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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자처럼 느긋하게 나이 드는 법 - 늘 청춘으로 산다는 것은 얼마나 피곤한 일인가
대니얼 클라인 지음, 김유신 옮김 / 책읽는수요일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P22 - 에피쿠로스도 실재성의 성격에 대해 사색하였으나, 그는 근본적으로 더 궁극적인 질문, "인생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몰두하였다. 에피쿠로스가 오랜 사색을 통해 얻은 가장 좋은 삶이란 행복한 삶, 즉 쾌락으로 가득 찬 삶이라는 것이었다.
P27 - 에피쿠로스는 노년이 인생의 절정이자 최상의 단계라고 믿었다. '바티칸 어록'이라고 불리는 어록에는 그가 이렇게 말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은 젊은이가 아니라 일생을 잘 살아온 늙은이다. 혈기가 왕성한 젊은이는 신념에 따라 마음이 흔들리고 운수에 끌려 방황하지만, 늙은이는 항구에 정박한 배처럼 느긋하게 행복을 즐긴다"
P55 - 에피쿠로스는 동료나 친구와 함께 어울리는 것이 인생의 쾌락 중 가장 큰 쾌락이라고 생각했다. "인간이 지혜로써 얻을 수 있는, 평생 동안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것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정을 나눌 친구들이다."...에피쿠로스는 무슨 요리를 먹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하느냐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무엇을 먹고 마실까를 생각하기에 앞서 누구와 함께 식사를 할 것인지를 신중하게 결정하라. 친구가 없이 식사하는 것은 사자나 늑대처럼 사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다."
P70 - "콤볼로이는 시간과 관련이 있지요. 그건 시간의 간격을 띄어주어 시간이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해준답니다" (콤볼로이는 서른 세 개의 호박 구슬을 묵주처럼 꿴 것으로, 손에 들고 구슬을 굴리면서 지루함을 달래거나 흥분을 가라앉히는 일종의 손가락 운동 기구이다.
P74 - 천천히 움직이면 나름대로 품위가 있어 보인다. 나는 천천히 움직이는 습관에 쉽게 적응하고 이내 능숙해졌다. 미적으로도 우아하게 보인다. 엄격한 수련을 받지 않고서도 태극권을 하는 것처럼 동작이 유연하다....에피쿠로스는 순간순간 느껴지는 인생의 운치를 최대한 음미하라고 권한다. 경험한 것을 음미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P82 - 오스카 와일드의 말 중에서 내 마음에 쏙 드는 말이 있다. "이 세상에는 단 두 가지의 비극밖에 없다.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원하는 것을 얻는 것이다. 그런데 후자가 훨씬 더 나쁘다." 스벤젠의 견해에 따르면, 현대인은 지루함에 대처할 때 병 자체를 치료하려고 하지 않고 병의 증상만 치료해왔다. 가만히 앉아서 의미 있는 인생이 어떤 것인지 사색해보려고 하지 않고 변덕스러운 여자의 꽁무니를 쫓아다니는 것처럼 의미의 대용품만 찾아 다니는 것이다.
P103 - 순수한 놀이에는 신의 뜻이 담겨 있다는 플라톤의 말을 이제는 완전히 이해할 것 같다. 플라톤은 '법률'에서 자주 인용되는 구절 중에 "인간은 신이 놀이에 쓰려고 만든 장난감이다. 그것이 인간이 맡은 최상의 역할이다. 그러므로 인간은 남자든 여자든 그 역할에 합당하게 가장 고결한 놀이를 하면서 일생을 보내야 한다. 옳게 사는 법은 무엇일까? 그건 인생을 놀이처럼 사는 것이다" 라는 구절이 있다.
P182 -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우리의 마음 노년기에 독특한 자유를 얻는다.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년기에는 젊은 시절에 너무 겁이 나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던 정신적 위험도 감수할 수 있다.
P254 - 늙은 에피쿠로스가 정원에 긴 식탁을 놓고 친구들과 어울렸을 때에도 이와 같은 분위기였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함께할 때에만 느낄 수 있는 고귀함. 갑자기 한 달 동안 떨어져 있는 아내와 딸이 보고 싶어진다. 이처럼 축복이 가득한 시간에 아내와 딸이 함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숭고한 체험을 하려고 집착하지 말고 그런 체험이 은총으로 왔다가 스쳐 지나가도록 하라는 윌리엄 블레이크의 충고가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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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살아 있다는 것도 큰 영광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