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 처음으로 번역 출간되는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여자 산문집이다. <아빠라는 남자>, <엄마라는 여자>를 통해 에세이가 소개되긴 했으나, 이 책은 마스다 미리가 '여자공감만화가'에서 나아가 '여자공감에세이스트'로 확장되는 첫 책이다. 마스다 미리의 대표작인 '수짱 시리즈'의 연장선상에 있다.

'수짱'이라는 캐릭터에서는 보여줄 수 없었던 진짜 내밀한 여자들의 속마음이 가감없이 드러난다. '수짱'이 조금은 믿음직스럽고 단단하고 담백한 여자였다면, 마스다 미리는 작은 일에 흔들리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에세이는 '법령선'이라는 소재에서 시작한다. 중년의 여자 캐릭터는 어떻게 그릴 것인가? 법령선, 즉 팔자 주름을 그릴까 말까. 작은 고민이지만, 여전히 여자이고 싶은 요즘 3,40대들의 마음을 대변한다. 여전히 스무 살 시절처럼 작은 일에도 감탄하고 기뻐하며 산다. 그리고 어른이 되면 팔자 주름과 예전 같지 않은 체력이 걱정되지만, 마음속에는 배짱이 생겼음을 마스다 미리는 포착해낸다.

마스다 미리는 어른의 정의에 대해, 나이 드는 것에 대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전한다. 어른은 '보험'을 들어 어른스럽게 노후를 준비해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여전히 성장하는 사람들이고, 나이가 든다는 것은 새로운 변화, 그러니까 즐길 일이라고 말한다. 오늘의 서른과 마흔의 여자들에게 어른이라는 부담감과 두려움 대신 어른이 되어 생긴 배짱과 힘을 즐기라고 한다. 팔자 주름은 남 일처럼 생각하고 싶은 '여자 마음'은 언제나 유지한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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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서울국제도서전에 갔을 때, 문학동네 부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건

바로 '마스다 미리'였다. 할인율이 높은 편이기도 했지만, 많은 사람들이 마스다 미리의

책을 구매하려고 책을 고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 한 번 읽어봐야지 했으나 이제야 손이 간다.

바로 이 책, 마스다 미리의 첫 번째 여자 산문집 『어느 날 문득 어른이 되었습니다』때문이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이 책을 들고 잠깐 읽는데,

책장을 덮고 나면 그녀의 만화를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 그리는 만화는 어떨까, 궁금해져서 말이다.ㅎㅎ

 

201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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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타티타
김서령 지음 / 현대문학 / 2010년 4월
품절


"윤진아. 우리 길고양이들 보면 가엾지? 세발자전거 타고 도로로 막 내달리는 꼬맹이들 보면 가슴이 철렁하지? 갓 태어난 강아지들 보면 귀엽다 못해 애달프잖아. 아,저 녀석들이 또 세상에 태어나서 때로는 귀염 받고 때로는 버려지겠구나, 생각만 해도 가슴이 아리지? 그게 모성애야. 나보다 더 작고 가녀린 것들을 보살피고 싶은 마음."-14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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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번째 방
김미월 지음 / 민음사 / 2010년 4월
구판절판


사실 1분 후라고 해서 달라질 게 뭐 있겠는가. 59분과 00분의 세상이 어떻게 다르겠는가. 전이나 후나 그는 변함없이 월 10만 원 골방에 세든 할 일 없는 예비역 휴학생일 뿐이었다. 시간은 하나로 이어져 흐르는데 언어는 그것을 연월일로 나누고 자르고 구획한다. 하지만 그뿐. 언어가 세상을 규정해도 세상은 언어에 얽매이지 않는다. 묵은해가 새해로 바뀌는 이 순간에도 세상 도처에서는 쉼 없이 잭팟이 터지고 소년의 키가 자라고 여고생들이 굴러가는 낙엽을 보며 웃고 군인들이 휴가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영대가 지금 이곳에서 라디오를 듣고 있듯 곳곳에서 저마다의 귀한 일상이 흘러가고 있을 것이다. 물론 어디에선가는 전쟁이 발발하고 임부가 유산을 하고 연인들이 헤어지고 수험생이 답안지를 밀려 쓰고 있겠지. 여기서 누군가 웃고 있으면 저기서 울고 있는 게 세상사니까.

그렇다면 나는 지금 웃고 있는 것일까, 울고 있는 것일까.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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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득이 - 제1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창비청소년문학 8
김려령 지음 / 창비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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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녀석…… 다리 긴 것 좀 봐, 근사하게 컸네……."

아버지가 내 허벅지를 툭툭 쳤다. 근사하게 컸다는데 왜 가슴이 울렁거리는 거야. 아버지 눈이 빨갛게 되는 바람에 괜히 나까지 눈이 아팠다.
-202쪽

아버지와 내가 가지고 있던 열등감, 이 열등감이 아버지를 키웠을 테고 이제 나도 키울 것이다. 열등감 이 녀석, 은근히 사람 노력하게 만든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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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이라는 여행 - 우리 젊은 날에 관한 120% 청춘사전
김현지 지음 / 달 / 2011년 7월
절판


벚꽃이 1년 내내 핀다면 우리가 벚꽃 때문에 설레는 일은 없겠지. 지지 않는 벚꽃은 호흡하는 공기, 딛고 서 있는 땅과 같이 자연스러울 거다. 그렇다면 우리는 벚꽃이 피는 거리로 찾아가 목이 꺾어지도록 벚꽃을 올려다보는 일은 하지 않겠지. 변하기 때문에 변하지 않는다. 아름답다 사랑한다 설렌다 혹은 봄. 쉽게 변하기 때문에 영원할 말들.-26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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