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P86

강물의 흐름과 자갈에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간은 아마도 인간의 수명을 가볍게 뛰어넘을 터라서 그것들을 만지면 왠지 무척 안심이 됩니다. 각각을 감싸고 있는 아득한 시간을 상상하면 그 풍경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게 됩니다. 강변에서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일상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한편, 단단한 바위를 뚫고 솟아나는 나무와 물을 마시는 사슴의 유연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강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면의 자연과 주위에 펼쳐진 자연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 P88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 P120

천천히 걸어도, 다소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해도 딱히 주목받지 않았고 모두가 저마다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병원 한구석에서 이야기가 비춰내는 그림자를 통해 크림색 커튼 안팎으로 퍼져가는 그림자, 책 속과 책 밖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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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저마다 자신의 시간과 운명을 살아간다 - P25

책이라는 물건 자체가 숙명적으로 횡단성과 연속성을 품고 있다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 P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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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는 바다 위에 생기는 둥근 움직임이에요. 표면에서 시작된 이 진동은 속 깊은 곳까지 천천히 퍼져나가며, 물 입자들이 작은 원을 그리듯 움직이죠. 하지만 실제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물이 아니라, 물 안을 지나가는 에너지입니다. 이 에너지가 퍼지며 옆의 물 입자들도 따라 흔들리고,
그렇게 파도는 자라나게 됩니다. - P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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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념이란 모든 생각이 사라진 상태가 아니라 생각에 매이지 않는 상태입니다. 지나간 생각에 얽매이지 않고, 아직 오지 않은 생각을 서두르지 않으며, 지금 이 순간의흐름에 가볍게 몸을 맡기는 태도야말로 무념의 시작입니다.

억지로 공허해지려 애쓰기보다는 하나의 생각이 일어났다가 스스로 사라지도록 두는 것. 그 자연스러운 과정을 받아들일 때, 마음은 저절로 고요해집니다. - P335

많은 이들이 조용한 삶을 동경합니다. 하지만 고요를 구하기 위해 세상을 등지는 순간, 오히려 "나는 고요를 좋아한다"라는 또 하나의 자아가 생겨납니다.

고요함에 대한 집착은 시끄러움과 다르지 않으며, 마음속의 움직임은 그렇게 다시 자라납니다. 진정한 평안은 외부의 소리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고요와 소란 모두에 흔들리지 않는 내면에서 시작됩니다.

나와 타인을 구분하지 않고, 움직임과 정적을 함께 받아들이는 경지에 이를 때, 마음은 비로소 자유로워집니다. - P3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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있는 것과 없는 것, 머무름과 떠남, 이 모든 대비를 넘어서는 지점에 이르러야 비로소 무심의 이치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은 흐르되 저항하지 않고, 높되 막지 않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자연과 같은 여유로운 깨달음을 얻습니다. - P288

고요 속에서 우주의 숨결을 듣다

세속의 번잡함 속에 있을 때는 사소한 소리가 배경이지만 고요 속에 있을 때 그것들은 세계의 전부가 됩니다.

개 짖는 소리, 닭 우는 소리조차도 구름 위의 다른 차원을 여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 마음이 정숙할수록 감각은 더욱 깊어지고 사소한 것에서도 전체를 보는 통찰이 열립니다.

정적은 허무가 아니라 존재를 투명하게 비추는 거울이며, 그 속에서우리는 새로운 세계를 만납니다.

후집 042
나무 다리 아래서 개 짖는 소리와 닭 우는 소리를 들으면 문득 구름 속 다른 세상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서재 창가에 앉아 매미 울음과 까마귀 소리를 고요히 듣다 보면 조용함 속에 온 우주가 들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 P295

천인은 물욕에 빠지지 않지만, 자연과 예술을 통해 마음을 맑게 하는 법을 압니다. 거칠어진 마음은 산림의 고요함에서 가라앉고, 혼탁한 감정은 시와 그림 속에서 정화됩니다. 외물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오히려 자연과 예술을 거쳐 자신을 다스리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마음의 주인이 되려면 의도적으로 마음의 경계를 넓히는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물건에 끌리는 것이 아니라 경치를 통해 마음을배우는 것 그것이 바로 현인의 길입니다.

후집 044
산과  숲 샘물과 바위 사이를 거닐다 보면 속세의 마음이 점차 사라지고, 시와 책, 그림 속에 머무르다 보면 세속의 기운이 은근히 사라집니다. 현인은 비록 물욕에 빠져 뜻을 잃지는 않지만, 경치를 빌려 마음을 다스립니다. - P2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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