인데 이것들을 깨부수어야 자연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하였다. 기가 막히게 잘 잡아낸 우상들인 것 같다. 베이컨은 과학을 탐구하는 자들에게 하는 조언 이었겠지만 사실 우리 일반인들도 저런 우상들을 타파해야 한다. 우리를 틀에 가두어 버리고, 진실을 못 보게 하는 우상들은 다양한 갈등의 단초를 제공한다. 동굴의 우상으로 우리는 각자 제멋대로 해석하고, 시장의 우상으로 진실된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고, 극장의 우상으로 얼토당토 않는 사람이 지지를 받기도 한다. (다행히도? 인간이 최고라는 오만한 종족의 우상은 모두가 똘똘 뭉쳐 공유하는 유일한 우상이다.) 그 중에 특히 우리들이 조심해야 하는 것은 극장의 우상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우상은 여러 가지 학설로 만들어진 각본에 의해 혹은 그릇된 논증의 규칙에 의해 공공연하게 주입되고, 신봉된다. 논리와 규칙이 언어인 과학계에서도 이런 우상이 존재하는데 일반 사회에서는 더욱 더 심할 것이다. 현대 사회와 연결해보면 진실을 가리고 연기하는 배우를 내세워 연극을 내보여 대중들을 만족시키는 우리네 사회.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공판일에 우연히도 어린이집 사태가 이슈화 된 것은 또 다른 연극이 아닐까 위험한 생각을 해본다. 가장 최근에 일어난 사건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응인데, 지금 이 시점에 지난해 11월 에 일어난 사건을 이제서야 같이 발표하는 것은 논리적이지 않은 연극인 것 같다. 그때에도 분명히 이슈화 시켜둘 수 있었는데, 미래의 고위 관계자 가림막을 위한 적절한 예비용 탄알이라고나 할까. 요즘 정직한 사람이 없어 이런 공상도 자꾸 하게 된다. 진실이 공유되는 사회가 얼른 왔으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들이 똑똑해져야 할 것이고 그러기 위해서는 책을 읽어야 한다. 결론은 책을 읽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