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차가운 심장 (일반판) 문학동네 시인선 2
허수경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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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내내 읽어 오늘 읽었다. 11월의 첫날이다.

가끔, 밤의 등불 아래 감탄하기도 하고 박수를 치기도 하고

머나먼 언어의 간극에 아찔해하기도 하면서.

앞에 이렇게 써놨다. 너무 아름다워서 말이 하나도 없다.

서정시가 주는 울렁거림이라고 서영채 평론가가 적어놓았다.

맞다. 일상과는 달리, 허수경의 시집을 대하는 밤은 울렁거림 같은 찾아왔다.

이렇게 뜨겁게 계속 있을지 자신이 없었다만

, 세상에는 이런 뜨거움이 있구나 라는 안도로 읽었다.



2012년 3월 15일 목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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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가는 먼 집 문학과지성 시인선 118
허수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199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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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보았다. 밤마다는 아니고 밤에, 주로.

허수경이 부러웠다. 미치도록은 아니고.

그녀의 언어는 추근덕거리지 않으면서, 말은 해버려서, 시집 해설에서는 '무망(無望)'이라 하였다. 무망이라, 아득하다거나 아찔하다거나 하는 그런 표현이 비속하리만치 그녀의 시집은 속살거리고, 속살대는 시어들이 저기 숨어서, 세상의 마음을 말하는구나. 마음을 말로 수도 있구나 싶어서. 마음이 말이 되나. 마음이 말이 되는 것이 맞지만, 마음은 아득하고 우우거리기만 하는데, 우우 거리는 벙어리 같은 마음을 말로, 이해 가능한 언어로 풀어내고 있다. 아픔이나 실연이나 봄이나 같은 것들이 거기 한데 뭉뚱그려져, 온다. 신기하기 짝이 없다.


2012년 2월 24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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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ice -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거울 나라의 앨리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5
루이스 캐럴 원작, 마틴 가드너 주석, 존 테니엘 그림, 최인자 옮김 / 북폴리오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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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진진 자체.

이제까지 루이스 캐럴이 여자라고 생각했다.

앨리스는 실존하는 소녀였다.

책을 읽다 보니 오즈의 마법사 주석본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튼의 영화도 보고 싶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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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필로 고래잡는 글쓰기 - 글 못 쓰는 겁쟁이들을 위한 즐거운 창작 교실
다카하시 겐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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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

나는 정말 작가를 좋아한다.

정말 좋아하지 않을 없는 사람이다.

글을 쓰기 어려워지면 읽어야겠다.


2012년 2월 6일 월요일


소설이라는 게 원래부터 그 가장 깊은 지점은 ‘미래‘에 속해있다는 점입니다. - P16

소설이라는 것은 이를테면 광대한 평원에 외따로 떨어진 작은 마을에서 슬며시 도망쳐 나온 소년 같은 것이 아닐까요. - P19

지금 이곳에 있는 소설은 우리 인간의 한계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부터 쓰게 될 새로운 소설은 그 한계 너머에 있는 인간을 그려내게 될 것입니다. - P20

그래서 이 소설과 함께한다는 것은 이 사람과 해바라기를 함께한다는 것이며, 그것이야말로, 이 소설과 논다, 라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 P97

그것을 글로 써서 언어로, 공으로, 이쪽을 향해 던졌던 것입니다.
(중략)
언어는 그 각기 다른 두 세계의 한가운데쯤까지 배달이 되었습니다.
그 다음에는 당신이 직접 두 발로 걸어서 그 길 한가운데쯤까지 공을 주우러 나가야 합니다. - P103

모든 시는 확실하게는 보이지 않는, 하지만 확실하게 존재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는 어떤 형식을 향해 써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 P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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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몬드 카버 지음, 정영문 옮김 / 문학동네 / 200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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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at We Talk about When We Talk about Love



멜과 테리, '나'와 로라는 가볍게 진토닉을 마시며 식탁에 둘러앉아 있다. 그들은 두 쌍의 부부이며, 재혼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사랑에 대해 우리가 이야기할 수 있는 것.

상대에 대해 폭력적이며, 자기 자신조차 주체할 수 없는 것, 그것은 사랑인가. 테리의 전남편에 대해 테리는 사랑이라고 하지만 멜은 부정한다. 그들은 조금씩 술을 들이키며 말한다. 술이 한 모금씩 넘어갈수록 감정의 선이 흔들리며. 어쩌면 그들 사이에 어른거리던 '사이'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드러난다.

그들은 가신에 대해 말한다. 옛날 기사의 사랑. 그것은 과연 사랑일까. 창과 갑옷으로 무장한 채 여인의 스카프를 지니고 다니는 가신. 어느 들판에서 죽어가는 다른 기사를, 자신의 사랑을 위한다는 이유로 맹세를 하며 죽이는 것. 그 사랑은?

멜은, 가볍게 로라에게 사랑을 했을지도 모른다는, 여러 현실적인 상황이 없었다면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고백을 한다. 그들은 한 잔씩 마시며 한 모금씩 토해낸다.

의사인 멜은, 병원에 입원한 노부부에 대해 말한다. 두 노부부는 깁스로 온몸을 싸맨 채인데, 할아버지가 죽어가던 이유는 할머니를 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로 옆에 있지만 고개를 돌릴 수가 없어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점점 쇠약해가는. 

멜은 전처를 죽이고 싶어, 양봉업자로 변장할까 생각했다는 고백도 한다. 전처는 벌 알레르기가 있다. 하지만 한때는 그녀를 사랑했고 그것은 진실인데, 왜 지금은 이렇게 되었을까.

이 모든 '인간적인 소음', 사랑에 대한 소문들로 넷 사이는 무성하다. 

