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 서가에 꽂힌 책에는 누군가의 내면의 자연이 담겨 있습니다. 그리고 그 책을 펼치는 사람은 자기 내면의 자연과도 마주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 P86
강물의 흐름과 자갈에는 시간이 담겨 있습니다. 그 시간은 아마도 인간의 수명을 가볍게 뛰어넘을 터라서 그것들을 만지면 왠지 무척 안심이 됩니다. 각각을 감싸고 있는 아득한 시간을 상상하면 그 풍경을 몇 시간이고 바라보게 됩니다. 강변에서는 곤충이나 작은 동물이 일상적으로 죽음을 맞이하는 한편, 단단한 바위를 뚫고 솟아나는 나무와 물을 마시는 사슴의 유연한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강변에서 시간을 보내다 보면, 내면의 자연과 주위에 펼쳐진 자연의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합니다. - P88
누구라도 우연찮게 저편에 설가능성이 있습니다. 절대적으로 이편, 인간 편에 계속 설 수있다는 자신감 같은 건 조금도 없습니다. - P120
천천히 걸어도, 다소 이상한 말이나 행동을 해도 딱히 주목받지 않았고 모두가 저마다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서로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저는 그런 병원 한구석에서 이야기가 비춰내는 그림자를 통해 크림색 커튼 안팎으로 퍼져가는 그림자, 책 속과 책 밖에서 드러나는 인간의 ‘뜻대로 되지 않음‘을 바라보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 P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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