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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주론 - 제3판 개역본
니콜로 마키아벨리 지음, 강정인.김경희 옮김 / 까치 / 2008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고전이라는
것은 단순히 오래된 책이라고 해서 붙여지는 이름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잃지 않아 사람들이 꾸준히 찾고 감동과 생각을 얻는 책이 고전이라고 생각한다. 군주론이 출간된 해는 1532년이다. 거의 500년도 더 된 책이 여전히 읽히고 베스트셀러 순위에 오르내리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며 읽었다. 사실 이 책은 과거에도 그 유명세를 알았지만 섣불리 읽지 못했다. ‘-론’으로
끝나는 책에는 알지 못한 거부감이 있었고 그로 인해 편독을 해온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리더가 되고 싶다. 경영학과이기에 어떻게 보면 당연한 야망일 수도 있고, 무모한 도전일 수도 있다. 조직을 통솔하고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는데, 경영학과에서 공부하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나니 내가 어쩌면 리더의 격에 맞지 않을 수 있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바로 내가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는 약간 착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생각하는데, 나는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물론 이것이 이상적인 리더의 역할이지만, 현실에서 모두의 요구를 들어주면 배가 산으로 가는 경우가 더 많다. 나 역시 어쩔 땐 내가 원하는 것을 포기하면서도 최대 다수가 원하는 쪽으로 선택하는 편인데, 이 책을 읽으면서 좋은 군주는 약간 악랄한 면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에서 예시로 말하는 인물이 로마의 황제 세베루스인데, 그의 타고난 여우와 사자 기질을 통해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존경의 대상이었다고 한다. 카리스마라는 것이 종이 한장 차이로 폭군을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고, 휘어잡는 리더를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는데, 그 정도를 적절히 활용할 줄 아는 자가 리더라는 말이다. 또 한가지 크게 깨달은 내용은 중립은 적을 만든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언제나 한쪽 편을 강하게 드는 성격이 아니다. 열렬히 좋아하는 스포츠 팀 없이 그때그때 좋아하는 팀을 바꾸고, 어떤 사회적 이슈에 대해 강력하게 내 의견을 표출한 적도 그리 많지 않다. 그 동안은 내 의견을 드러내면 내 패를 보이는 것만 같아 꺼려했는데, 어떻게 보면 중립에 있으면 마땅한 상대편이 없어 욕을 먹을 일이 없으니 그래왔던 것도 같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그런 중립은 언제나 패자로 남게 된다고 하였는데, 군주로서 중립을 지킬 경우, 전쟁에서 승리한 나라가 전쟁시 자기를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언제든지 쳐들어 올 수 있기 때문이다. 차라리 한쪽 편을 선택하면 지더라도 같은 편이었던 나라가 도와줄 수도 있기 때문에 결코 실패는 아니라는 주장인데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기억에 남는 요점은 현명한 군주는 남이 원할 때가 아니라, 자신이 원할 때 조언을 구해야 한다는 말이다. 나에게 있어 좋은 리더는 영화 ‘광해’ 에서처럼 옆에 항상 좋은 측근을 두어 진언을 자주 들어야 한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저자가 말하는 바는 내가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 조언을 구해야지 좋은 측근이라고 모든 조언을 듣게 되면 자신의 방향을 잃고 리더의 힘을 잃게 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 리더는 누구보다 똑똑하고 현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자신의 부족한 점을 알고 조언을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나는 자격증 공부를 하는 것도 아니고 전공학점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남들은 잘 읽지 않는 책을 읽기에 현명해져간다고 스스로 위로하고 있다. 언젠가 리더의 자리에 올랐을 때에 지금의 독서가 빛을 발하리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군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많다. 최근 군부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 때문에 지금의 징병제를 철폐하고 모병제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커지고 있다. 모병제에 대한 주장은 과거부터 계속 있어왔는데, 최근에 이렇게 큰 목소리를 내게 된 것은 앞서 말한 사건들과 더불어 우리나라의 군문화가 악화 될 대로 악화 되었기 때문이다. 나라에 대한 충성심은 갈수록 떨어지고, 잃어버린 2년이라고 제대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그의 책에서 이런 군의 약화가 패망의 주요 원인이라고 말하였다. 책에서 모든 국가의 주된 토대는 좋은 법과 좋은 군대라고 주장하였는데, 용병을 활용한 나라는 대부분 군을 장악하지 못해 결국 이웃나라에 의해 멸하였다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가 용병제인 것은 아니지만 나라에 대한 충성심 저하나 기강해이가 계속된다면 국가라는 토대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민주주의, 평등이라는 것도 결국 다른 나라로부터 우리를 지킬 수 있을 때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우리 군의 혁신은 절실한데, 지금 여러 미봉책들을 보면 앞으로 더 나빠질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다짜고짜 각 내무반마다 핸드폰을 지급한다든가 , 같은 년도에 들어온 경우 동기취급을 하게 되어 12월에 들어온 일병이 1월에 들어온 병장한테 반말을 하게 하는 안이라든가, 이런 것들은 모두 문제의 본질을 꿰뚫지 못하고 여론이 하라는 대로 휩쓸려 다니는 것이다. 하루 빨리 좋은 군주의 지휘아래 제대로 된 군 혁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