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을 알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질문을 충분히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 P62

세이디는 도브에게 의지하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도브를 만나기 전 MIT에서 보낸 1년 반은 미치도록 외로웠다. 진정한 친구를 하나도 사귀지 못했다. 친구가 하나도 없다가 도브라는 친구를 갖게 된 건 강렬한 경험이었다. 도브는 세이디의 삶 구석구석을 비추는 찬란하고 따사로운 빛 같았다. 스위치가 켜지고 불이 들어온 느낌이었다. 같이 게임 이야기를 하기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은 없었다. 머릿속 아이디어를 보여주기에 그보다 더 나은 사람이 없었다. 그렇다. 세이디는 도브를 사랑했다. 하지만 좋아하기도 했다. 도브 곁에 있을 때의 자기자신이 좋았다. - P65

"항상 명심하렴, 우리 세이다. 인생은 아주 길어, 짧지만 않으면." 세이디는 그 말이 동어반복이라는 걸 알았지만, 어떻게 보면 그 말은 진실이었다. - P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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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 나중에 가면 그 얘기가 나올 테고, 그럼 그 친구 마음이 상할 수도 있어. 그 친구가 네 의도를 진정한 우정이 아니라 자선이었다고 생각하게 되면."
"둘 다면 안 되나?" 세이디가 말했다.
"우정은 우정이고 자선은 자선이지." 프리다가 말했다. "할머니가 어릴 때 독일에 살았던 거 너도 잘 알지, 얘기 많이 들었을 테니 또 하진 않으마. 하지만 분명히 말해두는데, 너에게 자선을베푸는 사람은 절대 네 친구가 될 수 없어. 친구한테 적선을 받는다는 건 불가능하거든."
"그런 식으로 생각해본 적은 없는데." 세이디가 말했다.
프리다는 세이디의 손을 쓰다듬었다. "우리 세이디. 인생은 피할 수 없는 윤리적 타협으로 점철되어 있지. 우리는 쉽게 타협하지 않으려고 최선을 다해야 해." - P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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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두뇌가 실로 훌륭하게 코딩됐다는 증거는 ‘아 어쩌라고‘의 뜻으로 ‘죄송합니다‘를 발화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샘은 생각했다.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 또는 미치광이 또는 날건달로 설정된 경우가 아닌 바에야 소설과 영화와 게임 속 등장인물들은 자신의 말과 행동의 총체이며, 사람들은 캐릭터의 대사와 행동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본래 정직하고 예의바른 보통 사람들은 이것을 말하면서 저것을 뜻하거나 느끼거나 행동까지 가능케 하는 이 필수불가결한 프로그래밍 없이는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다. - P15

시간여행이 이런 거로군. 누군가를 쳐다보는데 현재의 그 사람과 과거의 그 사람이 동시에 보인다. 그리고 그런 시간이동 모드는 유의미한 시간을 알고 지낸 사람들 사이에서만 작동된다. - P21

"다른 사람하고 같이 노는 것은 리스크가 만만치 않다. 그것은 속마음을 열고, 나를 드러내고, 그 때문에 다치더라도 감내하겠다는 뜻이다. 개로 치면 배를 드러내고 누워 꼬리를 흔드는 셈이다ㅡ네가 나를 해코지할 수도 있지만 그러지 않을 거라는 걸 난 알아. 그리고 이 개는 주둥이를 들이대고 내 손을 마구 핥지만 절대 물어뜯지는 않는다. 같이 노는 것은 신뢰와 사랑을 필요로 한다.
"게임보다 더 사적이고 내밀한 행위는 없습니다, 섹스도 그만 못하죠."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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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을 향한 행진은 이미 유아 시절부터 시작되었으며, 그동안 경험한 수많은 상실은 마지막 상실을 맞이할 수 있도록 우리를 단련시켜 왔다.
그럼에도 좀 더 유쾌하게 나이 들기 위해서는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그것은 나 이외의 타인에게 관심을 갖고 이 세상을 향해 시선을 돌리는 것을 말한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기쁨을 내 기쁨처럼 느낄 수 있는 능력이며, 나의 흥미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일들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는 능력이며, 비록 내가 살 세상은 아니지만 다음 세대를 위해 미래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 P238

하나에 미칠 줄 알면 다른 것에도 미칠 수 있다. 열애에 빠진 사람에게 세상이 신비롭고 아름답게 보이는 것처럼, 어느 하나에 미치게 되면 세상과도 연애를 하게 된다. 그리고 내 안에서 피어오른 열정은 나와 다른 사람들과 세상, 그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게 만든다. 더 나아가 교육심리학자인 미하이 칙센트미하이 교수는 "인생에서 중요한 것은 나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이라고 주장하며 무언가에 빠져서 몰입하는 시간이 자신만의 삶의 방식을 찾아내는 일을 가능하게 한다고 말한다. - P255

그런데 유머는 조크나 위트와는 다르다. 조크가 단순히 긴장을 내보내는 것이라면 유머는 그 긴장된 상황을 포용하는 무언가가 있다. 물론 유머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진정한 웃음을 주는 유머는 좀 더 따스하고 부드럽다. 유머는 보는 사람만 웃게 하는 것이 아니다. 유머를 하는 사람과 그 유머를 듣는 사람과 옆에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웃음을 전염시켜 모두 함께 웃게 만들어, 위치나 지위에 상관없이 모두 비슷한 사람이라는 동질성을 갖게 한다.
한편 유머는 우리가 겪는 상실과 고통을 우울한 무력감이나 증오 없이 받아들이게 한다. 그러나 유머는 인간이 가질 수밖에 없는 갈등과 한계를 인정하고 수용하는 것이기에 슬픔을 내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수필가 피천득은 "유머는 가엾은 인간의 행동을 눈물 어린 눈으로 바라볼 때 얻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유머에는 애수가 깃들이는 때도 있다."라고 말했다. - P258

인생의 희로애락을 경험한 사람들이 짓는 잔잔한 웃음이 가치 있게 보이는 것은 바로 그 웃음이 모순을 겪고 난 뒤에 현실을 긍정하는 태도에서부터 배어 나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유머 감각이 없다고 너무 고민하지 말고 우선 쉽게 흥분하지 않는 법, 상황을 파악하는 힘부터 기를 필요가 있다. 그리고 인생의 다양한 측면을 포용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만 당신을 포함한 모든 사람을 웃음으로 껴안을 수 있을 테니까 말이다. 니체는 말했다. 환하게 웃는 자만이 현실을 가볍게 넘어설 수 있다고, 그러니 맞서 이기는 게 아니라 유머러스하게 넘어서는 것이 중요하다고. - P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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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 보면 삶은 행동하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 다시 말해서 경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다양한 경험이야말로 우리의 삶을 다채롭게 만들어 준다. 철학자 파스칼의 잠언대로 우리가 인생에 대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전략은 삶을 우리가 우주를 경험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라고 가정하고, 그 시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하는 것뿐이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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