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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쳐읽는 중국철학 이야기
박상환 지음 / 상 / 2011년 2월
평점 :
품절
철학책, 철학에 대한 나의 뿌리깊은 편견은 항상 철학책 독서를 힘들게 만든다. 형이상학, 문장의 문장을 위한 언어 구조, 단어와 단어 사이의 관계들... 아마 이 책도 단순히 독서를 목표로 읽었다면 중간에 포기했을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은 이번 학기 동양사상입문 수업의 교재로써 일주일에 한 과씩 교수님의 수업과 더불어 진도를 나갈 수 있었다.
중국 철학. 우리는 중국 철학에 대해 상당히 많이 알고 있는 것 같으면서도 잘 모른다. 공자, 노자, 불가, 제자백가등 우리는 중국 철학사의 많은 사람들과 사건들을 알고 있다. 하다못해 광고에도 자주 등장하는 논어의 구절이나 성현들의 말씀을 보면 우리 역시 중국 철학에 크디큰 영향을 받으며 살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가까워 보이는 중국 철학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나 역시 평소에 공자나 맹자 등 중국 철학을 꽤나 안다고 생각했었으나, 성현들의 관계나 유가나 도가의 관계,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알지 못한 티비에서 주워들었을 법한 지식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중국 철학에 대한 하나의 중심축이라고 말하고 싶다.
공자, 그리고 유가. 이 두개의 단어가 중국 철학사에서 아니 중국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지 잘 이해할 수 있었다. 학문은 정치적이다. 유교의 탄생 배경는 인간 관계를 중점적으로 말하는 특성 때문이었다. 관계라는 것은 집단을 만들고 권력을 만든다. 따라서 권력집단은 유교를 사상적 도구로 사용하여 권력을 유지하는데 사용한다. 때로는 도교와 불교를 받아들여 그 세를 더 확장시키지만 결국에 가서는 다른 두 학문을 억제하는 점 등에서 나는 학문의 생명성을 느꼈다. 살아남기 위해 때로는 적과 동침하고 기회가 될 때 정적을 제거하는 등. 재미있는 점은 유교가 그 학문의 장점으로 인해 사회에서 배척당했다는 것이다. 유교는 그 세를 확장시켜 나가지만 확장 시켜 놓은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만다. 사회의 계층화를 통해 권력을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어했지만 너무나 세분화 시켜 사회가 복잡해지고 그 복잡함을 유교의 이념이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이런 시기에 기존의 유교, 그 당시 성리학에서 벗어나자는 목소리와 함께 양명학이 발달하고 이후 실학이 발달하게 된다. 학문은 언제까지나 발전만 하는 줄로 알고 있었던 나에게 유교의 부침은 실로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그래도 가장 놀라운 점은 그러한 숱한 사상적 위기에도 불구하고 유교가 그 오랜 역사동안 중국의 주요 사상으로 그 위치를 유지시켰다는 점이다. 서양과는 다른, '나'보다는 '우리'를 강조하는 이념이 동아시아에 정착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유교의 힘이었다.
중국 철학사의 흐름을 얘기한 이후에는 서양과 동양의 발전을 비교한 부분이 나오는 데 역시 흥미로운 부분이다. 우리는 항상 유럽에서의 과학혁명, 산업혁명을 얘기하면서 왜 그것이 동양이 아닌 서양에서 시작되었나를 물어보지 않았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고대 중국의 발명품들은 서양의 그것들을 훨씬 압도하는 것 들이었는데 참 아이러니 하다는 것이다. 책에 따르면 중국의 사상이 그러한 발전에 걸림돌이 되었다고 하는데, 하늘과 인간을 동일시하는 신념, 사물을 사물 자체로 보지 않고 관계속에서 보려하는 경향으로 인해 발전이 늦어진 것이다. 이는 사물, 현상 그 자체의 원리를 파악하고자 한 서양과 대비되는 것으로 서양은 그러한 발전된 힘으로 동양을 침략하고 동양은 스스로의 발전을 이룩하기 이전에 서양의 문물이 들어와 그 주도권을 빼앗긴 것이라고 한다. 과학혁명, 산업혁명이 왜 서양에서 발생했는가만을 분석하지 않고 왜 동양에서, 왜 중국에서 발생하지 않았는가를 조명한 사실이 새로운 시각을 나에게 준 것 같다.
우리 성균관대학교는 전세계에서 유일하게 공자의 탄신일이 휴일인 대학교이다. 명륜당과 대성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우리학교는 다른 어느 학교보다 중국철학과 가까운 학교이다. 성균관대 학생이라면 학교를 사랑한다면 학교의 역사, 나라의 역사, 더 나아가 중국철학의 역사까지 알면 그 누구보다 인,의,예,지를 갖춘 인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