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짝 목감기가 있어 장판을 뜨겁게 틀어 놓은 후 그 위에서 살았다. 누워 졸면서 가이 리치의 스내치를 봤다.

대학 때 친구가 페이스북을 통해 나를 찾았다. 반가왔다.

공부는 아무 것도 안했다. 

(이번 학기에 나는 4개의 에세이를 써야 한다. 그리고 학위 논문도 미리 준비해 둬야 한다. 학위 논문의 경우는 이미 윤곽이 나와 있다. 지난 연말에 썼던 에세이에서 비트겐슈타인의 럿셀 비판 부분을 잘라 내고, 비트겐슈타인 자신의 이론 부분만 심화시켜 다루는 것. 학기 에세이는 테마를 두 개 정도 잡아 두었다. 좀 크지 않나 하는 걱정이 있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스피노자가 끼여 들어왔다. 스피노자를 좋아하는 친구가 있어, 일주일에 한번씩 논문 한 편을 읽고 토론하기로 한 것. 이 친구랑 거의 매일 만나는 데 만날 때마다 스피노자가 주제로 오른다. 아다시피 나는 스피노자에 대해 할 말이 많고, 이 토론 과정에서, 내 생각에는, 상당히 중요한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온다. 예를 들면 에티카에는 실체에 대한 정의와 신에 대한 정의가 따로 있다. 그 의미는? 간단히 말해서 실체는 존재론적 증명을 위해 필요하고, 신은 생산성이라는 관념을 포괄하기 위해 필요하다. 실제에 있어 전자는 형식적인 연결사에 불과하다고 한다면, 치른하우스가 지적한 바와 같이 스피노자에게 핵심적인 명제는 제1부 명제 16인데, 이 명제는 신의 생산성에 대한 정의를 재진술한 것이다. 나는 이 아이디어가 상당히 마음에 든다. 이 아이디어는 R이 제기한 명제 11의 아포스테리어리 증명에 관한 숙고 과정에서 튀어 나왔다. 스피노자에 너무 많은 시간을 쏟는 것이 부담스러우면서도 아이디어가 잘 나오고 있기 때문에 계속 끌려가고 있는 상태다. 암튼, 원래 하고자 했던 얘기는 각 테제를 구체화해서 차근차근 진행시켜야 겠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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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계획은 원래 R과 스피노자 강의에 가는 것이었다. 그런데 N이 갑자기 아트 페어에 가자고 했는데, 내가 한 순간 그 소리에 혹해버려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상황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결국 집 핑계를 대고 둘 다  안가기로 했다. 귀가 얇은 사람은 항상 이렇다...

금요일 오전에 N이 울먹이며 전화를 했고 나는 N을 만나러 런던에 나갔다. N은 집주인이 욕실에 머리카락 하나 떨어진 것까지, 감기에 걸려서 기침을 하는 것까지 지적질을 한다고 분개해했다. 집주인한테 온 문자 메시지들과 장문의 메일들...

N과 아트 페어에 갔다. 그런데,입장료가 20 ~ 30 파운드나 한다. 내게 너무 과한 금액이었다. 나는 주저했다. 아트 페어 앞에서 함께 발길을 돌린 후 N은 테이트 모던으로, 나는 학교로 무어에 대해 생각하러 갔다.(N은 일요일날 아트 페어에 다시 가겠다고 한다. 오전부터 입장해서 종일 거기 있을 거라고. 변명하자면, 아트 페어 폐장 시간은 7시인데 우리가 거기에 갔을 때는 이미 3시가 넘었었다.)

학교에서 논문들과 씨름했다. 무척 피곤하고 졸렸기 때문에 별 소득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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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모처럼 영어 공부를 했다. 

공짜로 점심을 나눠 주는 줄에 붙어서 점심을 해결했다.

R이 어제 들은 스피노자 강의에 대해 이야기해 주면서 에티카 제1부 명제 11의 대안적 증명에 대한 나의 의견을 물었다. 열심히 나의 생각을 설명해 주었지만, 그 순간 스피노자가 내게 문제는 아니었다. 나의 개떡같은 문법과 발음, 붐비는 카페 안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숨에 끌어당기고 마는 나의 엄청난 영어가 문제였다. 이야기가 끝나고 R은 도서관으로 가고, 나는 카페에 남아서 방금 한 이야기를 정리해서 R에게 메일로 보내주었다. 집에 갈 때 R을 다시 만났는데, R은 내가 정리해 준 내용이 아주 클리어하다고 했다. 공정한 평가라고 생각한다. (나는 겸손한 사람이 아니다.)

종일 무어의 논문과 관련된 문제들에 대해 생각했다.

언어가 내게 문제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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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베넷의 논문에 대한 노트를 만들어 R에게 메일로 보냄. (베넷의 논문은 짜증날 정도로 허술하다!)

점심 때 R과 베넷에 대해 토론하기로 했지만, R이 발제문이 아직 안되었다고 해서 다음으로 연기함.

노직의 논문을 읽다가 중요한 통찰을 얻음. (나의 테제가 회의주의에 어떻게 적용되는가 하는 것)

노직을 읽고 나서 옆에 서점에 갔는데 많은 철학책들이 쌓여 있더라. 값도 비싸고. 기분 전환하기 위해 서점에 간 것이었는데 압박감을 받고 나옴. 비트겐슈타인의 수리 철학 관련 책을 샀다. 전날 A에게 받은 자극때문이라기보다는 와이즈만의 비트와의 대화록을 좀 더 잘 읽기 위해 산 것. 

다른 학교에서 있는 에티카 강의를 들으러 먼 길을 걸음. R과 연락이 엇갈려서 학교까지 혼자 갔는데 결국 강의를 듣지 않고 돌아섬. 여기엔 스토리가 있다. (별로 유쾌하지는 않다)

집에 거의 다 와서 R에게 전화가 옴. R은 강의를 들었다 함. 그러나 역사적인 내용이 많았고, 흥미로운 이야기는 별로 없었다고 함. 듣던 중 반가운 이야기라고 대꾸해 줌. 

하루 종일 피로감을 느낌. 이러 저러한 자극들이 나를 분발케 하는 것은 좋은데, 어제는 새벽 두 시까지 공부하다 잤더니 오후가 지나면서 머리가 완전 방전되어 버렸다. (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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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 R과 내셔널 갤러리에 갔다. R은 화가. 피카소가 20살 때 그린 작품이 새로 대여되어 온 것에 흥분함. 

R, 그리고 R의 소개로 만난 A와 브리또(?)로 점심을 먹었다. 엄청난 양의 음식이라 나는 반만 먹고 나머지는 저녁으로 남겨 두었다. 여학생들도 그것들을 앉은 자리에서 다 먹는다. 대단하다.

A는 박사 과정 학생이다. 수리 철학 전공. 나의 관심사를 묻기에 작년 연말에 쓴 에세이에 대해 이야기했다. 럿셀 이론에 대한 일반론을 이야기하고 나서 비트겐슈타인의 이론을 설명하려다 포기. 예전에 쓴 것이라 까먹기도 했고, 또 논고 전반에 대한 나의 새로운 해석에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기 때문에,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이런 복잡한 논리를 영어로 풀어갈 자신이 없었던 것. 입술을 깨물었다. 준비가 되어 있어야 했는데... 끙.

오후에는 지칠 때까지 베넷의 논문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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