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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선 목민심서
정약용 지음, 다산연구회 편역 / 창비 / 2005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당연한
것에 대하여
정약용 선생님께서 목민관이 지켜야 할 지침을 밝힌 책, 목민심서. 읽으면 읽을수록 너무나도 당연한 이야기에 이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 건지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였다. 가난에 빠진 백성을 생각하고, 공무는 비리 없이 해결해야 하며, 예로써 사람들을 대해야 하고, 임금에 대해 항상 충성하는 마음을 가지며 등등. 관리자, 리더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당연히 기본적으로 알 수 있는 것이다. 굳이 관리자의 위치에 있지 않은 사람이라도 양심이 있다면 응당 이렇게 해야 할 일들이지만 여전히 목민심서는 우리 시대의 스테디셀러로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그걸 반대로 말하면,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양심에 따라 행동하지 않는 관리자, 리더가 너무나도 많다는 말이다. 학교 커뮤니티를 가더라도 직장 상사를 욕하는 얘기는 쉴새 없이 올라오고, TV를 보더라도 검찰에 출두하는 대기업 회장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공부는 많이 했지만 관리자, 리더에 대해서는 충분히 배우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가 발생한 것이라 본다. 우리나라 문과대학에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는 것이 경영학과이다. 당장 우리학교만 하더라도 경영학과에 더하여 글로벌 경영학과 까지 매년 수백 명의 잠재적 관리자들이 사회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기업의 경영에 대해, 즉 기업의 리더가 갖춰야 할 것을 배워야 하는 경영학과들의 수업들은 너무 전문적이고 지엽적인 것으로 편향되어 있다. 재무, 회계가 주이고 경영을 너무나 조직적으로 구체화 시켜 마치 기계를 작동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듯이 이론을 가르친다. 그나마 배우는 기업 윤리도 한 단원의 한 토막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아 결국 한 학기 동안 기업에서 관리자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조직을 이끌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결국 1시간도 배우지 못한다.
이런
전공 수업을 들은 학생들이 기업에 들어가 때에 맞춰 승진을 하니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관리자들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다. 하지만 우리는 현인 같은 리더가 나타나기만을 기다릴 뿐, 기대에 못 미치는 리더에게는 가차없이 비난을 날린다. 좋은 사회를 만드는 것은 결국 좋은 사람들 때문이다. 모든 사람들이 좋은 리더가 갖추어야 할 점을 잘 알고 있으면 리더를 뽑는 자리에서도 알맞은 리더를 뽑을 수 있다. 살면서 리더의 자리에 오르지 않는 사람은 없다. 리더라고 꼭 거대 기업의 회장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의 반장, 대학교에서의 팀장, 혹은 군대에서의 사수 역할도 모두 리더에 포함이 된다. 즉, 우리 모두 좋은 리더라면 어떤 점을 갖추어야 하는지,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어렴풋이라도 알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좋은 리더를 선별해야 한다. 요즘같이 관리자들을 관리하는 관리자처럼 관리직이 넘쳐나는 시대에 올바른 지침서와 같은 목민심서는 필히 필독서가 되어야 한다.
-가정을
정제함에 대하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 고등학교 한자시간에 많이 배워 온 구절로, 내 몸을 먼저 바르게 하고, 그 다음 가정을 바르게 하고, 나라를 바르게 한 뒤 천하를 바르게 해야 한다는 말이다. 최근 정치계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이 생각나는 구절이다. 서울시장으로 출마했던 유명 대기업의 회장은 아들의 철 없는 발언에 결국 낙마했고, 어렸을 때부터 천재로 칭송 받아 그 기세로 정치판에 뛰어들었던 사람은 딸의 폭로에 결국 ‘미안하다’를 외치며 역시 낙마했다. 정치인들이 가족 때문에 정치적 인생에 타격을 입은 것은 수도 없이 많아 신문에서 특별히 다루기도 했는데, 아들의 병역 비리 문제가 가장 많았다고 한다. 정치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이력을 하나하나 살펴보자면 모두 날고 기는 사람들이다. 해외 유명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것은 물론 경력도 화려하여 정치인으로 제 격인 것 같지만 정작 가정을 잘 살피지 못해 무너지고 만 것이다. 옛 말에 가까운 사이 일수록 더욱 조심해야 한다고 하였다. 가족이라고 너무 잘해주거나 혹은 너무 무심한 정치인들은 ‘제가’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낙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가정도 잘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어찌 나라를 맡길 수 있겠는가. 광고천재로 유명한 박웅현씨는 광고계에서 자주 쓰는 말을 전하였다. 광고계는 특히 야근이나 바쁜 일들이 많아서 가정은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정설이었다. 그 말이 옳지 않다고 한 박웅현씨는 몸 담고 있던 광고 회사를 나와 스스로 회사를 세워 더욱 좋은 성과를 냈다. 가족과의 화목한 관계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물론 박웅현씨 혼자만의 케이스를 확대한 것 일지도 모르지만 가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 기업을 세우고 나라를 세우는 데에 꼭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른 광고계 사람들은 회사에서 스트레스는 받을 대로 받고, 집 안에서도 가족으로부터 냉대를 받을 수도 있지만 가족에 충실한 경우는 집, 가족이라는 든든한 버팀목이 있기에 더욱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제가’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 관리자의 전인적 능력에 대하여
책의 내용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관리자의 영역을 넘어서는 것조차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한다. 정약용 선생은 마을의 나무, 물과 같은 환경뿐만 아니라 마을의 도구 제작, 유지 보수 등 거의 모든 것에 두루 능하기를 요구하고 있다. 요즘 시대로 따지면 한 분야에서만 성공하기도 쉽지 않은데, 재무, 인사, 기술 모두에 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과 다름 없다. 얼핏 불가능해 보이지만 요즘 이과 쪽 기술인들이 CEO를 겸하며 사업들을 많이 하는 것을 보면 역시 결론은 통합적 인재인 것 같다.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문, 이과 구분 나라로써 전문적 지식을 더 깊게 배우는 것은 좋다고 생각하나, 학문의 업적을 나타내는 가장 훌륭한 지표인 노벨상 수상이 없는 것을 보면, 통합적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