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이 무겁고도 어려운 제목을 보고 느낀 첫 느낌과는 다르게. 이런 주제와 관련된 수많은 책을 읽었는데, 각 한권마다 그들만의 강력한 주장을 하고 무거운 이론을 들이대며 인생은 이렇게 살아야하는 것이라고 우리에게 훈수를 두는 책들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어떤 이론도 논리도 담고 있지 않다. 오히려 일기에 가까운 책이다. 사실 이 책은 몽테뉴의 대표적인 저서 '에세'를 그대로 번역한 책이 아니고 저자인 사라 베이크웰이 몽테뉴의 책이 무슨 내용인지, 또한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어떠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었는지에 대해 써놓은 책이다. 몽테뉴가 살아있을 시기에도 '에세'는 큰 파급력을 몰고 와 당시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책이었는데 사후에도 수많은 철학자들과 일반인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아 지금까지 우리들 옆에 살아 숨쉬고 있다. 몽테뉴의 그의 사상이라기보다는 솔직한 느낌을 책에 가감없이 적어놓았다. 죽음에 거의 다다랐던 사고 이후의 느낌, 성에 대한 자신의 의견, 혹은 일에 대한 생각까지. 이러한 것들을 밝힌다는 것은 당시로서는, 특히 당시 귀족층에서는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는 여타 귀족들과는 많이 달랐던 것 같다. 전쟁중에도 성문을 걸어두지 않고 갈 곳 없는 사람들을 도와주는 모습, 왕에게도 서슴없이 직언하는 모습을 보면 참 줏대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잘 느낄 수 있다. 그에 대해 특히 인상깊었던 점은 그는 분명 당시 귀족들에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들(얘기할때 솔직하게 말한다던가 하는 것) 을 했음에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고 또 추천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가 정치싸움에 휘말려 감옥에 갇혀있을 때에는 당시 정치싸움의 열쇠를 쥐고 있는 4명의 거물들이 그를 빼내는 것에 합의를 보아 5시간 만에 풀렸났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처럼 자신의 행동에 신념이 있는 사람은 결국은 신뢰를 받고 추천을 받는다. 나는 이 책을 읽고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것에 대한 답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어떤 마음가짐으로 살면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너무 사회에 맞추려하지 말고 나만의 줏대를 세우고 신념있게 행동한다면 그것이 언제이든간에 어떠한 보상의 형태로도 나에게 돌아온다는 마음가짐을 얻게 되었다.
우리가 요즘 많이들 쓰는 에세이라는 단어는 사실 몽테뉴의 이 책 '에세'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서론, 본론, 결론 혹은 두괄식 미괄식같은 형식적인 글쓰기가 아닌 자신의 생각을 소상히 쓰는 것이 에세이의 시초인 것이다. 몽테뉴도 에세를 쓰면서 어떤 한 주제를 쓰다가 다른 주제로 새어나간 글이 참 많다. 우리 시대에도 이런 에세이를 쓰는 법이 아닌 에세를 쓰는 법이 필요하지 않을까. 가끔은 딴길로 새어나가보고 두서없이 써보고 하는 것이 결국은 자신의 생각을 잘 전달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