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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시계, 자동차, 옷과 같은 것들은 대체로 소유를 기반으로 이루어진 상품이다. 그리고 우리는 단 하나의 시계, 자동차, 옷만을 원하지는 않는다. 2개가 있으면 좋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재화이다. 소유는 욕망과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그 위상은 절대적이라고 종종 일컬어져 왔다. 인간이 자신의 욕망을 제어할 수만 있다면 자동차 회사들이 새로운 모델을 계속해서 만들 수 없었을 것이다. 기능만 충실하다면 하나만 있어도 충분할 터인데 누가 무엇을 하러 같은 기능을 가진 물건을 하나 더 사겠는가? 그런데 최근 세계의 흐름을 보면 재화의 판매량은 점점 줄어들고 있는 추세인데, 인간의 욕망이 줄어든 것은 아니고 인간의 의식이 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결과가 나오고 있다. 이제 기업은, 사회는, 우리 자신도 소유에 대해 한번쯤은 다시 생각해 봐야 할 시간이 왔다.
재산의
역할이 급격히 달라지고 있다. 이 문장은 책의 첫 문장에 해당하는 것인데, 2000년에 책이 완성될 즈음의 상황과 현재를 비교해 보면 저자 제레미 리프킨의 예측이 점점 더 옳다는 것에 한 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변하고 있다. 예컨대, 국내에는 최근 ‘쏘카’,’카쉐어링’과 같은 신생기업들이 생겨나는데, 제공하는 서비스는 자동차 일일 대여이다. 물론 자동차 대여 서비스는 과거에서부터 존재해 왔지만 이제 그 대여의 기간이 짧아져 하루를 기준으로 대여하는 서비스까지 나왔다는 사실은 대여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어느 정도로까지 발달했는지 가늠해 볼 수 있다. 면접을 위해 양복을 하루만 대여해 주는 서비스나 월세로 집을 사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 역시 현재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에서는 슈퍼카를 대여해주는 회사들이 성행하고 있는데, 한가지 모델을 소유하면 그 차만 계속해서 이용해야 하는 여타 이용자들과는 다르게 새로운 모델로 계속해서 바꿀 수 있기 때문에 인기를 얻고 있다.
본문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기업들 역시 더 이상 토지나 공장 등, 실체적 물질에 대한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본인은
언제나 탄탄한 재무가 뒷받침되는 회사가 강한 회사이고 탄탄한 재무라는 것이 현금, 토지, 공장 등과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주식의 귀재인 워렌 버핏은 시간이 날 때마다 재무제표를 들여다 본다고 하는데, 토지나 공장과 같은 회사의 소유물이 많은 회사가 탄탄한 회사라고 일컬었다.
나
역시 이에 동감하여 미래에 회사를 차리게 된다면 공장과 부지는 반드시 있어야 하고, 번듯한 사무실도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나이키의 예시를 보며 워렌 버핏과 나의 생각과는 많이 다른 면을 볼 수 있었다. 나이키가 물론 아시아 지역에 공장을 세워 싸게 물건을 공급하는 줄은 알았지만 회사 소유의 공장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적지 않은 충격이었다. 심지어 잘 짜인 광고와 마케팅 업무도 다른 회사에 아웃소싱을 함으로써 나이키는 개념을 파는 회사로 변했다. 회사의 로고를 부착하는 권리 만을 줄 뿐 사실상 나이키가 실제로 생산해 내는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몇 년 만 더 지나면 우리가 기업이라고 생각하던 전통적인 기업은 더 이상 남아있지 않고 서로가 서로의 기술, 공장, 토지를 대여하는 형태의 경제 체제가 나타날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이런 소유의 종말 시대가 다가오고 있는 것일까? 책에 따르면 신제품의 주기가 짧아졌다는 하나의 의견이 나오는데 나 역시 동의한다. 과거에는 휴대폰을 하나 출시되면 다음 신제품의 출시 때까지 2,3년은 기다리는 것이 보통이었다. 따라서 핸드폰을 소유하는 것이 당연한 인식이었는데, 기술의 발전으로 신제품이 1년, 반 년을 간격으로 나오게 되어 내가 소유한 휴대폰이 뒤쳐진 기술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한 번 소유하면 1,2년은 쓰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기 때문에 이제는 단기 임대가 소유의 자리를 꿰차고 있다. 물론 지금 우리는 소유를 여전히 갈망한다. 여전히 다양한 상품들이 지속적으로 출시되고 있고, 사람들은 소비를 위해, 소유를 위해 돈을 번다. 하지만 앞서 말한 새로운 형태의 기업들과 의식들이 이제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게 되어 더 이상 꿈틀대고 있다는 표현으로는 부족하게 되었다. 앞으로는 소유보다는 대여라는 개념이 더 일반적인 활동으로 인식되는 시대가 올지도 모르겠다. 본문에서 섬유회사의 회장인 샤피로라는 사람은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대해 이런 질문을 하였다. ‘사람들이 정말로 이 물건을 사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물건 자체가 필요한 건가 아니면 그 물건의 기능이 필요한 건가?’ 이제 물건을 판다는 생각보다는 빌려주어야겠다는 생각을 먼저 해야 할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