 

이 단편 소설집은 쇠락의 풍경집이라 할 만하다. 사진으로 찍을 수 없는 쇠락의 풍경. 첫 작품, <춤 좀 추지 그래?>는 어떤 쇠락한 풍경을 말로 그리려 했으나 실패한 젊은이들 이야기다. 이 단편집이 시도하는 바를 직접 말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모든 이에게 그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 속엔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었고, 그녀는 그걸 말로 끄집어내려고 애썼다.'

다음 작품, <뷰파인더>. 팔이 없는 사진 찍는 남자의 방문으로 인해 쇠락을 깨닫는 한 지점을 그리고 있다. 필사적으로 매달리게 되는 쇠락의 한 지점. 그래프를 그린다면 정점, 떨어지기 직전의 그 한 점. 

그 다음 작품 <미스터 커피와 수리공 양반>이나 <정자> 역시 파국의 상태, 혹은 파국을 깨닫게 되는,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무아지경의 인물들을 그린다. 그들은 어떻게 할 줄 모르지만 계속 행동해야 하고 계속 어긋나고 있다. 하지만 멈출 수가 없어서 어긋나는 대로, 그대로를 그린다. 

<봉지>-아버지와 딸이 공항 식당에서 오랜만에 만났다. 그들은 아버지의 외도가 어떻게 일어났는지 이야기를 나눈다. 아버지는 딸의 아이들을 위해 봉지에 먹을 것(?)을 준비해왔지만, '나'에게는 그것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다. 아버지도 반복적으로 그 봉지에 대해 말하지만, 그 봉지는 버려지고 만다.

<정자>-모텔에서 일하는 두 남녀. 남자가 외도를 하게 되고 여자는 끝없이 그 일을 상기하며 알콜릭이 되어간다. 남자는 이제 괜찮다고 말하지만 그들은 거기 빠져있다.

<여자들에게 우리가 간다고 말해줘>-아이가 있는, 한때 놀았던 두 남자가 가족 파티를 벗어나 여자들을 꼬시고 그녀들과 잔다.

<청바지 다음에>-아내는 아프다. 우리는 빙고 게임에 가고 게임은 잘 되지 않는다. 그들 자리에 있던, 불량스러운 남녀는 돈도 내지 않고 게임을 해서 상금을 챙긴다.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하지만, 불행은 그들이 아니라 아내와 나에게 있다. 나는 다음 불행이 그들에게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너무나 많은 물이 집 가까이에>-남편과 친구들이 낚시를 갔다가 여자의 시체를 발견하고 며칠간 방치한 후 경찰에 신고했다. 나는 그 말이 진짜라고 믿지만 완전히 믿을 수가 없다. 나는 어린 시절 마을에서 일어난 강간살인을 생각하고 남편에게 말한다. 그들은 자꾸 어긋나고, 그리고 섹스한다.

<우리 아버지를 죽인 세번째 이유>-어린 시절 동네에 살던 아버지의 동료 더미는 베스라는 물고기를 자신의 집 연못에 큰돈을 주고 들여온다. 더미는 그 일이 너무도 중요하다. 베스는 아버지가 소개한 물고기다. 더미는 아버지와 내가 낚시를 하는 것조차 조심스럽게 여긴다. 아버지 역시 어느 정도 욕심으로 더미를 이용한 것 같다. 어느 날 홍수가 나며 물고기떼는 난리가 난다. 더미는 상심한다. 더미의 아내가 외도한다. 더미는 아내를 죽이고 자신도 물속에 빠져 죽는다. 그 이후 아버지는 이상해진다. 이것은 첫번째 이유가 아니다. 세번째 이유다. 

<심각한 이야기>-버트와 베라는 이혼했다. 버트는 가끔 베라를 찾아온다. 그는 이해하고 싶고 배려하고 싶지만 결국 이상한 행동을 하고 베라는 이를 참을 수가 없다.

<고요>-이발소에 있던 사람. 나는 머리를 깎던 중. 그들이 사슴 사냥 이야기를 나누다 두 명이 다툰다. 싸움은 일어나지 않고 둘이 차례로 나간다. 나머지 손님도 나간다. 나도 나가야 할 것만 같고 이발사도 이를 묻는다.

<대중 역학>-남자는 떠날 채비 중이다. 남자는 아가를 마지막으로 데려가려 한다. 여자는 못 가져가게 한다. '하지만 그는 놓지 않으려 했다. 그는 아기가 자기 손에서 빠져 나가는 것을 느꼈고, 다시 아주 세게 잡아당겼다./그런 식으로 문제는 결정되었다.'

<그에게 달라붙어 있는 모든 것>-젊은 두 남녀. 한때 사랑했고 아가가 있다. 남자가 오랜 친구와 사냥을 나가려는데 아가가 운다. 그런데도 남자는 나가려고 한다. 여자는 점점 남자를 원망하기 시작한다. 남자는 결국 옷을 벗고 다시 눕는다. 이것은 속이야기다. 겉이야기는 두 남녀가 이 이야기를 나누며 모든 것은 변한다고 말하는 부분이다.

<한 마디 더>-소설 끝으로서 아주 좋다. L.D.는 아내와 딸과 잘 지내려고 와서는 결국 다시 그들을 비난한다. 이곳은 정신병원이야, 말한다. 아내와 딸은 그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고 한다. L.D.는 면도용품 가방 등으로 여행용 가방에 채울 수 있는 것을 잔뜩 채워 떠나려고 한다. 그러나 그는 '한 마디만 더'하고 싶다. 그 말이 무언지 그는 모른다. 



내가 올해 읽은 최고의 소설집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해보니 더욱 그렇다. 모든 이야기는 하나의 주제에 뻗어있다. 앞에서 말한 극지점이다. 그 극지점에서 어긋나는 사람들. 


2012년 1월 13일 금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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