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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 ㅣ 동양고전 슬기바다 1
공자 지음, 김형찬 옮김 / 홍익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세월이 아무리 지나도 그 가치가 떨어지지 않는 책들이 있다. 흔히 고전이라고 일컬어 지는 책들은 서양, 동양 가리지 않고 다양한데, 동양의 고전 중 으뜸으로 인정받는 책이 아마 논어가 아닐까 싶다. 언뜻 보면, 한 사람의 소소한 생각을 적어놓은 수기집 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실로 수많은 사람들이 더 올바른 주석을 달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을 보면 한 문장, 한 문장을 곱씹어봐야 그 진정한 의미가 드러나는 것 같다. 비록 단 한번을 읽었다 하여 결코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지만 그 중에 인상 깊은 구절들에 대하여 이야기해보고 싶다.
- 不患人之不己知, 患不之人也(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말고,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
지금까지 항상 나를
알아주기를 기대하며 살아왔다. 공부를 한 것도 부모님과 친구들로부터 날 알아봐주는 느낌을 받아
열심히 한 거였고, 대학교 들어와서 여러 활동을 한 이유도 나의 흔적을 남겨 날 누가 알아봐줬으면
하는 마음에서였다. 항상 어떤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주요한 요인 중 하나는 이걸 다른 이가
알아봐주고 인정해줄까였다. 그래야 나의 활동과 흔적들이 의미가 있고 나의 삶이 한층 있어 보이는
줄 알았다. 그러다 보니, 항상 나를 잘
튀게 해줄 수 있는 명성이 있거나 큰 활동만을 지원해 왔었다. 지금도 그러하다. 3학년이 막바지에 접어들어 인턴을 해야 할 시기인데, 지원하고
싶은 회사의 기준도 그 회사가 과연 명성이 있는 회사인지, 다른 사람들도 많이 아는 회사인지가
중요한 결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확히 공자가 말한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왜 그래왔을까. 왜 나는 나의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의 시선에 비춰진 삶을 살고자 했던
것일까. 두렵다. 남들로부터 잊혀진다는
것이. 남들이 날 알아봐 주지 않으면 난 더 이상 내가 아닌 듯한 기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남들과 같이 살아야 하지만 이미 그 정도를 넘어섰다. 남들과 ‘같이’ 사는
것이 아닌 남들이 ‘필요’한 세상에 살고 있다. 여러
책이나 강연을 보아도 남의 삶을 살지 말고 자신의 삶을 살라고 하는걸 보면 이건 비단 나의 문제만은 아닌 거 같다. 모두가 서로의 눈에 들기 원하는 사회에서 역설적으로 남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중심이 되어 남의 이야기는 듣지 않고 그들의 인식에만 내가 남길 바라기 때문이다. 공자가 뒤에 말한 ‘남을 알지 못하는 것을 근심하라’는
어쩌면 나부터 바로 세우라는 말이 아닐까. 나라는 존재가 확립되고 중심이 잡혀있어야 남을 알
수 있고, 볼 수 있다. 남을 안다는 것은
다른 시선에 비치는 모습이 아닌 남이 가진 그 자체를 안다는 것이다. 내 주변으로부터 눈을
돌려 남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그 빛나는 신념과 정신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하지만
그 전에 내 자신의 신념부터 세워야 할 것이다.
- 子曰 三人行 必有我師焉 擇其善者而從之 其不善者而改之(세 사람이 길을 가면, 반드시 나의 스승이 있다. 그 가운데 좋은 것을 가려서 그 점을 따르고 그 가운데 좋지 않은 점을 고친다.)
한국은 유난히 강연 열풍이 강하다. 아주 조금의 명성만을
가지고 있어도, 여기저기에서 강연 요청이 쇄도하고, 책을
낸다. 오죽하면, TV에 나오는 외국인 패널이 한국은
강연의 나라라고까지 칭할 정도이다. 매주 주말, 대강당에서, 카페에서, 방송에서, 학교 강의실에서 너도나도 멘토가 되고 조언자가 된다. 강연
그 자체는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배우겠다는 현상이기 때문에
칭찬 받아 마땅하다. 누군가의 좋은 점을 배우고 싶어하는 것은 좋으나, 우리는 너무 유명한 사람만을 쫓는 것이 문제라 할 수 있다. 돈이나
명성이 최고의 가치라고 부여 받는 지금의 사회에서 자신만의 길을 쫓아 크게 성공한 사람들은 최고의 본보기라고 칭송 받는다. 그러기에 우리는 그들처럼 되기 위해 주위의 사람들을 밟고 올라가야 하는 경쟁자로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모두 평범하기에 이 평범함을 벗어나야 하는데 모두가 평범함에서 벗어나면 내가 돋보일 수 없기에
나만 잘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우리는 공자의 말씀을 한번쯤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세 사람이 길을 간다는 것은 훌륭한 사람 세 사람을 칭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우리 주위의 친구들, 지인 등 우리 주위의 사람과
함께 지내면 반드시 배울 점이 있다는 점에서 감명을 받았다. 우리가 서로에게 배우고자 한다면, 서로에게 가르침을 주고자 한다면 우리 사회는 경쟁사회가 아닌 함께 사는 사회가 될 것은 자명하다. 주위 사람들이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의 경쟁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성장을 도와주는 거름 같은
존재, 꼭 필요한 존재로 변화하는 것이다. 각자의
삶은 모두 의미 있고, 배울 점이 있다는 것. 지금
한 드라마는 이러한 평범한 삶에도 의미가 있다는 점을 부각시킨 내용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드라마에
흔히 등장하는 크게 성공하는 회사원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의 직장인 모습을 보여주며 거기에서 유의미를 찾아내어 보여주는 것. 이것이 시청자들의 열렬한 인기를 받고 있는데, 이런
인기가 우리는 어쩌면 서로서로의 가치를 알고 배우고 있었지만 사회의 분위기에 휩쓸려 그것을 몰랐을 뿐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사회에서의 일등을 조명하는 드라마나 강연보다 개개인으로서의 일등을 바라보는 드라마, 강연이 활성화 되어 조금 더 ‘같이’사는 사회가
오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